왜 통일이 우리의 기도이어야 하는가?

1995년은 우리 나라가 해방된 이후 타의에 의해 남북으로 갈린지 50년이 되는 해다. 한국교회협의회는 구약성서의 전승에 따라 그 해를 남북통일의 희년(禧年)으로 선포한 바 있다. 물론 1995년에 현실적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아니라 그러한 희망과 의지를 갖고 노력하겠다는 신앙적 고백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한국 교회의 기도제목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이산가족이 천만이나 된다고 하던데, 그들의 간절한 소원인 가족상봉을 위해서라도 통일은 절실히 요청된다. 이 세계에서 실제적으로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나라는 우리 뿐이라는 부끄러움이 그 통일의 당위를 말해 줄 뿐만 아니라, 세계자유무역 협정이 조인된 이후 무한의 경제전쟁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통일은 그 무엇 보다도 시급한 문제이다. 이미 이데올로기의 투쟁이 지구 상에서 소멸되고 있는 마당에 전형적으로 한반도에서만 그러한 소모적 경쟁을 계속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냉전구조 속에서 소위 사상범에 연루되어 사형당하거나 장기복역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통일은 우리의 지상과제임에 틀림없다. 같은 조상을 가진 우리들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 형제 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설령 남북한이 서로 오해가 있어서 치고 받으며 싸웠다고 하더라도 같은 피와 언어와 춤과 노래와 신화를 가슴에 담고 있는 형제라면 하루 빨리 화해하고 다시 그 형제애를 회복해야 한다.

위에서 지적한 거창한 시각 이외에 통일의 당위성과 관련하여 우리 삶에 보다 현실적으로 와 닿은 문제들이 있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찌들려 있다는 말이다. 너무도 엄청난 국방, 안보비용 때문에 정작 필요한 복지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우리도 역시 전투기를 사오고, 포탄을 제조하는데 힘을 쏟느라 국민복지 문제가 뒤로 돌려지고 있다.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 국방비가 자그만치 10조원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을 국방관계자들이 최소한 정직하게 사용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군사정권에 의해 성역화 되었던 국방예산과 안기부예산이 이제 조금씩 그 검은 부분을 벗기 시작하면서,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것의 범죄성과 낭비성이 파헤쳐지고 있다.

범죄성이란 무기 도입과정에서 커미션을 이면계약으로 엄청나게 챙기려 한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잠수함 초계기 8대 구입에 10억 달러가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주계약업체인 대우가 미 록히드사로 부터 받을 수 있는 공식적 수수료는 4백만 달러(32억원)였지만, 실제로는 2백4십억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국방예산의 낭비성이란 군수물자에 대한 전문성의 결여로 지나치게 비싸게 구입하거나 낙후된 무기를 도입하므로 발생하게 되는 비용의 피혜를 말한다. 범죄성으로 인해 보게 된 피해보다 이 낭비성으로 인해 야기된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난 포탄 사기사건은 수 억원에 불과하지만 군수 다국적 기업이 벌이는 로비와 과대선전에 휘말려 불필요한 무기를 구입하게 될 때 입게 되는 손해는 수 천억원 내지 수 조원에 이를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대로 해군이 95년 부터 들여올 예정인 8대의 대잠수함 초계기는 총예산 1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라고 한다. 대당 최소한 1억 달러라는 말인데, 원화로 환산하면 자그만치 800억원이다. 이미 이러한 수준의 전투기가 아마 우리 공군에게 적지 않을텐데, 만약 그런 전투기 한 대 값만 절약할 수 있다면, 그건 꿈과 같은 얘기지만, 그 돈으로 사회복지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의 계산으로도 간단히 나오는 대답이다.

사회복지 문제는 매우 시급하며, 또한 광범위하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급식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보건을 위하여 이런 일은 그 무엇 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전체적인 경제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건강을 위협받을 정도로 영양공급에 문제를 갖고 있는 어린이들이 없지 않은 실정이다. 내 딸이 다니는 현풍국민학교는 몇 년 전 부터 단체급식을 해 오고 있는데, 대구시의 국민학교에는 아직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런 일에 쓰여질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800억원 짜리 전투기는 사오지만 어린이들에게 급식을 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소년, 소녀 가장돕기를 지금 처럼 국민들의 도덕심에 호소하여 해결하려는 것이 바람직 한 일일까? 더 나아가 우리 나라에 축구전용 운동장이 없어서 국가 대표의 실력향상에 지장이 많다고 하는데, 전투기 한 대 보다는 그런 운동장 서너개가 낫지 않을까?

물론 다음과 같이 말하는 이들이 있는 줄 안다. 국방예산은 우리의 생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안보가 확실해야 교육, 정치, 문화, 복지가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러한 폐쇄적 사고방식이 때에 따라 통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한시 바삐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남한과 북한은 형제들 끼리 피투성이가 되어 대로상에서 창피하게 싸운 경험을 갖고 있다. 아직도 몽둥이를 들고 서로 노려보며 지낸다. 우리 후손들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통일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기도제목이다. <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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