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건에 대해!

가능한대로 세상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또 이렇게 군시렁거리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라고 하더라도 역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한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통치가 역사적으로 실행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목사라고 한다면 이런 현실정치와 경제, 사회, 교육문제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는 건 그렇게 옳다는 이유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한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지만 또 다시 세상 문제에 대해서 말을 걸게 되었다. 그 주제는 강정구 사건이다.
이걸 사건이라고 까지 부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 사회가 그걸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냉전의식을 해체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불편한 이야기들을 쏟아놓은 것 같다. 그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반복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내가 잘 모른다. 대략으로 짚는다면, 육이오가 통일전쟁이었다는 주장,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 해방이후 사회주의 체제가 훨씬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주장, 육이오 때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으면 4백만명의 살상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나아가 통일이 (물론 북한의 적화통일)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 소련군은 해방군이었지만 미군은 점령군이었다는 주장, 등등, 대충 이런 것들이다.
이런 주장이 일부 신문을 중심으로, 주로 조중동인데, 대서특필 되고, 이에 자극받은 보수단체가 강정구 교수를 고발했고, 강 교수를 구속할 뜻을 비친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 앞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총장에게 불구속 수사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으며, 검찰 총장은 이 수사권을 받아들이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이런 게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 진행 개요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떤 경제단체의 실무 책임자는 강 교수의 수업을 받은 학생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으며, 한나라 당에서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원을 권한 남용이나 법 취지에 어긋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민주노동당에서는 불구속을 지지하고 있다.
강 교수를 구속하라는 사람들은 강 교수가 친북적일 뿐만 아니라 북한과 내통했을 개연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수년전에 만경대에 갔을 때 '위대한 수령 운운' 한 걸로 구속된 적이 있으며, 현재의 모든 발표내용들이 북한 정권과 일치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어제 케이비에스 시사토론회에 참석한 어떤 패널은 이런 일들이 바로 현 노무현 정권에 의해서 벌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단한 상상력이며, 대단한 집념이다.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으려는 그 집요함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강정구 교수 사건이 왜 사건으로 이렇게 확대재생산되는지 아는 이해할 수 없다.  우선 그가 아무리 튀는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우리 체제가 자유민주국가라고 한다면 그걸 수용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체제라고 한다면 그건 기본적으로 자유민주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헌법에도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사상, 종교, 표현, 언론, 집회의 자유를 갖는다고 보장되어 있다. 강 교수의 발언은 자유민주체제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기본권에 해당된다. 물론 그가 우리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일부분 제한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좀 웃기는 것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강 교수의 발언 때문에 우리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체제를 좋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그렇게 생각할 사람들의 숫자가 한국을 위협할 정도가 되는가? 아무도 그런 말에 선동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숫자도 미미하기 때문에 염려를 붙잡아 매도 좋다. 오히려 강 교수의 발언으로 인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나라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 교수의 발언은 해보다는 득이 많다는 말이다. 이렇게 거의 무시해도 좋을 만한 그의 주장을 침소봉대한다는 건 이렇게 트집을 잡음으로써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다는 반증인지 모르겠다.
좀더 까놓고 말해서, 강 교수의 발언 중에 무엇이 틀렸는지 모르겠다. 물론 과장된 부분이 있을 것이고, 학계에서 검증받지 못한 부분이 있겠지만 모든 학문에는 그런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게 되어 있으며, 학문은 그런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어 있다. 예컨대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들은 아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과학적인 논리로 설명해도 그 당시 사람들은 그를 종교재판에 회부하고 말았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좀 꼼꼼하게 따져보자는 주장은 정당한 것이다. 맥아더의 잘못된 전략에 의해서, 그것은 곧 자기 명성을 위한 전략이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민족이 흘리지 말아야 할 피까지 흘렸다면 그건 분명히 역사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다.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처럼 미국이 반드시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들도 역시 우리와 똑같이 비열할 때도 많고, 자기 나라를 위해서 다른 나라를 파괴하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물론 잘한 일들까지 우리가 부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냥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좀 따져보자는 말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잘 알다시피 맥아더는 육이오 전쟁 중에 낙마했다.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그가 전쟁을 과격하게 몰아간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미국의 학자들도 맥아더에 대한 여러 평가를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맥아더 장군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한다는 건 철저한 사대주의적 발상과 다른 게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 아닌가, 하고 주장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혈맹, 참 좋은 말이다. 미국에 대해 고마움을 가져야 하겠지.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혈명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해야 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벌서 55년이 지났다. 주권 국가에 다른 군대가 이렇게 오래도록 주둔하고 있는 나라와 그런 시대가 세계 역사에서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역사학자도 아닌 사람이 이런 문제를 자꾸 말하다면 결국 밑천이 딸리게 되어 있으니까 이만 접자.  
그렇지만 나는 강 교소를 구속 수사하라는 그들의 강경한 목소리를 그냥 듣고 있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도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기도 하려니와 이번 사건이 파렴치하다거나 폭력적인 게 아니라 사상과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살벌한 외침이 더욱 민망하게 다가온다. 21세기에,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이라 자랑하는 이 대한민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이런 사태는 흡사 5백년 전의 '마녀재판'을 다시 보는 것 같다. 혼자 사는 여성들 중에서 산파 역할도 하고, 민간 요법으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던 여성들을 주요 대상으로 그 당시 주류의 의사와 목사들이 마녀로 지목하고, 심지어는 화형에 처했다. 마녀들이 착한 사람들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는 게 바로 그 이유였다.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처리함으로써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히틀러가 수백만명의 유대인들을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역시 그 당시 유럽 사람들이 자기들과 다른 식으로 살아가던 유대인들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동성애들과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단들과 죄인들을 소외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심리를 전문적인 용어로 뭐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대중화하면 집단적 히스테리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벌어지는 이런 현상만 보면 이런 히스테리처럼 보인다.
왜 이걸 내가 히스테리라고 보는가? 나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뭐 대단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야당과 신문에서 그걸 큰 문제로 걸고 넘어가기에 말이다. 혹시 강 교수 문제에 대해서 수사하지 말라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구속하지 말고 수사하라는 것에 불과했다. 너무 당연한 지침인 걸 놓고 무슨 큰 문제라고 경천동지나 될 문제처럼 부풀리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건 완전히 반대로 되어야 하는게 아니었을는지. 법무장관이 구속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야당에서 그것을 반대하는 게 그럴듯한 그림이 아닌가. 그런데 이건 완전히 거꾸로 된 그림이다. 야당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안을 놓고 구속하라고 주장하다니 기가 막히는 세상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강 교수의 발언이 이렇게 사법적인 잣대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학문적인 토론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는지에 있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나는 공산주의가 옳다고 본다."는 발언까지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북한과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말하기 시작하면 또 끝이 없을 것 같다. 북한의 위협을 실상 보다 훨씬 부풀리는 사람들의 주장을 나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이 기본적으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쪽수(인구 수)로나 그 어떤 점에서도 우리를 상대하기가 벅차다는 건 우리도 알고 북한도 알고 온 세계가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이다. 북은 핵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 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멸의 길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식이라면 그들에게 핵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장거리 미사일만으로 남한의 핵발전소를 치면 그 효과는 비슷하기 때문에 핵무기 자체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독일은 한창 냉전체제가 기승을 부리던 70년대에도 이미 공산주의 주장을 합법화했다. 아니 사상, 표현의 자유가 이런 반공법보다 상위로 작용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독일 법에 대해서는 그렇게 정확하지 않음).
내가 유학하고 있던 대학의 식당에서 공식적으로 공산단 전단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노 정권은 이 문제가 이렇게 불거질 것을 예측했을 텐데, 왜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을까? 이런 것은 고도의 정치 역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고려할 때 이런 대목이 아마 중요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인권국가라는 차원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아닌 문제를 대단한 것처럼 부풀리는 사람들과 그런 집단들, 그리고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어쩔 수 없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꾸준히 대화하고, 토론하고, 싸우면서 이 나라에 어떤 법이 아니라 자유가 명실상부하게 상위개념으로 자리하는 시대가 오도록 노력하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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