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10일)에도 교회에서 밤 11시 20분쯤
집으로 오기 위해 나섰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걷는다.
비가 심하게 올 때는 승용차를 탈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우산을 들고 걷는다.
오늘 늦은 밤 가로등 불빛 아래로 안개처럼 내려앉는 비를 보셨는지.
오늘밤 비는 얼핏 보면 잘게 부셔진 눈가루 같기도 하고,
수증기 같기도 하고,
위에서 말한대로 안개 같기도 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우주 안에서
오직 지구에서만 일어나는 비 현상은 놀랍도록 황홀하다.
그 현상 자체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인 차원에서도 신비롭기 그지 없다.
바다, 호수,대기, 구름, 그리고 식물의 뿌리와 줄기와 잎,
우리 인간 몸, 그 안의 혈관에서
이 물이 순환하고 있다.
그 한 부분이 오늘밤에 동화 속의 나라처럼 내게 찾아온 비였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나도 어릴 때부터 비를 무척 좋아했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면
우산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았고,
더구나 친구와 우산을 함께 쓰고 가면서 느끼는 친구의 체온도 좋았다.
오늘 저녁을 잠시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치킨 베달원에게 말을 건네보니
이런 날은 배달도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기 불편한 탓도 있겠지만
이런 날씨가 입맛을 당기는 것 같다.
입맛이 돌기 전에 이미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이렇게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모든날을 새롭고 신기하고 신비롭게 바라보고 사는 것 이외에
더 큰 행복은 이 세상에서 없으리라.
더구나 그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끼리
코이노니아를 나눌 수 있다면 더 큰 즐거움이리라.
잠시 손님처럼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런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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