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 콤플렉스적 시각


정혜신/정신과 의사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는 것은 단순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단순화 능력에 지나친 용감성이 가미되면 단선적이 되기 십상이다. 전 대변인의 ‘차기 대통령 대졸자론’ 관련 발언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번에는 전 대변인 특유의 저돌성에 오만한 엘리트의식이 겹쳐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는 자신의 엘리트주의를 인정하면서 ‘다음 대통령은 대학나온 사람이 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이 발언의 본질은 ‘학력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배우지 못한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배운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커지자 전 대변인은 한 인터넷 신문을 향해 ‘굉장히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꼬면서 이슈화’를 하고 있다고 불쾌해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굉장히 단선적인 전 대변인의 시각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이다. 그가 본질적 의미라고 주장하는 ‘학력 콤플렉스’ 발언은, 여당 일각의 주장처럼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없음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없음의 차원에서 지극히 차별적이고 문제적인 발언이다. 이런 식이라면 대졸자라도 전 대변인처럼 ‘잘난 대학’ 출신이 아닌 다음에야 또다시 ‘명문대학 콤플렉스’ 대통령으로 규정될 게 뻔하다. 지금처럼 주관적 근거로 몰아붙이면 그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거봐 내 말 맞지’이고 부정하면 그게 바로 콤플렉스의 증거라고 우기면 된다. ‘어차피 논법’이다. 엘리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콤플렉스 덩어리로 보일 것이다. 나만큼 잘나지 않았으므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전 대변인의 콤플렉스 딱지 붙이기는 도를 넘는다. 이번에 자신의 발언을 문제삼은 한 인터넷 신문에 대해서는 언론기관으로서의 ‘법적 자격 콤플렉스’에 시달려 왔다고 몰아붙이고, ‘고졸 대통령’ 소리에 흥분하는 것은 학력 콤플렉스에 사로잡혔음의 반증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독재정권에서 빨갱이 사냥하듯 이런 식으로 콤플렉스 딱지를 남발하면, 아무리 맷집좋기로 소문난 전 대변인이라해도 막상 자신이 콤플렉스 공격의 대상이 될 경우 자세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전 대변인이 그토록 전력을 다해 보필하는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야당 대변인이 몇가지 여성정책을 문제삼으며 ‘여성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면 좋겠다’며 ‘다음 대통령은 남성이 되는 게 적절하다’고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단지 여성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최고 정책결정자의 위치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역설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항변하는 것 자체가 여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혔음의 반증’이라고 하면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정신의학에서 콤플렉스란 어떤 주제에 관해 매우 개별적인 심리내적 이유가 발견되었을 때 붙일 수 있는 개념이다. ‘모든 재수생은 패배의식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식의 전체주의적, 표피적 진단은 위험하다.

전 대변인은 지난해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무려 25년 전 내가 대학 시절에 읽었던 책을 최근에 감명깊게 읽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나는 그 오만과 단순무지함에 기가 질린다. 혹시 전 대변인은 중졸 출신의 소설가이자 다독가 장정일씨가 중학교 3학년 때 읽은 책을 최근에야 읽고 신나게 인용한 기억은 없는가. 전 대변인이야말로 하루빨리 콤플렉스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정혜신/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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