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에 10년된 우리집 승용차 아반떼를 끌고 집을 나섰다.
오랜 만에 긴 여정의 운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양에서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의 와천, 청통 IC를 타기 까지는
10분 정도, 아주 사뿐한 거리였다.
거기서 북대구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어제 기상예보로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침 나절, 날씨는 운전하기가 좋았다.
도대체 하양에서 안동의 북후면에 있는 경안대학원 신학대학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건가?
주변 몇 사람들에 물어보았지만 제 각각이었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거라는 사람,
1시간 반이면 된다는 사람,
심지어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은
"고속도로로 가시죠? 그러면 한 시간이면 됩니다." 하는 거였다.
남안동 톨게이트 까지는 금새 도착했다.
차가 밀리지도 않고,
칠곡을 지나면서 60km(?)라는 도로표지판이 눈에 뜨이는걸 보면
실제로 거리도 짧은 것 같았다.
남안동에서 안동시내를 거쳐 영주 국도로 한참 갔는데,
그게 거의 3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부터 신학교까지 1시간 50분이 걸렸다.
그럴 줄 알았으면 좀 천천히 나오는 건데
공연히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 강의를 하고,
이 강의는 원래 이종성 박사님이 하시던 건데
너무 멀다면서 지인을 통해서 나에게 부탁이 왔다.
중간에 부탁한 사람의 얼굴로 있기도 하고 해서
격주로 가는 걸로 하고 맡았다.
그건 그렇고,
오후가 되자 국지성 소나기가 제법 많이 쏟아졌다.
오후 5시에 신학교를 나섰다.
어떻게 한다?
다시 고속도로를 그대로 거꾸로 타고 가느냐,
아니면 의성를 거쳐 국도로 돌아가느냐, 이게 문제였다.
그래도 새로운 길을 가는 게 심심하지도 않고,
원래 운전은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운치가 있는 법이다.
제법 많은 비가 쏟아지고,
중간에 어두워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좀 위험하기는 했지만 국도의 재미를 놓치기 아까워 국도로 접어들었다.
안동에서 의성까지는 시원한 4차로였다.
그런데 얼마나 비가 쎄게 쏟아지든지,
위도우 브러쉬를 바쁘게 움직였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 기분은 괜찮았다.
강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좋아서 마음도 홀가분하고,
뒤늦은 장마비가 내리고,
그래도 차량은 많지 않았으며,
시골집들과 벼가 익어가는 들을 가까이 맛볼 수 있어서
국도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의성을 지나서부터는 다시 전형적인 2차선 국도였다.
운전은 이 맛이야.
급한 커브,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지만
그래도 노면이 미끄러워 차가 휘청하는 걸 느끼는 운전이라니,
그래 이 맛이야.
그런데다가 FM 방송국에서는 텔런트 김미숙(?) 씨가 진행하는,
제목은 잊었지만,
아무개 프로그램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미숙의 멘트는 격이 있었다.
내용이야 작가 언니들이 써주겠지만
어떤 내용이라도 이미숙은 다른 맛으로 소화하는것 같았다.
평소에는 이런 방송을 전혀 듣지 않았는데,
오늘은 운전 덕분이 이걸 들을 수 있었다니...
그녀가 오늘 클라라 스타냐(?)라는 불운의 피아니스트를 소개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어쨌든지, 그 클라라는 유대인 여성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 연주실력만이 아니라 그녀의 외모는 그 어떤 배우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채플린은 자기가 생각하는 천재가 세명 있다고 했는데,
아인쉬타인과 함께 클라라도 그 안에 들어 있다고 한다.
18살인가, 그때 그녀는 못쓸 병에 걸렸다.
그 병명도 내가 까먹었다.
평생 휠체어에 앉아서 지내야만 했고
외모는 흡사 악녀같이 변했다.
그러나 그녀는 말년에 자기의 인생은 신의 축복이었다고 말한다.
평생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머리카락 하나의 차이로 결국 벼랑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그 사실 말이다.
과연 교회의 설교가 이런 감동을 전달하고 있을까?
그냥 이미숙의 잔잔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는 그 클라라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교회에서도 맛볼 수 있는 것일까?
하양에 도착하니 딱 2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보다 10분 더 걸렸다.
비가 온 걸 감안하면 5분 차이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다가 고속도로는 4천5백원(?)의 통행료도 냈으니
앞으로는 계속 국도를 밀고 나가야 할까보다.
비오는 날 국도의 곡예 운전,
이건 가끔은 해볼만 하다.
빠진 이야기,
국도에서는 도로 옆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요즘 하양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코스모스가
안동, 의성, 그 밑으로 활짝 피어 있었다.
모두들, 즐거운 추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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