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예배 후 몇몇 교우들과 담소하는 중에
이번 대선에서 가족들이 의견 일치를 보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이대가 부모이니 자녀들의 생각이 어떠냐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분들이 오히려 더 보수적이라서
진보적 경향을 보이는 대구샘터교회 교우들이 이런 질문 앞에서 곤란해한다.
자녀들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거나
자신들과 견해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가족은 아니고 홀로 대구 샘터교회에 나오는 아무개 남자 집사는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자기 아들이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나는 이민 떠날 거에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너는 이미 기득권자가 되었구나.'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우리 집은 아내, 첫째 딸과 사위, 둘째 딸
이렇게 다섯명의 생각이 같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가 나와도 화기애애하다.
정치 이야기를 꺼내기가 아예 불가능한 집안도 있을 텐데,
굳이 맞지 않는 정치 이야기는 접어두고
다른 이야기로 더 가깝게 지내면 된다.
그건 그렇고,
몇몇 평론가들이 결과를 예상하는 보도를 보았다.
그중에 유시민 씨의 견해가 가장 그럴듯했다.
1,2위를 달리는 후보는 각각 판세를 알기에
그들이 지금 보이는 태도에서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태도가 이전보다 더 거칠어졌다는 말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에 반해서 이 후보는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상황을 어느 정도는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 후보들의 태도에서 실제로 판세를 읽을 수 있는지는 내가 잘 모르겠고,
윤 후보가 구사하는 언어에 대통령의 품격과 식견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데,
북한의 김정은을 꼼짝하지 못하도록 응징하겠는 말도 했다.
미국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는 북한을
강력한 군사력과 한미일 동맹으로 제압하겠다는 발상은
순진하다 못해 무식해 보인다.
보수 우익의 표를 얻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그냥 내지른 것일까?
만에 하나 윤석렬이 당선되서 김정은과 티걱태걱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이 되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믿거나 말거나 '최저임금제'를 부정하는 발언도 했다.
150만원, 120만원 월급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을 못하게 하면
그 사람의 생활은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단순한 사람이다.
이해해주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어느 정도 괜찮게 사는 모든 나라에서
최저임금제를 채택한다는 사실을 그가 모르는 걸까?
그런 제도가 왜 생겼는지를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문제가 많아도 어찌어찌해서
지금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선 나라가 되었다.
나무 전지하듯이 잘 다듬으면 그야말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것이다.
선진국이라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윤석렬 후보처럼 단순하고 순진하며,
어떻게 보면 인문학적으로 수준이 미달하는 분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국민의 저력이 이미 충분하여 나라가 완전히 거꾸로 가지는 않겠지만
치루지 않아도 될 비싼 댓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보자.
사전투표 하지 않은 분들은 본투표에 임하시라.
<창작과 비평>2022년 봄호, 책머리에 '나라의 주인이 된다는 것'의 일부를 인용한다.
.....
우선, 제1야당의 대통령후보가 자신이 속한 정당과 관련해 어떤 경력도 없을 뿐 아니라
그정당의 전신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파란만장한 한국 정당사에서도 초유의 일이다. 이는 지속 중인 촛불혁명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수단도 다 동원할 수 있다는 결의의 표출이기도 하다.
촛불혁명이 그만큼 기득권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뜻으로, 기득권 세력이야말로 촛불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누구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기 다른 나라의 정부와 비교해 지금 한국정부가 특별히 부정적 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다.
한반도 군사 긴장과 북미 대립,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했을뿐더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여러모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치적 반대자들만 아니라
촛불항쟁에 참여한 사람들 내에서도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다.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자임하고 나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그에 비추어 부족한 점이나 비판받을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촛불혁명의 성과를 다 부정하거나 현재 진행되는 선거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태도는 큰 문제이다. .... 이남주(편집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