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월21일(목) 늦은 오후에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 이재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다.

민주당은 난리다. 누가 가결표를 던졌는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가결파대 부결파가 건곤일척 대결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가결파는 소수로 보인다. 부결파는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해서 정치 생명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원내외에서 분출한다.


국회의원에게는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특권이다.

그런 특권이 주어진 이유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 편에서 일하라는 데에 있다. 

이런 특권이 민주화 시대에 과연 필요한지는 토의가 더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는 표결 전날 밤에 부결 취지의 의견을 SNS에 올렸다.

검찰 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검찰의 이상한 행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몇 달 전에 자신이 당 대표 국회 연설에서 한 발언,

즉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뒤짚는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무도하고 무리한 수사를 받았다.

억울해 할만하다. 검찰이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는 검찰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다른 이의 증언에만 의지해서 자기를 피의자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 게 논리적인 게 아닐는지.

법원도 믿지 못하겠다면 대한민국 체제 전체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을 훨씬 전에 거쳐왔기에 

판사에 따라서 판단을 잘못 할 수 있긴 하나 법체제 자체를 부정하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일반 사람이 아니라 거대 야당 대표가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실질 심사를 받아서 '기각'된다면 민주당 내에서 지도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의 생각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낼 수 있다.

기각되어도 구속만 안 될 뿐이지 불구속 기소는 확실하다.

소위 사법 리스크를 안고 대표 자리를 온전하게 유지하기 힘들기도 하고,

유지한다고 해도 총선에서 성과를 내기 힘들지 않을는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의 범죄 사실이 확정되는 게 아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무죄를 인정받으면 된다. 

1심, 2심, 3심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서 판결이 나올 것이다.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되려고 했던, 앞으로도 그런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억울하게 생각해도 이런 모험은 시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당 주류인 부결파의 행태를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재명 대표가 영장 실질 심사를 받게 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그게 오히려 이 대표가 사는 길일 수 있다는 점을 왜 완전히 배격하나?

그들은 일본에 기독교가 전파될 때 '십자가 밟기'를 통해서 

기독교인을 색출했던 것처럼 가결파를 몰아붙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내가 지지했던 민주당이 

이렇게 '다양성 안에서 하나를'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파괴할 줄이야.

소수 가결파를 계속 설득하고,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당을 어떻게 통합해야하는지를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할 마당에 

피의 숙청을 겨냥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다니.

그들이 그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선악이원론 패러다임에 묶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자신들은 선이고 검찰은 악이다. 이게 말이 되나?

대표를 검찰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했으니 가결파도 마녀다. 이게 말이 되나?

그렇게 선악으로 구분할 정도로 자신들은 선인가. 


며칠 후면 이재명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어떤 결과든지 민주당의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실제로 내려놓았다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정치 영역이 아니라 법정에서 해결하려고 했다면

민주당이 이렇게 혼란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었는데, 

아쉽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