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평자들이,
보수주의 신앙의 진영과,
비보수적 신학의 노선에 선 쪽이 대화가 되지 않는 까닭을,
('진보'라는 표현을 굳이 배제했습니다.
한국이 아닌, 유럽과 북미 지역은,
보수근본주의가 소수이고,
주류 신앙/신학은 근대 이후의 비평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쪽이니까요)
성서관의 차이,
즉, 성서 비평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의 여부에서 찾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서 한 지층을 더 파고 내려가면
분명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비평적 성서관이냐, 축자주의적 성서관이냐는,
그 텍스트인 성서가 가리키는 신앙의 대상인,
하느님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는,
바로 '신관(神觀)'의 차이의 결과일 것이라고 저는 보고,
같은 그리스도교라 하더라도,
하느님 관(觀)이 전혀 다르므로,
도리어 타 종교인, 비 종교인들보다도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더군요.

성서를 축자적으로, 마치 법조문처럼 취급하는 것이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받드는 것이라고 여기는 신앙의 저변에는,
하느님을 '전제군주'처럼 일방적으로 강력하게 지배하는,
그런 분으로 여기는 관념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제왕적 군주신론이랄까요.
(*여기서 '군주신론'이란,
2세기 후반에 나타난 이단 사상인, 그리스도의 신성과 삼위일체를 부정하고,
전제군주로서의 성부 단일설을 주장한
'군주신론(Monarchianism)'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삼위일체 하느님을 전제군주처럼 받드는, 그런 정도의 차원에서 사용한 표현입니다)
보수적 칼뱅주의가 강조하는 예정론, 하느님의 주권 지상주의,
개신교 근본주의의 성서 축자영감론,
중세의 천주교가 표방했고, 지금도 상당 부분 여전한,
교권 절대주의 등,
그리스도교 보수 진영의 이러한 태도의 저변에,
하느님의 초월성, 주님 되심을,
권위적, 권력적, 가부장적으로 이해하고 고백하는,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깔려있기 때문에,
이러한 신관(神觀)에 이의를 제기하는
비보수적 신앙인들과 극심한 대립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그런 추론입니다.

보수와 비보수 사이에,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벌어지는 까닭에 대하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듣고 싶어서 잠시 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