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바라보는 심리학에 대한 시각은 말 그대로 다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점에 대한 의견 개진은 자신의 입장이나 시각을 밝히는 것이 되겠죠. 인지과학에서 사람의 마음을 하나의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심리현상을 뇌세포의 신경작용으로 접근하여 거기에다 양자론이 첨가되어 연결주의적 접근방식과 기호주의적인 맴핑방식을 취하여 심리학을 자연과학적 카테고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볼테르님의 입장도 어렵기는 하나 일측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흠 인지과학의 여러 시각들을 한데 모아서 써주셨네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기재하신 입장들이 인지과학 분야에서 하나의 통일된 방법론인 줄 착각하시겠습니다...^^;
그리고 기재하신 내용들은 인지과학 방법론에서 이제 "고전"으로 불리는 것들로 요새 뜨는 연구 방법론들은 아니죠... 이야기의 주제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많이 예를 들진 않겠지만 지금 주류는 텐서신경망(계산주의적 연결망)과 분자수준의 유전-진화 세포생물학입니다. ^^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간 심리를 바라보는 뇌과학쪽 입장은 단호하며 현재 과학계의 주류입니다.


<<좋쳐서는 안될 주요한 포인트는 인간의 이성이나 심리적인 장치가 미래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미리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점입니다. . >>

- 왜 하고많은 인간 능력 중에 미래예측 같은 인지능력 (그런게 있다면)이 중요하다는 거죠? 전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인지과학을 비롯한 행동과학(미국에선 심리학을 이렇게 부릅니다)부류의 연구들은 인간의 일상적인 인지과정과 행동 , 그리고 그것을 촉발시키는 뇌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물론 인간의 뇌가 가져오는 신비로운 행동들중엔 종교적 황홀경이나 방언이라고 불리는 것들, 그리고 차력비슷한 자기 몸에 대한 학대, 환영과 몽상, 미래 예지능력, 염동력 등등이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쇼를 위한 사기극이란 것이 물리학적으로 증명되고 종교적 체험등은 수행등으로 연마된 뇌의 특별한 기제 (예를 들면 visual cortex라고 시각을 담당하는 피질이 있는데 신과의 합일체험을 하거나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어느 종파나 종교를 막론하고- 동일한 뇌파나 호르몬이 분비됩니다)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그게 놓쳐서는 안될 중요 포인트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 할 수 있는 뇌기제의 일부분이란 것 뿐. 미래예측에 관한 인지능력이 연구할 만한 가치가 왜 있는가에 관한 당위성은 잘 모르겠네요...두지랑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리학이나 자연과학적 대상보다는 인문 사회적인 경험과학의 범위안에서는 훨씬 더 가까이 있을 것 같은데요>>

- 이것도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인문사회적인 과학중에는 경험과학이라고 불릴만한 연구들이 굉장히 폭이 좁은데요...그나마 경제학이나 사회학의 일부가 경험과학이라 불리는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쓰고는 있습니다만 두지랑님이 말씀하시는 인문사회학의 경험과학이란 어느 학문을 지칭함인지 또한 궁금하구요.


<<과연 인간 이성의 능력으로 미래를 예언하는 무속인(기독교인도 마찬가지)의 예지적 능력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차라리 그러한 무속인의 계시적인 발설을 전면 부정하고 혹세무민으로 몽땅 잡아다가 가두어버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어떤 사람이 미래예언적 계시를 받은 후 실제로 동일한 현실적 결과가 나타났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꿈이라는 무의식의 단계를 거친 연결방식은 현실속에서도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신적 계시와 인문학적 해석 사이에 놓인 다리를 어떻게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 질문에 차례로 답해드리겠습니다.

미래를 예언하는 무속인의 질문에 대해서는 일단 두지랑님이 질문 던지신 전제에 대해 말씀드리죠. 미래를 예언하는 무속인의 말이 얼마나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속인들이 하는 말에 대해 언어심리학자들 (서양의 연구사례지만)이 연구한 재밌는 결과가 있습니다.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코퍼스(말뭉치)에는 모든 것을 명확히 말하지않고 뭉뚱그리는 어휘가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도 쉽게 그것을 감지할 수 있죠. 가령 "어머니가 아플 운세야" 이 말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과거에 어머니가 아팠다면 사실이고 현재 아파도 사실이고 이나마도 사실이 아니면 미래에 그렇게 될 팔자라는 거죠. 한 마디로 말장난 이란 겁니다. 물론 영업을 하는데에는 손님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필요하죠. 무속과 관계없이 식당을 하거나 심지어 구두수선 하시는 분도 손님의 자세나 옷차림새 눈동자의 움직임, 말투에서 그 손님에 대한 어떤 고정된 패턴의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진화에서 발생한 학습기제입니다.

두번째 신내림을 받아 작두를 타는 등의 행동하고 계시를 내리는 무속인의 경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번의 경우는 뇌과학에서 연구가 진행된바 잇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자주 보여주는 예인데 한 번 시간있으시면 차장보길 권해드립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당들이나 수도승이 경험한 종교적 환상들은 강렬한 뇌의 자기최면에서 비롯됩니다. 뇌의 작용이 참 신비로운 것이, 우리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몸을 통제하는 수준이 높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유가 상하지 않았는데 우유를 시음하게 한 뒤 사실 상한 것이라고 겁을 주자 실험자들의 89%가 토를 하고 식중독 증세를 보였습니다. 놀랍죠? 대장성 세균이 없는데도 뇌는 식중독에 대비하는 상태로 들어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몸의 온도가 올라라고 배가 아프고 한 것은 다 뇌의 작용에 의한 부수적인 결과들이죠. 보통 사람들이 그럴진대, 수행을 한 종교인들의 경우는 자기 최면 현상이 훨씬 강렬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오히려 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99년인가요? 서울대 인지과학 실험에서도 종파를 가리지않고 수녀님, 스님, 목사님 등등을 초청해 (영적 체험이 잇으신 분들) fMRI를 찍어보았습니다. (fMRI란 병원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그 MRI의 일종입니다. 참고로 저희는 CT, PET, rTMS, ERP, EEG등등의 도구를 사용합니다. 대부분 심리학이 외국에선 의대에 속해있는 이유죠.) 촬영결과는 매우 놀라웠는데 대부분 환각을 경험하는 동안 뇌의 동일한 영역에서 신경학적 반응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몇몇 분들을 샘플로 뽑아 가계도를 조사하였는데 유전적으로 뇌의 특정부분이 남보다 발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이는 옛적부터 신기가 대물림된다던가 집안에 꼭 하나살미 신들리면 다른 피붙이들도 그런 사람이 된다든가 하는 속설을 일부 증명한 것입니다. 유전학적으로요. 그외에도 많은 연구사례들이 잇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그런 초인적인 힘이나 자기학대(송곳으로 몸을 뚫고 불길 속을 걷거나 하는 등의)는 뇌의 고통을 담당하는 부분의 선천적 이상 아니면 강렬한 자기 최면이 고통을 유발하는 신경학적 유기물을 억제하는 결과들이란 거였습니다. 우리가 방언을 한다거나 격렬한 찬양중에 느끼는 카타르시스 또한 경중의 차이이지 뇌의 현상적 작용은 대동소이할 뿐입니다. 그럼 하느님은  visual cortex에 임재하시는가? 알라도 그렇고, 힌두교나 불교의 아바타라도 그런데말이죠... 결국 신이 실재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논쟁이 우리가 신을 인식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옮겨간 것이죠...신이 있다면 왜 인간은 그 방식으로만 신을 이해하게 되는가? 신이라면 그런 생물학적 방식을 뛰어넘어야하는것 아닌가? (물론 그럴리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인지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신경/생물학적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니까요)
두지랑님이 알고 싶은 예지능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소뇌는 가장 원시적인 뇌입니다. 진화과정에서 그 크기가 계속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 왔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 6감(식스센스)의 근원이 이곳이란 얘기가 있는데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 예지능력 같은 것은 동물들이 흔히 해일이나 지진 등이 일어날 때 미리 감지하는 것을 들 수가 있는데 인간도 일정부분 그런 능력이 있었는데 진화과정에서 퇴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뇌가 발달하면서 그 주된 기능을 모두 넘겨준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미래예지능력에 대한 굉장한 사건입니다. 인간이 소뇌를 사용하면서 원시적인 예측수준에 머무른 것을 대뇌가 진화과정에서 넘겨받아 합리적인 미래예측 시스템을 위해 수학을 발전시키고 물리학을 알게되고 여러가지 학문을 찬란히 발전시켜 오늘날 우리는 날씨를 미리알고 몇시에 어느 도로가 막히고 심지어 천문학적 계산에 힘입어 달 궤도에 인간을 올려보냈습니다.
두지랑님 진정한 신비는 이것입니다. 미래예지라는 측면에서 인간이 달성해 놓은 결과물들은 외면하시고 진화과정에서 퇴화한 기능이 일부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극소수의 예에 주목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신비주의죠. 가장 신비로운 것은 길가에 핀 민들레입니다. 어찌하여 無가 아닌가? 라는 하이데거의 물음이야말로 가장 큰 신비인 것입니다.

상기한 바 "미래를 예지한 어느 사람이 소위 계시가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다면" 이라고 하셨는데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관념론적 결론에 따르면 미래를 에지한 그 사람의 말을 어떻게 듣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말이 매우 모호해서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은 앞에서서 밝혔거니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뇌는 거기서 자기가 보고싶은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죠. (심리학의 기본이 되는 게슈탈트 입니다)
말씀하신 꿈의 얘긴 역시 소뇌에서 작용하여 대뇌의 일부가 의식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뇌의 운동작용입니다. 꿈도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자동기제, 고정행동패턴의 학습 이런 것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이었고 뇌에서는 꿈을 통해 각 기관의 신체를 시뮬레이션 하듯이 움직이고 조종하는 거죠.
꿈에 관한 초기 심리학적인 입장들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칼 구스타브 융의 연구들이 잇으나 그것은 한갖 실증적으로 논증에 실패한 거대한 상상력의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불과하다는 표현은 좀 그렇군요. 일부 우용한 임상사례들과 아이디어는 신경과학적 연구의 주제가 되어 지금도 살아있습니다만. 특히나 융의 경우 프로이트와 달리 꿈에 대해서는 신적 계시를 긍정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는 그가 신화/종교학에 매료되어 만년에 입장이 오도된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먼저 영적 계시에는 영혼의 개념이 있어야하고 영혼의 개념은 심신이원론의 입장인데 심신이원론은 뇌=마음=영혼이라는 심신일원론에 의해 폐기되어버린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두지랑님은 마음이 어딨다고 생각 하십니까? 심장? 뇌? 마음은 다름아닌 뇌를 지칭하는 이원론적 어휘가 아닐까요? 영혼과 마음이 비물질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하신다면 마음이 뇌로 환원되었을 경우 그것을 인식하는 영혼또한 실은 뇌 작용이 파생한 결과가 아닐까요?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해서 하나씩 제거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겝니다.


<< 이러한 생각은 결정론적 세계관(혹은 예정론)과 자유의지라는 상반된 전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만 다르게보면 신과 인간의 힘겨루기 같은 생각도 듭니다>>

결정론적 세계관과 자유의지라는 대목은 신경과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잇는 문제입니다. 먼저 인과론을 논해야겠지만 그것은 양자론과도 맞물려있고 멀게는 라플라스적 측면의 고려도 역사적으로 언급해야 하기에 얘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다른 꼭지에서 따로 다루어야 할 정도로요.그래서 따로 글을 올리겠습니다만
먼저 두지랑님께 묻고 싶은 것은 어느 입장이 신적이고 어느 입장이 인간이란 건지 헷갈립니다. 자유의지는 기독교에서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었다는 견지인데....예정론 또한 그렇구요...루터가 자유의지론에 반해 노예의지론을 집필한 것도 맞고 그렇다면 천주교측과 개신교측의 입장이 다른 건지...또한 예정론이 칼뱅이 말한 그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인과론에 얘기되어지는 용어인지 분명하게 해주십시오. 만약 일반철학적인 관점에서 인과론을 말하시는 거라면 물리학적 고찰들과 함께 신경과학적 최근 성과들과 입장을 보여드릴 수 있슴니다. 그게 아니라 신학적인 거라면 제가 무지한 관계로 좀 자세하게 용어구분을 해서 다시 질문을 저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04년도에  신경과학과 관련하여 신경윤리학이라고 해서 백악관에서 미래의 윤리학이란 심포지엄을 열고 신경과학자, 윤리학자, 정치학자들이 모여서 자유의지에 관한 미래의 문제들을 논의했거든요...(그들의 안목과 대비가 부럽습니다..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