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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축의금 1만 3000원...

조회 수 1694 추천 수 24 2005.11.16 22: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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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 사이트에서 서핑을 하다가 한 분의 블로그에 이 글을 보았습니다. 그 분이 동호회에서 읽은 실화라고 합니다. 없지만 행복한 분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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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의금 1만3000원.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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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5.11.16 23:20:35
*.249.178.23

잘 읽었습니다.
눈물 나는 이야기군요.
그렇지만 따듯하네요.

[레벨:0]여병찬

2005.11.18 15:58:44
*.127.157.11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내와 아이들과도 함께 읽고 싶네요.

[레벨:11]권현주

2005.11.21 11:06:09
*.244.165.224

오늘 날 우리의 외로움은
삶의 핵심을 나누는 일에 둔감한 것과 상관이 있지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늘 의식의 표피층에 머무는 대화, 관계, 판단 등등...

무방비상태로 눈물을 흘리고나니
외로움의 실체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는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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