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설교비평 - 독인가, 약인가

조회 수 1986 추천 수 19 2005.09.30 23: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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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용섭 목사님의 설교비평을 처음 읽었을 때,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습니다. 그게 언제인지, 어떤 계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는 방법을 배워가며,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것이 있음을 차츰 알아가기 시작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세상뿐만 아니라 교회도 역시 다른 각도에서 보고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하던 때였구요. 그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언제부턴가 설교를 듣다가, 주일학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문득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 느낌을 다른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앉혀놓고 공부의 중요성과 공부를 게을리 했을 때의 참담한 결과에 대해 설명하시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셨다. 학생은 그 말씀을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음날 선생님은 또 학생에게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시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학생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찾아온 학생에게 선생님은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데 왜 하지 않느냐고 울먹이며 꾸짖으셨다. 학생은 열심히 하겠다고 그렇게 다짐하고도 공부하지 않는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시 굳게 결심했다. 다음날도 선생님은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하시고 학생은 열심히 해야지 결심한다. 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다른 교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저는 그런 태도들을 답답하게 여겼습니다. 늘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교회에 신물이 나기도 했지만 그게 정확히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아니 오히려 제가 너무 삐딱한 건지 어떤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설교비평은, 다시 말하지만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생수였고, 천군만마 보다 든든한 응원군이었습니다. 더 이상 아닌 것 같은데 하며 고개만 갸우뚱거릴 필요가 없었고, 이건 아니다 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자신감 같은 것도 마구 샘솟고 말이지요.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의 끝이라고 한다면 굳이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릴 것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때쯤 해서 약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아닌 것에 대해서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제가 입만 열면 모두들 입을 닫고, 심지어 슬슬 자리를 피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딴지 대왕', '삐딱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겠습니까. 저는 또 저대로 그런 그들이 한심해 보여서 못마땅했구요. 교회에 대한 신물이 염증으로 발전할 무렵 떠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 들을 만한 것도, 배울 만한 것도 없는 이 곳에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하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문득 풍랑 이는 바다 위의 배 안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예수님을 타박하던 제자들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작 혼자 밥을 챙겨 먹었어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까지도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왜 입 안에 넣어주지 않느냐'며 징징대고 있는 형국이란 걸 겨우 알게 된 것이지요.

설교비평이 잘못된 부분을 꼬집어내서 그것만을 확대시켜 보여 주는 돋보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그보다는 아마도 제가 아직 볼 수 없는 저 멀리 있는 실체를 조금 가깝게 당겨서 보여주는 망원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망원경을 통해서 실체와 그 방향을 가늠해 본 후, 그 다음에 거기까지 찾아가는 것은 제 자신의 두 발로 스스로 걸어가야겠지요. 이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후회스럽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을 돌아보며 이렇게 엉성하게나마 글로 정리를 해보니 오히려 어떤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나는 듯합니다.

하루 종일 굵은 비가 쏟아지네요. 비가 그치면 쌀쌀해진다고 하는데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자아도취에 의해 오-바된 벅찬 가슴으로 힘차게 구호 한마디 외치며 줄이겠습니다. 이왕이면 한 번씩 따라해 주시기 바랍니다.

"약 좋다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

[레벨:1]John

2005.10.01 01:46:21
*.205.20.31

너무도 공감이 가는 말씀을 적어 주셨습니다. 저 역시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련의 프로그램과 활동들이 제가 따라가기에는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용섭 목사님의 표현대로라면 '신앙의 강화'만 있지 '심화'를 이루는 과정이 없는 그런 메시지와 프로그램들이란...

교회에서 양육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양육이라... 목사님께서 배워오시는 어느 출판사의 교재들을 정해놓고 가르치는 코스입니다. 저희가 그것을 배워서 또 다른 청년들에게 가르치는 것이죠. 제 자신이 그 코스를 먼저 학습했던바, 크게 배우는 것은 없었습니다. 왜 배운 것이 없었겠느냐만은 배웠던 책들 한번도 다시 펴보는 일이 없으니... 물론 배우는 제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회의(?),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매번 고개를 쳐들고... 제 자신도 어쩌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순응해 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교회에서 메시지와 교회에서 행해지는 여러 활동들에 대한 비평적인 시각을 많이 내뱉고 있던 소인입니다. 들은 풍월과 읽은 풍월로... 말씀해 주셨던 것 같이 사람들이 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도 느낍니다.

이젠 메시지에 대한 그리고 타인의 '신앙의 패턴'에 대한 비평적인 말을 삼가할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가 믿고 있고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면, 굳이 말이 아닌 행함으로 묵묵히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하는... 어제는 어느 목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참 많이 나누었습니다. 왜 목사님들이 그런 메시지들 밖에는(?) 전하시지 못하시는지, 왜 교회는 그런 프로그램들로 유도를 하는지... 왜 우리의 신앙 패턴이 이럴 수 밖에 없는지... 그 목사님도 노력은 하시지만, 목회의 현장성을 무시할 수 없더라는 말씀, 그리고 교인들이 바로 그런 것을 원하더란 말씀... 그래서 본인도 아닌줄은 알지만 쉽지 않다는 말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또한 그것이 생계와 관련된 것이기에 더욱...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도 필요하지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보지만 한계와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 또한 제게 필요하다면 필요한 듯 하여...

저도 이곳 사이트를 안지 얼마되지 아니하여, 처음 목사님의 글들을 대할 때의 다른 곳에서 제시해 주지 않았던 새로운 시야로 신선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물론 저만 몰랐었지 이미 많은 분들이... 그러나 또 한편 주류(?)에 속해 있는 저의 상황과는 대치되는 것들로 혼돈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목사님과 여러분들의 귀한 글들은 제게 분명 새로운 시야를 제공해 주고 있거니와 성서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여주신 바, 제가 감히 아는 것도 없이 질문도 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우는 학생의 자세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올려주신 글에 공감이 가, 생각나는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그럼, 이만...

[레벨:11]권현주

2005.10.01 11:56:45
*.244.165.224

본질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비교적 상대적인 것으로 여겨질만한 것들때문에
본질을 비껴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되면
수용하기가 어렵고, 내부의 갈등때문에
시간 낭비, 에너지낭비가 있었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고...

이런 과정에서 잃어버리게되는 마음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면, 마음의 평화는 도달된 상태가 아니라
항상 유보되기만 하는 관념 속의 어떤 상태...

망원경을 발견하셨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고민의 내용이 만만치않아 주목하게 됩니다.
발견과 깨달음의 내용, 기대하겠읍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10.01 23:36:54
*.249.178.8

권요한 씨와 John 씨는 동일인가요?
존은 한글 이름으로 요한이지요.
설마 같은 분은 아닐테지.
그런데 생각도 비슷하시네요.
더구나 설교비평이 단지 다른 설교자의 설교에 흠집을 내는 것보다는
멀리 영적인 실체를 향한 작은 손가락 질이라는 사실을 똑같이 말하고 있네요.
두 분 모두의 앞길에 영성의 심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설교비평이 독일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가져야겠군요.
주의 은총이.

[레벨:5]권요안

2005.10.03 09:04:26
*.229.37.174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아이디를 john이라 쓰고 있거든요.
저는 천주교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제 이름 요안은 세례명이지요.
할머니께서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시거든요. 저는 개신교인이 되었지만.
(거기 얽힌 기구한 사연...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으흐흑...)^^;
세 분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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