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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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274】 세상에 붕어빵이...
추석 지나고 날씨가 쌀쌀해지니 벌써 붕어빵이 나왔다. 조치원에 사시는 은퇴 목사님 붕어빵 마차가 금남면사무소 옆 두진아파트 앞에 작년 그 자리에 며칠 전부터 문을 열였고, 운동하면서 보니 로터리 근처에도 올해 새로 생긴 붕어 마차가 하나 보였다.
다른 간식을 딱 끊고 안 먹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씩 붕어빵 1천원어치씩 사 먹는 것이 유일한 간식이라서 더 맛있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사람 만날일이 별로 없기에 붕어빵 할아버지라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입에 거미줄 안 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오늘은 목사님 붕어빵 문을 안 열어서 처음으로 로터리 근처 붕어빵집으로 갔다. 그런데 한 마리에 700원이다. 헐~! 천원짜리 한 장 주니 달랑 붕어 한 마리 밖에 안주네~. 그래도 목사님은 천원에 두 마리인데... 진짜 물가가 겁나게 올랐네~.
【여유일기277】 고양이랑 반병씩
운동을 나가기 전 꼭 530ml 생수병에 물을 꽉 채워가지고 가방에 넣는다. 고가다리 밑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 물그릇은 항상 말라 있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지나가면서 길고양이 물그릇에 물을 반병씩 부어주고 간다.
주변에 물을 먹을만한 곳이 없어서인지 고양이가 얼른 달려와서 물을 할짝인다. 물 한병으로 고양이랑 반병씩 나누어 먹는 셈이다.
나는 산행을 할 때도 항상 배낭에 2리터짜리 생수 한 병을 넣어 가지고 간다. 물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나누어주기 위해서이다. 의외로 물을 충분히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물이 중요하다는 것을 미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과 뭐라도 나누고 싶은데 딱히 뭐가 없으니 물이라도 열심히 나눔 해야지.
【여유일기284】 모과
올해 1월부터 나 혼자 나가서 주일 11시 예배만 드리기 시작한 대평성서침례교회 목사님과 4주 초신자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목사님이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에 초신자인 줄 알고 하자고 해서 '네'라고 대답했다.
한 교회에 소속이 되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냥 주일에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싶어서 나간 것인데, 목사님도 딱히 크게 간섭을 안 하셔서 그동안은 참 좋았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 참 부담스럽다. 특히 은둔 수사로 살아가는 나는 나를 드러낼 수도 안 드러낼 수도 없는 애매한 처지이다. 기존의 교회에서는 나같은 사람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안받아 주는데 목사님이 미국에서 목회를 하신 분이라 개방적인 마인드가 있어서 나 같은 사람도 받아주실 것 같기는 하다.
올해는 교회 마당에 모과가 아주 많이 열렸다.
【여유일기287】 봉투 재활용
딱히 붕어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작년에 두진아파트 앞 붕어빵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 그 접촉점으로 매일 붕어빵을 1천원어치씩 사 먹었다. 그렇게 안면을 트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계획은 실패했다. 그 할아버지는 목사님이셨다.
올해도 붕어빵을 파시는데 이제는 붕어빵을 담아주는 종이봉투가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냥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여기에 담아 주세요.” 하고 재활용을 한다.
내가 쓰던 것을 내가 다시 쓰는 것인데 뭐가 어떠랴. 그렇게 한 다섯번 정도 재활용하면 할아버지가 그냥 새 봉투로 바꿔 담아주신다. 딱히 내가 환경론자라거나 도덕군자여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붕어빵을 다 먹고 나면 봉투를 길가에 버릴 수도 없고 해서 그냥 가방에 넣었다가 꺼내는 것일 뿐이다.
【여유일기289】 일상의 기쁨
나의 62번째 책이자 열번째 시집 <일상의 기쁨>이 도착했다.
<인간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매일 만나고 보는 주위의 평범한 일상이며, 다른 하나는 그 일상을 사고(思考)하는 ‘나’이다.
날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 가운데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며 두리번거린다. 일상에서 하나님이 숨겨놓은 ‘기쁨’을 찾지 못하면 그 어디서도 기쁨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일상에서 찾은 평범하면서도 시시하면서도 가만히 마음을 열어주고 보듬어주는 詩. 이 시집은 특별한 형식 없이 아무 때나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그저 단순하게 받아 적어놓은 시 중에서 한 권 분량을 추렸다.> -머리말 중에서
아내가 축하한다며 ‘갈비탕’을 사 주었다. ⓒ최용우
사랑채가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제가 군불을 때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