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글 수 7,930
관련링크 : |
---|
마음이 콩알만큼 위축되는,
그런 날이 있어요.
내가 위축되었었구나, 알고 나면
더 씁쓸하고 초라한 느낌이 듭니다.
그럴 땐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렇게 토닥토닥 위로받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그치만 막상 입을 열어 무엇을 말하기도 어려운,
형체는 없으나 실체는 있는 그런 것으로부터 파생된 감정이라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게 되지는 않지요.
이 나이 되도록 왜 마음을 두텁고 탄탄하게 만들지 못했을까요?
얇은 꽃잎처럼 바람만 불어도 분분히 흩날리고, 떨어지고, 밟히고, 뭉개집니다.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입니다.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곤두서고, 지나치게 걱정을 하게 됩니다.
평생 하나님을 믿어왔는데 이렇습니다.
아주 작은 일에 마음이 좁아지고 작아져서
하나님은 어디에도 안 보이고
누구 기댈 사람 없나 둘러보고 찾아보게 되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음에 꽉 차게 신뢰로운 대상이 없습니다.
하릴없이 기도할 수밖에 없어요.
잘 안 들어 주시겠지만요.
세상의 모든 소외되고 약한 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이 충만하게 내리기를.
봄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말이죠.
은빛그림자님,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네요.
매향이 여기까지 날아오는 듯합니다.
봄이 오기 전에 눈이 좀 내려야 하는데,
올해는 영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2022년 봄을 내 인생의 마지막 봄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기다려야겠습니다.
김선우 시인의 "벚꽃 잘 받았어요"를 읽어보겠습니다.
이 봄에 아픈 내가
꽃을 놓칠까바
당신이 찍어 보내온 활짝 핀 벚꽃 영상
여린 꽃들 피어 무거운 가지 들어 올리는 저 힘
어디에서 왔나?
몇뼘 둘레와 몇자 키와 몇근 무게로 측정될 벚나무 속에
두근거리는 저 기운은
벚나무 형상 속, 벚나무 형상 너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 무언가
꽃으로 밀려와
오늘은
당신과 섞였구나
활짝 핀 꽃나무 아래에서는
마음 섞이는 일이
몸 섞는 일이구나
기운을 내요
전해오는 당신의 마음
향기로운 살을 받아먹는다
응, 기운 낼게요
<창비시선461, 내 따스한 유령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