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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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똥차

어디선가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서 나가보니 대문밖에 똥차가 서 있고 고무호스가 정화조까지 펼쳐져 있다. 우리 집 똥을 푼다. “아이고 똥을 많이도 쌌네. 몇 년을 안 푼거야?”
똥을 푸려면 전화를 해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지금 1주일 작업량이 밀려 있어 지금 신청하면 일주일 뒤에나 온다고 한다. 저기 윗집에서 1주일 전에 신청을 했는데 오늘 똥 푸러 왔다고 한다.
대문 밖에 똥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웅이 할머니가 “에이, 온 김에 우리 집도 퍼줘어... 뭘 신청하고 기다리고 혀. 기냥 호스만 꽂아줘.” 그리하여 맘씨 좋은 똥퍼 아저씨가 호스를 끌고 들어온 것이다.
정화조가 순식간에 뚝딱 비워졌다. 아침에 똥차를 보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던데, 오늘 우리 집에도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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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씽크홀?

우리는 화장실에서 엉덩이 까고 앉아 일을 보면 잠시 후에 쑤와~ 물을 내려 흔적을 지우고 손 씻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날마다 평생을 반복하면서 한번이라도 내가 눈 똥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옛날에는 ‘정화조’라고 부르는 똥통을 마당에 묻고 그곳에 똥을 모아 한 번씩 똥차로 똥을 펐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똥도 그냥 바로 하수관을 통해 물이 빠나가는 것처럼 ‘오수관’을 통해 어디론가 멀리멀리 가버린다.
우리 동네 똥통들이 다 직업을 잃었다. 드디어 우리 동네도 집집마다 똥들이 빠져 나가는 ‘오수관’ 연결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빈 똥통에 흙을 채워 덮었는데, 비 한번 오고 나니 흙이 푹 꺼져서 여기가 바로 똥통이 있던 곳이라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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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화장실 묵상

문을 열면 북풍한설 찬바람이 쳐들어오는 날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 나는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화장실로 달려가 앉았다. 한바탕 변기에 폭탄을 투하하고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추운 날 엉덩이를 까고 편히 앉아 거사를 치루어도 춥지않은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감사가 절로 나온다. 
중학생 때까지 나는 ‘변소’라는 곳에서 똥을 눴다. 겨울에는 똥을 누면 차곡차곡 쌓이면서 얼어 똥탑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막대기로 밀어서 똥탑을 무너뜨려 준다. 겨울에 변소에서 일을 보면 정말 엉덩이가 시렸다. 안양에서, 인천에서, 보은 산골짜기에 살면서도 아래가 다 보이는 푸세식 화장실은 겨울에 정말 추웠다.
그런데 이렇게 비록 온수는 안 나오지만 비데까지 달린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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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파지 휴지

“엄마 우리 휴지 이만큼 남았어요.” 라고 큰딸이 사진을 찍어 가족 톡방에 올렸다. “옹~ 아라써...”
처갓집 근처에 ‘화장지 공장’이 있다. 그런데 제조 과정에서 ‘파지’가 많이 나오나 보다. 화장지가 잘 못 감기거나 절단선이 찍히지 않았거나 어쨌든 상품으로 팔기 힘든 것을 한꺼번에 모아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 마을 사람들에게 아주 싸게 판다.(거의 100롤을 1만원 정도?)
장모님이 그것을 몇 봉지씩 사서 가족들에게 나누어 준다. 우리에게도 주셔서 오랫동안 따로 화장지를 사지 않았다. 작년에 아이들에게도 한 봉지 실어다 주었더니 열심히 쓰고 조만큼 남았다고 한다.
향기나는 비싼 화장지로 똥꼬를 닦는다고 똥꼬에서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용하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 낼 모레 서울 딸들 집에 갈 때 또 한 봉지 실어다 줄 생각이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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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모자 생겼다

“아빠, 제발 노란 똥모자 좀 버리세요. 멀리서 보면 머리에 노란 똥을 이고 다니는 것 같아요.”
“똥떵어리 같은 내 얼굴을 받쳐주는 모자가 그나마 이거밖에 없는데 버리라 카믄... 뭐, 다른 모자를 하나 사주고 버리라 카든지...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너무 많아서 모자로 하늘을 가리고 다니기 때문에 모자가 없으면 밖에 못 나가야.”
그런데 정말 딸 2호가 모자를 사서 택배로 보내왔다. 할 수 없이 노란 똥모자는 버리고.. 이제부터는 하얀 떡모자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떡장사 해야겠네.
그래도 백화점에서 산 블렉야크 모자이다. 딸이 사준 소중한 모자니 잘 이고 다닐께. 그란디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깨 우리동네 중광사 스님이 쓰고 다니는 모자랑 똑같에.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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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3.09.27 21:04:29
*.104.32.89

최용우 님은 중학교 시절까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다 하시는데,

저는 30대 중반, 현풍교회 담임 목사 시절까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교회당을 짓고 수세식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뒷간 처리는 1981년 군목 생활을 하던 포천군 일동면 시골집 시절입니다.

허름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나란히 놓인 두 개 돌이 있습니다.

거기에 올라 앉아서 볼일을 보는 거지요.

볼일 보기 전에 재를 먼저 뿌리고 볼일 본 다음 다시 재를 뿌리고

삽으로 덩어리를 뒤로 모아두어야 합니다. 

냄새가 전혀 없어요. 파리도 없고요.

아주 위생적입니다. 물론 재활용도 되고요.

똥과 죽음이 비현실이 된 이 시대를 행복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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