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질문입니다.

조회 수 1427 추천 수 11 2005.12.19 23: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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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목사님께 여쭤 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은둔’과 ‘침묵’에 대한 질문입니다.
불교계에서는 은둔과 침묵을 그리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불교계 내에서도 “속세를 떠나 또 어디 가서 수행하려는가?”라며 은둔과 침묵을 비판하는 시각도 많은 듯 합니다만, 법정 스님이 은둔을 선호하시는 점이나 또한 일반적인 수행의 한 방편으로써 묵언이 사용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어쨌든 불교는 은둔과 침묵에 대해 관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떠한지요?
제가 알기로는 “모이기에 힘쓰라.”라는 성경구절이 있는 것 같던데...
기독교에서는 은둔과 침묵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와 관련된 성경구절이 있으면 그것도 좀 알고 싶네요.
바쁘신데 귀찮게 해드리는건 아닐까 조심스러워 집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12.20 23:36:05
*.249.178.26

먼지 님,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행위를 '은둔' 및 '침묵'과 직접적으로 연결해서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먼지 님도 그걸 전제하고 물으셨겠지요.
그러나 약간 우회하는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예배는 바로 그런 은둔과 침묵의 변형된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정지될 때만 예배가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이 예배에서는 인간의 주관적 감정까지 억제 되어야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만 온전하게 지배하는 자리라는 말씀이지요.
이런 점에서 예배를 사람들에게 은혜를 끼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은혜까지 억제될 필요가 있어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삼위일체 하나님만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이 받는 은혜라는 게 별로 타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은혜 받았다는 게 좀 웃으운 현상이라는 걸 아시겠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은혜가 무엇인지도 잘 모릅니다.
자신이 감기가 걸리면 그게 자기에게 결국 좋은지 아닌지 모르는 거와 같지요.
다만 자기가 어떻게 하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내가 은혜 무용론자는 아닙니다.
은혜가 단지 인간의 주관적 감정, 확신, 느낌,
뭐 대충 그런 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는 아직 하나님의 은혜를 참되게 깨달은 사람 중에서
"나 은혜 받았어!" 하고 떠드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특히 그런 걸 간증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은혜를 값싸게 만드는 거죠.
지금 우리는 예배와 은혜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지요?
침묵과 은둔에 대해서 말해야지요?
내가 지금 사막의 성자들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수도원 전통에 대해서도 공부할 건 많지만,
이 시간에 그런 걸 모두 떠벌릴 필요도 없어요.
내가 따르고 싶어하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토마스 아 켐피스 같은
신비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당연히 기독교 전통에는 은둔과 침묵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훨씬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기독교 영성에 천착하는 목사들은 그런 실천하고 있지요.
승려들의 하안거와 동안거를 우리 개신교 목사들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하지요.
말이 많다는 건 속이 허하다는 증거입니다.
나도 글을 많이 쓰는데, 그것도 역시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모이기에 힘쓰라"를 교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합니다.
언제 시간이 있을 때 그걸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은 좀 어렵겠네요.
다만 성서 구절은 늘 그것이 처한 "삶의 자리"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성서 텍스트는 공중에 뜬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 역사를 배경으로 한 거에요.
그 삶의 자리에서만 타당한 이야기이죠.
그걸 오늘 우리의 삶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건 견강부회에요.
오늘은 은둔과 침묵의 리얼리티에 대해서만 한 마디 하는 것으로 끝냅시다.
저는 수도원, 독방에 들어가야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의 일상이 바로 그것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어도 우리는 침묵하고 은둔해야겠지요.
그건 바로 하나님과의 참된 만남으로 가능합니다.
바람, 안개, 눈, 찬송, 기도, 만남, 식사, 배설 등등,
모든 삶에는 은둔의 공간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겠지요.
우리가 전자 현미경을 통해서 보면 세포가 보이고,
더 정밀한 현미경으로 보면 원자 안에서 공간이 보이듯이 말입니다.
참으로 이 세상은 신기합니다.
이 세계는 우리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요즘 개신교에는 예배의 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청중들에게 볼거리, 들을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예배가 아니라
신비한 생명이 힘들이 가득한 예배는 어떠해야할까요?
침묵과 은둔의 영성이 예배와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까요?

[레벨:0]먼지

2005.12.21 00:24:35
*.255.47.1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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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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