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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날 듣게 된 어느 가슴 아픈 고백 하나

조회 수 1767 추천 수 10 2005.12.26 22: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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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탄절 예배는 어느 한인교회에서 드렸습니다. 그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출타 중이시라서 지난 주에 이어 두 주 연속 설교 요청을 받은 것이지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설교를 마치고 나자 광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교회는 <새 가족 성경 공부반>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로 신앙생활 했는지에 상관 없이 그 교회를 처음 출석하면 누구나 기독교의 신앙에 대해 기초부터 다시 교육시켜서 잘 적응케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어제가 공교롭게도 그 새 가족반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총 8명의 수료자 중 6명이 예배에 참여했고 그 중 2명이 대표로 몇 주간의 교육 중에 받았던 감명 깊은 기억을 나누는 ‘간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나온 자매 한 분의 의례적인 인사에 이어 두 번째 나온 한 잘생긴 형제의 짧지만 인상 깊은 고백이 제 마음을 아프게 찔렀습니다.

그 형제는 여기서 한 3년 신앙생활 하다가 5년 전 서울로 갔었답니다. 거기 어느 개척 교회에서 약 5년 동안을 봉사했는데...... 자신이 일하던 학원과 같은 건물에서 상가 교회를 담임하시는 출석 교회 담임 목회자는 유난히도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일들을 벌였답니다. 일할 사람이 적은 개척교회 특성상 자신은 완전히 올 라운드 플레이를 해야 했고요. 교회 학교 교사, 성가대원, 청년부 임원 활동과 더불어 학원 쉬는 시간에도 짬짬이 교회에 불려가서 봉사를 해야 했답니다. 그러기를 약 5년! ‘이게 내 신앙으로 하는 거야 의무감으로 하는 거야?’라는 회의가 물밀 듯이 밀려오면서 완전 탈진 상태에 빠져들었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그 형제는 올 해 들어 담임 목사님께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말씀을 올린 후 모든 직책을 내려 놓고 8개월 간을 쉬다가 이 곳 런던으로 다시 나왔다고 하는 게 아닙니까? 여기 와서 다시 <새 신자 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것은 ‘봉사는 내 힘으로 하면 고역이 되니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하라’라는 것이었답니다. 예배 후 자세히 보니 식사 봉사를 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봉사에는 완전히 체질인’(?) 형제 같이 보였습니다.

그 형제 이야기를 듣고 또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참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목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교회의 형편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바쁜 형제 자매들을 교회 봉사라는 명목으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우리네 목회현실에 대한 서글픈 생각도 들었고요.

한국 교회의 신자들은 참 귀한 분들 같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휴가도 여름 성경 학교다 하기 수련회다 하는 데 다 써 버리고 가정도 친구 관계도 다 희생한 채 오직 교회봉사에 매진하는 지사충성 하는 마음을 가졌으니까요. 교회에 충성하는 것이 하나님께 하는 충성으로 전혀 의심 없이 고백해 버리는 그 용감함이 참 무서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지요? 그렇게 몸이 망가져라 충성하는 이들이 틈만 나면 ‘이젠 쉬고 싶다’ ‘이게 정말 믿음으로 하는 거야 의무감 때문에 하는 거야?’하는 말을 하니까 말이지요. 처음의 마음 가짐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보람도 자부심은 사라진 채 오직 버거운 <일과 노동> 만이 자신을 짓눌러 오는 현실!

저도 신학생 때 그리고 전도사 때 정말 그처럼 짐승 같이(?) 일한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전도사 적엔 제 자신이 ‘난 사찰 사무원 전도사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 적이 있습니다. 밤 12시 연탄불 갈기, 새벽 4시반 연탄 불 확인 (불 꺼진 날은 담임목사님께로부터 아작 나는 날! - 24시간 연탄 불 확인 필수), 아침 8시 반 목양실 청소, 매주 월요일 교회 쓰레기 버리기, 매일 교회 지하실 배수 펌프 확인, 틈 나는 대로 화장실 청소. 거기다 유치부, 유년부, 소년부, 중고등부, 청년부, 구역, 심방, 목사님 부재시 땜방 설교, 교회 행정......

영국 교회를 다니니 참 자유가 느껴집니다. 교회를 빼먹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안 합니다. 전화 한 통 없습니다. 목사인 제가 교회 빼먹었다고 누구 하나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습니다 (물론 영원한 이방인인 이유도 잇겠지만요). 때로는 내게 무관심 한 건가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오직 제 마음 속에 느낌일 뿐입니다. 4년 남짓 영국 교회를 다니지만 단 한 번도 저는 어떤 의무감 혹은 부담감을 갖고 신앙생활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 전 어느 한인 교회에 다니는 평신도께서 제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 주시더군요.  어느 주일 오랜 만에 가족들과 함께 낚시를 가느라 예배당에 가질 않았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전화통에 불이 나더랍니다. 구역장, 남전도 회장, 구역 담당 교역자, 여전도 회장, 학생회 지도 교역자......”무서워서 다시는 교회 못 빼먹겠습니다!” 그 분의 결론이었습니다.

참 묘하네요. 목회를 안 하니 비로소 하나님의 숨결을 가정에서, 책상에서, 중국집에서, 청소하는 현장에서 또 접시를 닦는 곳에서 더욱 세밀히 느낄 수 있으니 말이지요. 새벽부터 밤 늦도록 일하며 지쳐서 사명감으로 목회할 때는 교회 업무와 일만 보이고 하나님은 잘 느낄 수가 없었는데요. 물론 교우들은 전부 교회 일군으로 보였고요. ‘저 분을 어떻게 써 먹지? 놀리면 게을러져!' 하는 게 늘  제가 밥 먹고 생각한 일 같습니다.

비록 한국식의 교회 성장과 부흥의 개념으로 보면 교회 같지 않은 영국 교회이겠지만 저는 담임 목사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성도들에 이르기까지 사명으로 일하는 분을 여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지사충성이라는 말은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이해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그들에게는 ‘형편 따라 봉사’ 가 몸에 벤 분들이니까요. 그것도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 말이지요. 무슨 프로그램이 있어야지요!

이 번 성탄절 휴가 때 영국을 빠져나가 외국 여행을 떠난 이들이 2천 3백만 정도 된다고 하는 데 참 거리가 조용합니다. 지하철도 올 스톱 그리고 버스도. 일할 때는 무섭게 일하는 이들이지만 (영국의 평균 노동 시간은 유럽에서 최고 깁니다) 놀 때는 뒤도 안 돌아 보고 (교회야 뭘 하건 말건^^) 훌쩍 떠날 수 있는 분위기가 왜 이리도 부러울까요?

우리도 좀 더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그런 날이 오게 되겠지요?

정 목사님 그리고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현아

2005.12.26 23:12:10
*.117.161.32

절절이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한국교회에서 한 주라도 예배에 불참하게 되면
그날은 전화통 불붙는 날일 껍니다.
교회나름이기도 하지만,
개척교회일 경우는 교회분위기를 구경가기도 무섭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인지,. 조직에의 충성심 때문인지..
개교회 세불리기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건지..

암튼 이기적 불순물이 섞이지 않는
순수한 사랑때문이기를 바라게 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12.26 23:44:51
*.249.178.15

신완식 목사님,
런던도 춥나요?
테임즈 강도 얼 때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런던을 관통하는 강이 테임즈 맞지요?
외국인들에게 연말 연시는 쓸쓸한 시기입니다.
한국의 외국인들도 그렇고,
런던에 가 있는 한국 교포들도 그렇겠지요.
목사님의 글을 통해서 영국교회의 분위기를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군요.
제가 잠시 머물렀던 독일도 마찬가지였어요.
유럽 여행을 한 목사님들은 그런 걸 보고
유럽의 기독교가 죽었다고 말하지요.
교회가 죽는다고 뭐 큰일 날 것도 없겠지요.
그래야만 세상이 산다면, 죽는 게 차라리 낫겠지요.
죽은다기 보다도 존재의 내면에 충실한다고 보아야겠지요.
만약 교회가 잠잠한 게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면
교회는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안식(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목사님의 글발이 유연한 것 같네요.
쉽게 쓰는 데, 요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느껴지는군요.
새해에 건강하시고,
모든 가족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시를 빕니다.

정정희

2005.12.27 00:19:39
*.120.203.176

목사님,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
profile

[레벨:4]이상훈

2005.12.27 01:58:32
*.75.96.174

신 목사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귀한 경험과 생각들을 글로 많이 올려주세요...연말연시에 건강하시길...

[레벨:1]정세웅

2005.12.27 15:12:10
*.59.44.99

실제적인 이야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하네요. 막연히 그럴것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마, 그런 곳에 있다가 한국교회를 겪으면 당황스러운 점이 많이 있겠죠. 요즘 작은 성경공부모임에서 많이 생각하는 문젠데, 이글을 그냥 한 번 같이 읽어도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을 듯 합니다.(그래도 되겠죠?^.^) 신완식목사님께서 올려주시는 글에서 좋은 시선을 많이 얻게 됩니다. 따뜻한 또 한 해를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레벨:7]우익지

2005.12.28 06:39:21
*.94.149.1

이곳의 7월 4일은 국가 공휴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가죠. 특히 자영업을 하는 한인은 이때가 여름 휴가시기이고 교회는 사람이 쑥 빠집니다. 저의 장인 장모님께서 방문하셨을 때였는데 바로 7월4일 한 주 전에 목사님께서 "로뎀나무 아래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셨는데 엘리야가 갈렐산에서 내려와서 기진해서 쓰러질 때 하나님의 치유를 설명한 설교였습니다. 먹이시고 쉬게하고 그리고 나서 새로운 사역을 주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말미에 다음 주에 교회에 못오셔도 좋으니 가서 짧게 예배보고 충분히 쉬고 오십시요 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장모님 말씀이 "자네 목사 문제있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목사가 그런 말씀을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의 장모님을 나무랄 수 없죠. 한국에서 신앙생활하시니까요. 그런데 이곳 한인 교회에도 한국에서와 똑같은 방법으로 신앙생활하는 교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많은 한인들은 신앙생활에서 자유함이 얻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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