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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윤리에 관한 질문

조회 수 1612 추천 수 13 2005.12.16 1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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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목사님,
목사님께서 올리신 글 '칭의와 성화'에 관한 내용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

칭의 뿐만 아니라 성화도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독교와 윤리에 관한 의문이 또 생기게 됩니다.

기독교의 본질이 단순한 윤리나 도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도 윤리나 도덕과 전혀 무관하게
살아가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음 안에서, 은혜 안에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로
하나님에게 정죄는 받지 않는다 할지라도
세상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 한 인격체로서 살아가면서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흠이 많게 되면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비난과 양심의 가책 또한 많이 받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인간답지 못하다, 사람답지 못하다,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목사님이 쓰신 글에 의하면
기독교인은 일상생활 가운데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행위들에 대해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또 하나 기독교와 윤리를 만일 분리시켜서 생각한다면
세상을 둘로 나누어서 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아닌지, 그것이 오히려 비성서적인 것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신앙과 윤리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정립해야 할지
성서적이고 신학적인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12.17 07:56:49
*.249.178.16

김종원 님,
신앙과 윤리라는 주제는 이렇게 지나가는 투로 끝낼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본질적입니다.
질문에 한정해서 간단히 말해볼까요.
내 글이 신앙과 윤리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한 건 아닙니다.
윤리는 신구약성서가 매우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십계명에도 6가지가 윤리적인 것이고,
산상수훈에도 역시 윤리적인 내용이 매우 많지요.
바울의 편지 역시 교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게 많습니다.
성서에 왜 윤리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할까요?
성서가 살아있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성서 전승은 역사를 초월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철저하게 그 역사 안에서 숨쉬고 있지요.
그런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하나님 경험이
곧 성서라는 거룩한 문서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에요.
구체적인 역사에서 살아가는 그 사람들은
당연히 당시의 윤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하나님을 진실하게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경험은 간접적인 거지만,
어쨌든지 그들은 그들이 살던 윤리체계 안에서 무언가를 진술해야만 합니다.
그게 곧 성서윤리에요.
그 시대와 똑같은 윤리라는 게 아니라 거기에 영향을 받았다는 거지요.
그래서 성서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윤리가 많이 나옵니다.
예컨대 동성애 비난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런 것만이 아니라 성서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적 윤리에요.
여자들이 교회 안에서 가르치는 일은 좋지 못한 겁니다.
이런 윤리들을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시킨다는 건
성서가 역사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겁니다.
그런 게 믿음이 좋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축자영감설에 의존해서 말이지요,
성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데서 나오는 어리석음이에요.
그렇다면 성서윤리는 오늘 우리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일"까요?
그럴 리가 있나요.
성서윤리는 기본적으로 하나님나라를 지향합니다.
비록 그 시대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근본에는 하나님 나라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깊이 들어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다른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입니다.
이 문제는 또 다시 기독교의 본질과 연관되기 때문에 여기서 더 이상 설명할 수는 없어요.
사실 기독교의 가르침은 전체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한 두 가지만 따로 떼어서 설명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기독교 윤리를 말하려면 창조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또는 종말론도 역시 기독교 윤리에서 매우 중요하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 윤리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행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기 때무입니다.
내가 칭의론과 성화론에서 말하려고 했던 핵심이 바로 이겁니다.
우리의 윤리는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 놓인 것이라는 거죠.
우리는 뭐가 윤리적인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절대적인 대답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합니다.
여호와의 증인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칙적으로만 본다면 그게 훨씬 기독교적인 윤리에요.
다만 우리는 무조건적인 비폭력보다는
이 상황을 살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는 거죠.
이처럼 인간적인 상황만으로는 절대적인 윤리적 규범을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해서 인간 삶의 정황을 무시할 수도 없어요.
여전히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구체적인 삶에 정당한 윤리들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지금 배아줄기 논쟁이 심각하지요?
이것도 역시 기독교 윤리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성서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지만 말이죠.
신앙과 윤리가 이원론적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지요?
옳습니다.
신앙적인 사람은 반드시 윤리적으로 살아가게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변화했기, 또는 변화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소금으로 변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짜게 되어있어오.
좋은 나무가 되어 있으면 당연히 좋은 열매를 맺겠지요.
문제는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닦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에 들어간 사람이
어떻게 반생명적으로 행동할 수 있겠어요?
신앙과 윤리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말해라고 했는데,
대충 됐는지 모르겠군요.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존재와 행위'로 집결됩니다.
나는 행위가 존재에 의존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믿음으로 의로워질 뿐만 아니라 성화한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현실적인 인간은 이 세상의 실체를 완전하게 뚫어볼 수 없다는 점에서
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신학은 필수불가결입니다.
나가서 인문학적 성찰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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