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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타 무르자니의 임사체험 수기: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를 위해서 이 생각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아니타는 홍콩에 사는 인도 출신의 여인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할아버지 때부터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고, 또한 그 곳에서 대니라는 남성과 운명적인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중, 가까운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는 것을 슬퍼하던 차에, 공교롭게 자신도 임파선 암에 걸리게 된다.


서양 의학을 불신하던 그녀는 인도에서 요가와 아유르베다 의학의 도움으로 받고는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홍콩으로 돌아온 그녀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라는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다시 몸이 나빠졌다.(그녀는 책 전체를 통하여 우리가 암에 걸리거나 정신적으로 아프고, 또한 불행을 느끼는 이유가 우리의 삶이 자기 내면의 중심에 바탕을 둔 삶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의해 초래되거나 강요된, ‘불안에 바탕을 둔 삶’(fear based life)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중소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고, 그러던 중 그녀는 증상이 악화되어 다시 큰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고, 급기야 상태가 더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의사는 회복불능을 선언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서른 여 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그 이후 완전한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의식을 잃었던 그 시간동안 그녀가 경험했던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미지로만 남았지만, 그녀는 그 것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혼수상태동안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뇌의식이 정지되면서,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의 새로운 의식()”(total awareness)으로 들어갔다.(임사체험을 경험했던 뇌신경학자 알렉산더는 이 것을 초의식이라고 이야기 했다. 물론 대뇌 신피질의 작용만 정지한 것이지 림빅 시스템을 비롯한 대뇌 구피질 이하의 작용까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물질이 아닌 에너지의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특이하게도 그녀의 임사체험에는 임사체험자들이 흔히 증언하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경험이 없다.)


자신의 새로운 의식은 산소 호흡기와 여러 의료기계에 몸을 맡기고 죽어가고 있는 자신을 객체처럼 느꼈고(보았고), 비보를 듣고 인도에서 자신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고 오는 오빠, 홍콩의 병원에서 의사의 위로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남편, 그리고 자신을 간호하는 간호사 등 시공간을 넘어서서 동시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는 순간 그녀의 의식은 더 확장되었고 또한 무한한 우주의 중심으로부터 오는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에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그 새로운 의식 속에서 과거의 자신, 현재의 자신, 그리고 미래의 자신은 동시적으로 존재했다.(이것은 마치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서 노인이 된 주인공이 단일성(Oneness)의 깨달음 속에서 과거의 자신들과 동시적으로 만나는 경험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그녀는 고인이 된 아버지와 친구 소니의 의식과도 만나며, 그들과 사랑의 감정을 깊이 느낀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버지, 소니와 자신이 서로 개별 의식으로 존재하면서도 사실은 하나의 의식이라는 분명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살아있을 때의 의식과는 다른, 죽음 이후의 초의식의 특징인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면서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와 같은 막 - 넘어가게 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 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곳에서는 삶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그 막을 넘어서 죽음의 세계로 완전히 넘어갈지 스스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새로 확장된 의식이 느끼는, 조건 없이 무한히 사랑받는 느낌, 또한 그 자유, 가벼움 때문에 본능적으로 다시 돌아오기 싫음을 느꼈지만,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라는 아버지와 친구 소니의 간곡하고 애정어린 충고(?)에 의해서 다시금 육체로 돌아오게 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육체로 돌아오고 나서, 현대의학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되는데, 몇 개월 후에 그녀는 완전히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 눈먼 사람이 어느 순간 눈을 번쩍 떠서 푸른 하늘과, 나무와, 꽃과 세상을 보고나서 다시 눈을 감게 되지만, 그 순간의 ’(seeing)은 그의 남은 생애를 통하여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되는 것처럼, 다시금 삶 속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임사체험도 그러했다. 부처님도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으로 들어가실 때 이랬을까?


그녀는 임사체험을 통해서 자신 속에 있는 무한한 자아(Infinite Self)와의 연결을 경험했고, 또한 그 무한한 자아는 임사체험 시 느꼈던 궁극적 우주 에너지(무조건적 사랑)’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무한한 자아와의 연결을 통해서 느끼게 된 조건 없는 사랑의 에너지는 그녀를 치유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하나임’(Oneness)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하였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의 무한한 자아로 들어가는 통로는 자신의 의식적 노력이나 생각이 아니라, 솔직한 느낌과 감정이었고, 그 것에 충실하지 못하면 무한한 자아에 연결될 길은 없다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된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이 무언가가 되겠다는 생각과, 이웃을 구원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고. 상대방과 나를 향하여 겨누어진 선악, 옳고 그름의 잣대만큼 나와, 이웃, 그리고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없다고. 무한한 자아와 연결된 존재로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또한 가장 고유한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고. 남을 사랑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사랑을 받아 사랑이 넘치는 사랑 그 자체가 되어라고. 그래야만 이웃은 나로부터 사랑의 에너지를 느끼고(받고), 또한 그 스스로들도 가장 고유한 자신이 될 수 있으며, 세상은 그렇게 변한다고.


나는 이 지점에서 성서에서 말하는 종말(완성)의 메타포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게 된다. 하느님 안에서 만유가 하나가 되는 단일성, 달은 달의 영광을, 별은 별의 영광을, 해는 해의 영광을 가지는 것처럼 고유한 자기로 부활하는 개별성의 역설적 통합 - University - 의 꿈 말이다. - 이것은 전체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 결국 이것은 개체의 부활이자 우주의 완성이며, 종말(완성)은 개체의 부활이 우주의 완성과도 다르지 않은 하나라는 신비를 드러낸다. (이 종말(완성)은 역사의 시간이 직선적으로 끝나는 어떤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아니타는 사람이 죽음 후에 만나게 되는 상황은, 그가 극악무도한 범죄자이거나, 설령 히틀러일지라도, 가혹한 심판이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한 범죄자들과 극악무도한 자들의 삶은 그 범죄를 저지른 이후의 삶이 이미 스스로 가혹한 심판이었다고... (이 부분은 충분한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도 전부터 이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부록) 지금 쓰는 이야기는 묘한 유사성에 관한 이야기다.

 

궁극적 우주 에너지(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와 잇닿아 있는 무한한 자아는, 에크하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느님이 우리의 영혼 속에 낳은 독생자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즉 그가 말한 영혼 안에 있는 창조되지 않은 어떤 것’, ‘영혼의 불꽃’...


또한 반야심경에 나오는 는 우리의 감각의 영역을 넘어서는 초월적 직관, 아니타가 경험했던 새로운 의식(Total awareness)과 묘하게 통한다.


융은 노이로제의 치료가 아닌 누미노제 체험을 통한 전일적 치유를 정신 치료의 근본이라고 이야기 했다. 분열된 정신이 통합되어 전체성을 획득하는 것, 즉 자기(Self)에 대한 체험과 실현은 바로 누미노제적 체험이며 아니타가 말한 무한한 자기와의 연결과 아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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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17.07.03 21:50:36
*.2.45.53

아!  이 책을 읽으신 소감을 올려주셨군요. 반가워요.

저도 4-5년 전에 읽었는데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의식이 확장된 것 같은

놀라운 느낌을 받았던 책입니다.

하도 좋아서 주변친구들에게도 소개했었어요.

아직도 생생한 느낌이 남아있어

첫날처럼님이 쓰신 내용이 공감되요..



[레벨:28]첫날처럼

2017.07.04 09:25:33
*.168.51.35

저도 이 책이 너무 좋았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또한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행복했구요. 웃겨 님께서도 똑같이 느끼셨다고 하니 저는 더 기분이 찢어질 듯... 지난 번 헨리 나우웬 책 Bread for the journey 에 대해서도 웃겨 님께서 지금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하신 기억이 나는데... 우연은 아닌 듯 해요 ㅋ. 잘 지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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