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인셉션" 영화 감상평

조회 수 4557 추천 수 0 2010.08.16 13: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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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 아내(도로시)가 모 사이트에 "인셉션" 영화에 대한 나름 감상문을 올려 놓았는데,
혹 나처럼 [인셉션] 영화를 보면서 헷갈려 했던 분들에게 혹 도움이 될까 해서
아내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퍼 왔습니다..... 근데 약간 걱정이 됩니다.
제 아내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다비아에 자주 들락 거리는 편이라서 
아무래도 쓴 소리 들을것 같아서....ㅎㅎㅎ 






올 여름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인셉션], 저도 보고 왔답니다. ^^

아마도 보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 요런 재미있는 영화, 오랜만에 느낌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어 들어왔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겐 스포일러 있음을 알려드리며... ^^;)


화면 가득 코브의 토템이 멈출 듯 말 듯 돌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네요.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아...!” 하는 신음소리 뒤로 한스 짐머의 테마 음악이 장쾌하게 울려퍼지더군요. 

짐머의 음악을 타고 다시 영화의 부분부분들이 내 안에서 되살아났구요. 부분들이 덩어리지며 영화 전체가 내 안으로 점점 크게 굴러올 때쯤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 들려오더군요. 나처럼 여태 앉아 있는 관객을 향해 꿈에서 깨어날 시간임을 알리는 ‘킥’인 거죠. 이래저래 천재적이고 다층적인 감독을 향해 웃음을 날려줄밖에요.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메멘토] [인썸니아] [베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다크나이트] 그리고 [인셉션]까지, 그는 정말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매번 영화에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나가는 아키텍트네요.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심리를 솜씨 좋게 그려내는 데도 재주가 있구요.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한 [메트릭스] 시리즈에 흠뻑 빠졌던 나로서는 그것의 변주 같은 [인셉션]이 낯설지 않았구요.


이 영화, 내용이 다중적이고 미로처럼 복잡해서 그 해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에게는 타인의 무의식(꿈)에 침투해 그의 기억을 변형시켜 무의식의 흐름을 바꿔놓음으로
의식적 자아를 변화시킨다는, 지극히 심리학적 내용을 밑바닥에 깔아놓은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에게는 탁월한 심리영화처럼 느껴졌어요.

이제부터 영화 속에서 느낀 몇 가지 심리학적 코드들로 영화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해하기 쉽도록 주요 부분을 몇 단락 나눠봤어요. ^^ )


* 꿈과 무의식

영화의 대부분의 배경이 되고 있는 ‘꿈’.

꿈에 대해 제일 먼저 의미있게 주목한 학자는 프로이드예요. 꿈을 무의식의 세계로 보았고, 무의식을 중요한 심리학적 토대로 만든 장본인이죠. 그러니 영화를 보는 내내 놀란과 함께 그가 부활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거죠.  


이참에 프로이드가 말하고 있는 마음에 대해 살짝 맛보기 공부를 시켜드릴게요. ^^

이제는 많이들 알다시피, 프로이드는 인간의 마음을 원본능(id)과 자아(ego), 초자아(super ego)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누었어요.

원본능은 언제나 쾌락을 추구하려는 본능이라면, 초자아는 보통 양심이라고 말하는 도덕적 원리(사회의 가치관, 이상, 규범, 제재, 금기...)랍니다.

쉽게 예를 들면, 어린 아이가 예배 도중에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발장난을 치고 있어요. 이를 발견한 그의 아버지, 그 아이의 다리를 살짝 때리며 예배에 집중하라고 엄한 눈빛으로 주의를 주죠. 이때의 어린 아이가 원본능이라면 아버지는 초자아인 거죠. 그 둘이 한 사람 마음 안에 들어 있는 거구요.


그러니 위의 예처럼 초자아가 큰 사람, 얼마나 살기 팍팍하겠어요. 원본능 안의 천진난만함이나 성취욕, 성욕, 자유하고 독립하고 싶은 욕구, 재미있고 싶은 욕구... 들이 엄한 초자아에게 검열당하고 금지당하고 무시당하고 수치스럽게 취급당하게 된다면 자신의 자아상까지 왜곡되겠죠.

학교 다닐 때 이런 선생님 꼭 있었잖아요. 입만 열면 늘 바른 말만 하고 잔소리 심해서 아이들에게 인기 없던... 늘 똑같은 모양의 옷차림에 단추를 턱밑까지 채우고 있던...

벌써 우리 나이도 딱 그 나이가 되었네요. 그러니 어느새 나도 그렇게 변해가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에요. 그동안 내 모습과 표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두 한번 거울 앞에 서볼까요? ㅎㅎ


근데 쾌락을 추구하려는 무의식적인 인간의 원본능은 시간, 장소 구분없이 나타나는, 워낙 강한 거라서 초자아가 검열하고 금한다고 없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마음 안에는 원본능과 초자아의 갈등과 긴장 상황이 늘 존재하게 되죠. 이때 자아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자아는 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시키고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해요.  

원본능과 초자아 사이에서 쌓이는 긴장을 풀어주고 원본능의 욕구와 초자아의 금기를 적절히 조정해 주지 않으면 히스테리, 불안, 공포, 강박, 피해망상, 과대망상... 등의 신경증에 걸리게 되는데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은 바로 이런 신경증을 치료해 주기 위해 발달한 학문이랍니다.
이제 프로이드나 정신분석, 안 어렵죠? ^^


이런 원본능과 초자아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내 안에 그것이 있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어요. 그러니 무의식의 보물창고인 꿈이야말로 원본능과 초자아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면서, 나를 알고 이해하기 가장 적합한 장소죠. 그래서 프로이드는 우리의 무의식에 주목하며 꿈을 연구한 거구요.

그래서 정신분석학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면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학문인 거죠.  


그런데 이 영화, 그 무의식의 세계인 꿈에 타인의 의식적 자아가 접속하는군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꽤 그럴 듯하게 뚝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밀고 나가네요.

영화는 주인공 코브가 겪는 심리적 트라우마라는 한 축과 재벌 상속자 피셔의 꿈에 접속해 그의 기억에 새로운 생각을 심는 ‘인셉션’이라는 한 축, 이렇게 두 줄거리를 가지고 전개 됩니다. 



* 아내와 신경증

우선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코브는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아내에 대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까지 쓰고 있기에 아이들과도 생이별 상태에 있구요. 그러니 그에게 인셉션을 맡기며 성공하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는 사이토는 코브의 구원자가 되는 셈이네요.


코브의 아내 맬. 그녀의 이름 Mal은 나쁜, 사악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네요.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이 나쁜, 사악한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아내, 사실은 코브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불러내는 아내의 허상입니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아내와, 자신 앞에서 죽음을 선택한 가장 나쁘고 잔인한 아내, 게다가 자신을 완벽한 살인자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게 만든 아내에 대한 억압된 분노 속에서 그의 내면에 양가적 존재로 멈춰버린 아내 맬.
그녀는 코브의 심리상태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형된 다중적 캐릭터로 나타나며 그에게 죄책감과 무력감과 분노감을 반복시켜 줍니다.
그러나 실제 그의 아내가 어떤 인물이었고, 죽음을 선택한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알 길이 없어요. 코브의 꿈속에서 쓸쓸하고 슬픈 표정으로 “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고 되뇌이던 그의 아내, 아마도 현실왜곡의 깊은 우울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여성, 아리아드네. 코브는 꿈의 세계를 설계하는 아리아드네에게 “기억에 의존하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은 기억과 추억들로 도배해 놓고 있죠.
꿈은 그에게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는 몽환적 장소입니다. 그곳을 배회하며 죽은 아내를 되살려내고 죄책감을 환기시킴으로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이라는 무한 벌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불쑥불쑥 나타나 그를 괴롭히는 아내는 신경증의 병적 증세만 깊게 할 뿐이죠.

신경증이란 바로 이처럼 강렬하게 고통받았던 과거의 어떤 시점에 머물면서 아주 작은 자극만으로도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환기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이때 코브 앞에 아리아드네가 등장하죠.
아리아드네, 자신이 사랑하는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괴물을 처치하고 무사히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신화 속 공주 이름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네요. 놀런 감독, 복잡한 이야기 구조 구석구석에 고맙게도 요렇게 맬이나 아리아드네처럼 작품 해설의 실마리들을 숨겨놓고 계시는군요. ^^    

그러니 이미 죽었지만 무한 재생되며 그의 내면을 황폐화시키는 맬이라는 사악하고 나쁜 괴물을 처치하고 자신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아리아드네가 코브에게도 인셉션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미 영화 도입부에서 아리아드네는 반복강박을 깨고 어떻게 내면에 새로운 길을 창조해낼 수 있는지 우리에게 시범을 보여주었죠. 코브와 함께 들어간 꿈의 세계에서 이미지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거울문을 대면하고 선 아리아드네. 거울문에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손으로 균열을 내 깨뜨리고는 그 앞으로 나타나는 길을 코브에게 보여주잖아요.   


영화 끝에 가서야 중요한 메타포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속 펜로즈의 계단처럼 무한 순환되며 미로에 갇힌 궁지를 느끼게 하는 자신의 현실을  정면으로 대면(직면)하라는 메시지. 직면은 정신분석적으로도 중요한 메시지인데요, 실제로 신경증은 자신이 가장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과거 그때로 돌아가 그 순간을 직면해야 비로서 상흔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치유가 시작되죠.


이름처럼 아리아드네는 꿈의 맨 밑바닥인  코브의 림보까지 따라 들어갔고, 코브가 반복되는 아내의 허상에 직면하여 그것과 싸워 이겨낼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있어주며 그에게 치유와 해방을 안겨주죠. 내적 괴물과의 싸움에서 이긴 코브에게 이제는 림보로 가서 사이토를 데리고 돌아오라는 조언까지 해주는군요.

심리상담사 역시 아리아드네가 되어야 할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어요. 내담자와 함께 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밑바닥 심층까지 함께 내려가 그가 자신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자. 미로에서 벗어나 새 길을 창조해 내도록 함께 머물러 주는 자.
나 역시 내 내담자들에게 진정한 아리아드네가 될 수 있도록 지혜와 명민함을 계속 길러가야겠어요. ^^


그런데 놀란 감독, [인셉션]뿐 아니라 [메멘토]에서도 [프레스티지]에서도 매번 그의 영화 속에서 아내들을 죽이는군요. 살해당하고 사고사당하고 자살하고... 주인공인 남편들은 아내를 상실한 심리적 트라우마에서 고통당하도록 만들구요.
그러니 아내들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독립적이지 못한 채 허상일지라도 남편에게 매달려 있도록 하는 놀란의 여성에 대한 무의식이 살짝 궁금해졌어요.    

현실에서 놀란의 아내는 그의 첫 영화 [미행]에서부터 [인셉션]까지 제작자로 등장하는 능력 있고 독립적인 여성이에요. 그러나 영화 속 아내들은 남편을 배경으로 존재하는 의존적인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실제 아내와 영화 속 아내들은 다르네요. 그런데 그 아내들, 왜 계속 죽어야 하는지, 놀란 감독이 여성을 향한 자신의 양가적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그의 무의식적 신경증으로 보아야 할까요?

[메멘토]에서는 주인공 레너드가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감당할 수 없는 죄의식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에게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벌을 내리죠. 그럼에도 순간순간 아내의 죽음 장면이 상흔으로 반복되며 자신의 미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군요.  


그런데 이번 [인셉션]에서는 그런 놀란 감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어요. 내면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성, 아리아드네라는 구원의 여성을 데리고 돌아온 거죠. 자신의 아내와도, 영화 속 아내와도 다른 새로운 여성상인 그녀가 놀란 감독이 찾아낸 자신의 아니마(남성이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여성 이미지)라면 다행이겠어요. 그동안 놀란 감독이 성숙해졌다는 증거니까요. ^^   



* 금고와 초자아

또 하나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전개되는 피셔의 ‘인셉션’ 이야기.

코브에게 인셉션 당하는 피셔의 내면에는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기억이 고통스럽게 자리잡고 있죠. 아버지를 실망시켜 주었다는 낮은 자존감 탓인지 귀족적인 풍모이지만 우수에 찬 모습으로 등장하네요.

잠을 자는 무의식 상태에서도 자신을 단단히 방어하는 수준 높은 초자아를 가지고 있구요. 기관차(1단계 꿈), 여러 명의 경호원(2단계 꿈), 금고를 지키기 위해 온갖 무기로 무장한 경호대원(3단계 꿈) 들은 꿈속에서 활동하는 그의 초자아들이죠.

그들은 피셔를 수치스럽게 하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고통에 찬 기억을 계속 억압상태로 있도록 온 힘을 다합니다.


초자아가 강한 사람일수록 검열하고 금지하는 품목이 많고 강도가 센데요, 그럴수록 본능적 욕구도 따라서 세진답니다. 원본능의 욕구는 누르면 누를수록 강한 힘으로 튀어오르려는 용수철과 같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초자아에 대해 좀 더 말해 볼게요.

초자아를 구성하는 도덕적, 사회적 내용들은 제일 먼저는 부모에 의해, 나중에는 선생님이나 목사님 등 권위를 가진 어른에 의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심어지게 되죠. 그 당위성의 압력들은 나에게 내면화되어 성격이나 정신의 일부가 되구요.

내 초자아는 어떻게, 어떤 내용들로 구성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 부모와 어린 시절 교육받은 환경을 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보면 금방 느껴지는 게 있을 거예요. 그러니 자녀를 어떻게 교육 시켜야 할지 눈치 챌 수 있겠죠? ^^

우선 부모인 나부터 자유롭고 편안해진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그러나 피셔는 아버지를 실망시킨 아들이라는 죄책감과 사랑을 주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상속자로서의 자격은 있지만 경영자로서는 미달이라는 자신감 없는 태도를 시종 하고 있죠.
그런 그가 육중한 금고문을 열었을 때 병상에 누워 죽어가던 아버지가 거기 계시더군요. 순간, ‘놀란, 정말 심리학을 제대로 아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돌이킬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 “너에게 실망했다....”에 “그것은 네가 나처럼 되려고 했기 때문이다”를 새롭게 부가한 인셉션.


피셔의 꿈을 통해 본 그의 원본능은 아버지의 인정, 칭찬 속에서 친밀감을 느끼고 싶다는 사랑의 욕구죠. 그의 초자아는 자신감 있고 능력 있는 아들만이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다는 거구요.
그러니 자신감 없고 능력 딸리는 수치스럽고 열등한 자신을 자아와 초자아는 억압시킬 수밖에 없는 거예요. 자신의 원본능의 좌절을 가장 비참하게 상기시켜줄 아버지와의 마지막 사건은 경호부대까지 동원해 깊이깊이 금고 속에 숨겨두어야 했을 테구요. 그러니 그의 초자아의 고군분투가 참 눈물나게 하네요.  


그런 피셔에게 코브는 아버지와의 새로운 교감이라는 인셉션을 행하네요. 아버지의 한 마디 말이 피셔의 삶을 변화시켜 주는군요. 정말 초자아의 힘은 막강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원본능은 초자아가 허용해 주어야만 충족된다’는 원리를 알고 있는 놀란, 그러니 그가 얄밉도록 똑똑하다고 느낄 밖에요. 


초자아가 어떤 집단보다 발달할 수밖에 없는 기독교도인 우리, 우리의 최고 권위자이신 하나님 아버지야 말로 우리에게 인셉션해 주셔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 인셉션과 하나님

똑같지는 않아도 나 역시 살면서 코브의 아내 같은, 코브 같은, 피셔 같은 경험들을 했죠. 우리 모두 그럴 테죠.

내 앞에 가로놓인 담이 너무 높아 뛰어오를 수 없다고 느꼈던,
모퉁이를 돌면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무수한 갈래길들이 기다리던,
막다른 골목길에 부닥쳤던,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길을 찾지 못하던,
어디에도 행복이나 기쁨은 없다고 느껴졌던,
그 사람이 미워 버려버리고 싶었던,
믿었고 사랑했던 사람을 갑자기 홀연히 잃어버렸던, ....
그런 순간들... 있었죠.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슬퍼했던...


가장 깊은 상처와 고통은 가장 강렬하게 원했던 궁극적인 욕구의 좌절 탓이죠.
사랑받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성취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궁극에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는....

그런데 기독교도인 우리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따지며 상처를 주네요. 

네가 그러면 안돼지, 네가 그러면 얼마나 창피하니? 네가 그러면 나쁜 사람이지, 점잖지 못하게 왜 그러니? 이 정도는 되야지, 항상 왜 그 모양이니?....
무수한 도덕적, 윤리적 잣대를 가지고 초자아의 역할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나 기독교 윤리를 오랫동안 연구한 자크 엘룰은 ‘기독교에 윤리는 없다’고 말해 줍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의지로 움직이는 사랑의 법이 적용받기에, 하나님을 다 알지 못하면서,
나 역시 원초적인 죄인으로 긍휼함이 필요한 사람이면서 누가 누구를 판단하고 벌 줄 수 없다는 거,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판단의 몫은 하나님만의 고유 권한이라는 거죠.
우리는 그저 겸허히 '시간의 끝으로 가는' 삶을 살면 된다고 말해주는군요.

그러니 윤리와 도덕 아래에서 ‘해야만 한다’ ‘하면 안된다’는 무수한 당위성들을 내려놓고 조금은 가볍고 자유로워진 나 자신으로 그분 앞에 서야겠어요. 


원본능과 초자아가 조율하여 조화를 이루며 충만하고 풍요로운 자기 자신이 되어 산다는 것,
멋지고 흥미롭지 않나요?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어설프게 당신처럼 되고자 애쓰기보다(그런 사람들, 교회 주변에 많지요.)
당신 창조성의 원형질이 살아 있는 나 자신으로 살길 원하실 거라는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내 힘으로는, 내 의식으로는 그 창조성으로 되돌아가기 힘든 나의 한계들을 알기에
그분의 인셉션을 원합니다.

꿈속으로, 기도 중에, 찬양 중에, 말씀 가운데, 묵상 속으로, 일상 가운데...
그분이 오셔서 내 무의식에 당신으로 내 의식의 흐름을 바꾸고 삶을 변형해 주시기를...

그분이 오셔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고비들을
말씀 안에서 답을 찾고 찬양으로 불안을 달래며
기도로 묵상으로 높은 담을 넘고 미로를 빠져나왔던 날들... 
보복하고 버려버리고 싶어서 쩔쩔 끓던 순간들을 돌이키고
놓칠 수 없어 움켜쥔 손을 펼 수 있었던 시간들...
그러니 오늘 내 삶은 그분의 은혜, 은총입니다. 

나에게 허용해 주시고 계신 모든 사건, 사람, 환경과 일... 모든 것 감사입니다.

"하나님, Thank you!!"
“나와 함께 해준 시간들과 또 그대, Thank you!!” ^^




* 글이 너무 길었죠? ^^; 뭔가에 집중하면 나도 모르게 깊게 들어가버려서...
대신 이렇게 긴 글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분께 감사 선물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예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를 보냅니다. ^^ 
(이 영화에서 꿈을 깨우는 '킥'으로 사용하던 음악이에요. )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Car Ma Vie, Car Me Joies

      Aujourd'hui Ca Commence Avec Toi 
    
     .......
     아니예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예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나의 삶 나의 기쁨이

     오늘 그대와 함께 시작되거든요!


나와 그대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셉션되어
우리의 길이 매일 새롭게 시작되기를.... ^^


[레벨:22]샘터

2010.08.16 16:08:38
*.49.248.148

부인이신 도로시님이 전문 영화평론가 아니신지요 ?
영화를 못봐서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프로이드 용어까지 쉽게 풀이해주시면서 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보고 싶다는 id  가 작동합니다^^
산청에서 조우하여 반가웠습니다 .두분이 여행다니시는 모습이 부러웠구요
개와 병아리 구경하러  샘터식구들과 한번들르겠습니다
수련회에서 뵙겠습니다 (도로시님도 같이오시면 좋을텐데..)

profile

[레벨:13]하늘바람

2010.08.17 10:25:25
*.83.208.131

erema님! 제 아내는 영화평론가는 아니고 영화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난 정통무협영화, 스포츠영화, 휴면다큐같은 것을 좋아하는고로 아내와는 취향이 많이 달라서
같이 영화를 보는 경우는 일년에 두 세번 정도입니다....ㅎㅎㅎ

지난 토요일 서울샘터식구들과 산청에서 짧은 시간 함께 하였지만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양지에 서울 샘터식구들과 오세요... 맛있는 토종닭이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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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4]웃음

2010.08.16 23:20:07
*.155.235.162

Non, Je Ne Regrette Rien’ 는 제 핸드폰의 컬러링입니다.
혹 음악 감상을 원하시는분은 제 핸펀으로 연락바랍니다. 010-4143-9139  제 벨소리도 같아서 저도 감상하렵니다.

Non, Je Ne Regrette Rien’ 는 영화 "장미빛 인생"에서도 불리워지죠...  바로 에디트 피아프의 인생여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여인이 바로 이 인셉션의 아리아드네로 열연한 여인이지요...

이 영화는 끝나도 일어나지 마세요... 마지막에 관객을 깨우기 위해서 다시 노래가 나오거든요..


노래 가사 올려봅니다.

.Edith Piaf(에디트 삐아프)의 La Vie En Rose(라 비앙 로즈, 장미빛 인생)에 들어 있는

 

Non, Je Ne Regrette Rien(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란 곡 입니다.

  Non, Rien De Rien,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Ni Le Bien Qu'on M'a Fait

사람들이 내게 줬던 행복이건 불행이건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그건 모두 나와 상관없어요!

 

Non, Rien De Rien,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C'est Paye, Balaye, Oublie,

그건 대가를 치렀고, 쓸어버렸고, 잊혀졌어요.

Je Me Fous Du Passe

난 과거에 신경쓰지 않아요.

  Avec Mes Souvenirs

나의 추억들로

J'ai Allume Le Feu

난 불을 밝혔었죠.

Mes Chagrins, Mes Plaisirs,

나의 슬픔들, 나의 기쁨들

Je N'ai Plus Besoin D'eux

이젠 더이상 그것들이 필요치 않아요

  Balaye Mes Amours Avec Leurs Tremolos

사랑들을 쓸어 버렸고

Balyae Pour Toujours

그 사랑들의 모든 전율도 영원히 쓸어 버렸어요.

Je Reparas A Zero

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에요.

  Non, Rien De Rien,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Ni Le Bien Qu'on M'a Fait

사람들이 내게 줬던 행복이건 불행이건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그건 모두 나와 상관없어요!

  Non, Rien De Rien,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Car Ma vie, Car Mes Joies

왜냐하면 나의 사람, 나의 기쁨이

Aujourd'hui Ca Commence Avec Toi

오늘, 그대와 함께 시작되거든요!

 

 Non! Rien de rien...

Non ! Je ne regrette rien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

 

농 리에드 리앙

농 쥬(줘)너 러(허)끄레(헤)뜨 리앙

니 르 비앙 꿔 마 페

니 르 말 뚜 싸 메 뱌녜갈

 

  Non ! Rien de rien...

Non ! Je ne regrette rien...

C'est paye, balaye, oublie

Je me fous du passe!

  농 리에드 리앙

농 쥬(버)너 러(허)끄레(헤)뜨 리앙

쎄 빼이예 발 레이예 우블리예

줘 뭐 푸 뒤 파세

  Avec mes souvenirs

J'ai allume le feu

Mes chagrins, mes plaisirs

Je n'ai plus besoin d'eux !

  아베크 메 수블리흐(ㅎ)

지[에] 알 뤼메 르프[ㅎ]

메 샤그량 메 플래지

줘 내 플뤼 브주앙 드[ㅜ]

  Balayes les amours

avec leurs tremolos

Balayes pour toujours

Je repars a zero ...

  빨 래이예 레자무[ㅎ]

아 베 끌러 [ㅎ] 트레믈로흐(ㅎ)

빨 래이예 쁘 두후ㅠ

줘(버) 허 빠하 제호(ㅗ)

  Non ! Rien de rien...

Non ! Je ne regrette rien...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

  농 리에드 리앙

농 쥬(줘)너 러(허)끄레(헤)뜨 리앙

니 르 비앙 꿔 마 페

니 르 말 뚜 싸 메 뱌녜갈

 

 Non ! Rien de rien...

Non ! Je ne regrette rien...

Car ma vie, car mes joies

Aujourd'hui, ca commence avec toi !

  농 리에드 리앙

농 쥬(줘)너 러(허)끄레(헤)뜨 리앙

까르(ㅎ)마 비 까르메 주ㅘ

우로쥬ㅎ[ㅢ] 싸꺼멍[ㅆ] 아베[ㅋ] 뚜와

 

 

 

profile

[레벨:38]클라라

2010.08.17 22:44:55
*.209.173.60

이번 여행에서 도로시 집사님을 잠깐 뵈었었는데,
아주 인상깊었어요. 거창국제연극제에 다녀오시는 길이시라구요.
서울팀과 찢어지는 일정만 아니라면 그 연극이야기 계속 듣고 싶었는데,
정말 많이 아쉬웠지요. 다음 번에 꼭 기회를 맹글어 봐야 겠어요.
평을 읽고나니 저 영화 꼭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노래가사 풀어주신 웃음님께도 감사드려요.

profile

[레벨:28]이신일

2010.08.18 07:37:06
*.161.27.154

저도 영화 좋아해서 이거 봤어요.^^ 그리고 토이스토리3와 쏠트도 봤지요.
그런데 저는 인셉션 너무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ㅠㅠ
끝이 분명한 영화를 좋아하니까요...ㅎㅎ
아무튼 상당히 자세한 감상기 잘 읽었습니다.
profile

[레벨:37]paul

2010.08.26 14:24:38
*.190.43.172

토이 스토리 3은 보지 못했지만 -- 아이들이 저만 빼고 보러 갔어요 ㅠ.ㅠ -- 토이 스토리는 제가 명작으로 꼽는 영화 중 하나죠.
재미도 재미지만 픽사에는 IEEE에 논문도 많이 내고 또 상도 많이 받은 이 분야의 개척자들이 많이 있어서 볼 때마다 감동입니다. 팽귄이 기침할때 먼지 하나하나가 다 계산으로 나온다고 한번 생각하시면서 보세요 -- 영화 보는 다른 재미도 솔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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