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사과 크기로 축소될 수 있을까?

오늘 영신 신대원 '여성신학' 수업 시간에 무슨 말 끝에
'지구는 사과 크기로 축소될 수 있다.'고 내가 말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고 물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모른다는 말인지, 아니면 알지만 자신감이 없었는지,
혹은 너무나 상식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함정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둘레가 4만 km인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은 기본적으로 '원소'이다.
그런데 이 원소라는 게 근본적으로 빈 공간이라는 게
곧 이 사과 크기로 축소된다는 억측의 비빌이다.
지구는 흡사 뻥투기처럼 부풀어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 부풀어 있는 부분이 줄어들기만 하면 사과 크기가 된다는 말이다.
원소가 공간과 에너지의 결합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이해가 될까?
빈공간에 불과한 물질이 고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때문이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이 에너지보다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하기만 하면
지구는 완전히 무너진다.
바람빠진 풍선처런 모른 실체를 잃버리고 만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곳을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현재 핵에너지라는 것은 원소를 하나의 입자 형태로 붙들어매고 있는 에너지를
기술적으로 연속적으로 해체함으로써 얻어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물리학 개념을 설명하느라고 진땀이 나네)
어쨌든지 그런 물리적 개념은 하나님 나라, 혹은 그 통치에 대해서,
또는 전적으로 새로운 생명이라 할 부활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나의 신학적 사유에 도움이 되었다.
이 세계가 바로 하나님의 창조라고 한다면,
그리고 하나님은 행위로서 존재하고 계시한다고 본다면,
세계를 인식하는 것은 곧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물리학자와 신학자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일지 모르겠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결국은 같은 일이라는 사실이 먼 후일 밝혀질지도 모른다.
세계와 역사는 비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