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성경공부의 부담감, 그리고 기쁨

조회 수 2304 추천 수 34 2005.04.22 11: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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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생소한 성경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딱 부러지는 답을 제시해 주고,
그렇지 못한 부분에서는 억지로라도 답을 알려주려는 친절한 성경공부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야하고,
그 찾은 답마저도 완벽하지 않고 다른 답이 또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하는 성경공부입니다.

우선은 답을 찾는 노력이 참으로 힘이 듭니다.
성경의 저자가 처한 삶의 자리와 저자가 전하고 싶어 하는 내용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그것을 찾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제가 이해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원래 무엇을 꼬치꼬치 따지고 캐물어보는 성격이 아니라 대충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는 성격인지라 하나하나 문제점을 짚고 그것을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쉽지 않기에 더욱 힘이 듭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해석해낸 답조차도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기에 힘이 드는 지경에서 나아가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전에 공부한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읽어보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부분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심지어 오류가 많았는지를 확인하는 순간, 무언가를 확정하여 말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생소함이 주는 기쁨 또한 큼을 고백합니다.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는 모임에서의 토론을 들으며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발견하였을 때의 그 놀라움,
어떤 때는 홀로 고민하며 혹시 이런 의미가 아닐까 했던 그 내용들이 다른 이들의 생각 속에도 녹아있음을 발견하는 흥분,
이런 것들은 역시 배우는 즐거움과 앎의 지평이 넓어지는 기쁨입니다.
부담과 즐거움의 비중이 어느 쪽이 큰가에 따라 선택이 결정될 텐데 아직 제게는 기쁨 쪽의 비중이 훨씬 크기에 부담과 두려움을 뒤로하고 여전히 이 공부를 계속하고 그 속에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부담스럽고 토론식 공부에 대해 적응이 잘 안되어 같이 동참할 수 없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고민과 더불어 만족을 얻고 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등상은 포기하고 개근상이라도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어느 모임에서나 조금 모자란 이도 있음을 헤아려주시기를 기대해봅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04.22 13:21:46
*.249.178.23

홍 선생,
토론에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드리는 것은
혹시라로 자신의 생각이 있는데도 분위기 때문에 못하는 분들을 위한 것일 뿐입니다.
지금 홍 선생은 인문학적 성서읽기가 지향하고 있는 그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하나는, 답이 없는 답을 찾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그의 통치를 인식할 수 없고,
더구나 규정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사람들은 없는 답을 자꾸 찾으려다가 미궁으로 빠지곤 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성서는 우리에게 어떤 확실한 대답을 준다기보다는
그 답을 향해 '가라'고 말입니다.
그 가는 길이 바로 신앙이고 영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기독교 신앙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교회 밖에 있어도 길을 가면 되는 것 아니냐 하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독교 안에는 그런 길을 간 고유한 전통들이 녹아있습니다.
이게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대충 그렇습니다.
홍 선생은 나름으로 기쁨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 성서읽기의 두번째 목표입니다.
일종의 '영성의 심화'에서 경험하는 기쁨입니다.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화의 운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의 경험이죠.
우리는 밀림에서 길을 잃고 살아가는 운명에 놓여 있어요.
그렇지만 그 안에도 역시 길을 갈 수는 있습니다.
삶에는 도처에 길이 있다는 거죠.
그 길을 가는 기쁨을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알아가는 것,
특히 성서 안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곧 인문학적 성서읽기의 목표입니다.
홍 선생이 두 가지를 잘 짚어주었네요.
고맙습니다.
개근상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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