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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

조회 수 2954 추천 수 23 2005.01.04 01: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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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

지난 12월31일 샘터교회 식구들은(권현주 선생은 다른 일이 있어서 빠진채)
우리 집에 모여 저녁을 함께 먹고,
우선 8시부터 1시간 반동안 씨비에스 텔레비에서 기독교방송국 개국 50주년 기념
<조수미 독창회>를 시청했다.
아, 조수미의 목소리와 음악의 세례라...
성악가로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을 구사하며
성가, 영화음악, 아리아 등을 연주했다.
88올림픽을 기념하는 음악회에 처음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새로운 차원의 노래를 선보인 그녀를 보고
저렇게도 노래를 하는구나 하는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조수미의 독창회를 시청한 다음
우리는 이제 내 머리 속에 강하게 각인된 에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의 <붉은 돼지>를 비디로로 보았다.
1차 세계대전 중에 받은 충격으로 얼굴이 돼지 모습으로 변한 주인공은
현상금 붙은 사람들을 체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미국 비행사와의 마지막 싸움에서
실제로은 무승부와 마찬가지인 승리를 거둔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분노가 사라진 후
그는 다시 사람의 얼굴을 되찾는다.
그 장면이 화면에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걸 예상할 수 있는 멘트가 그와 싸운 미국 조종사에게 나온다.
미야자키는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정나미를 잃은 것 같다.
그런 사람보다는 차라리 돼지로 살아가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함께 영화를 본 식구들이 질문했다.
왜 하필이면 돼지냐고.
사람과 친근한 개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나도 모르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돼지를 지저분한 동물로 무시하기 때문에
일부러 돼지를 택한 것일까?
미야자키 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여성의 역할에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에도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여기 붉은 돼지에는 남자가 주인공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역할을 두 여성이 감당한다.
한 여성은 붉은 돼지의 옛전우였다가 죽은 친구의 아내로서
붉은 돼지와도 오래된 벗이었다.
이 여성은 붉은 돼지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무슨 이유인지 붉은 돼지는 외면한다.
그렇지만 붉은 돼지의 마음 속에는 늘 이 여성이 자리잡고 있다.
영화 마지막 해설에서는 이 두 사람이 결합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다른 한 여성은 17살된 비행기 설계사이다.
이 소녀의 용기와 기지로 붉은 돼지는 위기를 벗어나서
결국 자신의 심리적 억압을 극복한다.
반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묘한 인간 심리를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극의 재미를 높힌 작품인 것 같다.
이길용 박사가 <미이오피아>에
미야자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해서 소개했던데,
나도 빨리 볼 마음이 생긴다.
기독교 사상 1월호에 그 영화평이 실리기도 했다.
이런 위대한 작가이며 감독이며 예술가가 크게 대접받는 일본에
욘사마(배용준)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아줌마들이 많다는 건 무슨 곡절일까?
일본 사람의 두 얼굴, 미야자키와 욘사마...

이길용

2005.01.04 01:22:24
*.113.130.54

미야자키의 "붉은 돼지"는 그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미야자키의 아버지는 비행기의 부품을 만드는 공장의 주인이었습니다. 세계대전 당시.. 미야자키는 오로지 가족의 생계와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일념으로 싸구려 재료로 이익이 많이 남는 물건만을 납품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어린시절을 채워가야만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가정주의적 이기주의를 눈 앞에서 확인해가며 소년 미야자키는 아버지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는 아버지의 소시민적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젊은 시절 사회주의 운동에 동참해가며 보다 공공의 목적을 위한 생활에 투신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알듯말듯한 상업영화에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그는.. 그 스스로 또다른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임을 알게됩니다. 예 '붉은 돼지'의 시작이지요. 결국 돼지의 모습은 미야자키 본인의 모습이고, 그는 이 영화 속에 자신의 삶의 고백을 늘여놓고 있습니다.

기상에 실린 하울에 대한 평은 저도 잠시 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실망했습니다. 보다 정교한 평이 되기 위해서는 줄거리 요약만으로는 부족한데.. 기상에 실린 하울평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더군요. 결국 하울을 통한 미야자키 읽기에도, 또 미야자키를 통한 하울의 이미지 해명에도 실패하고 있는 듯 해보입니다.

물론 제 평도 부끄러운 수준이긴 합니다만...

이길용

2005.01.04 01:29:38
*.113.130.54

다음에는 "도깨비 공주"나 "이웃집 토토로"도 한번 보세요~
두 작품 다 볼만합니다. 아님 아에 큰 맘을 잡수시고, 미야자키의 처음과 끝을 살펴보길 원하신다면 "미래소년 코난"을 빌려보심도~ 26편으로 구성된 TV시리즈입니다. 미야자키가 자기 이름을 걸고 감독한 첫번째 TV시리즈물이기도 하고요, 미야자키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근데 좀 길긴 하죠? 적어도 일주일은 내내 붙잡고 있어야 할 분량이니까요..

[레벨:9]흔들린는풀잎

2005.01.04 11:44:52
*.94.18.35

음... 붉은 돼지...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에니이죠.
이길용 박사님은 에니 메니아를 넘어 전공이 에니 아니신지요... ㅋㅋ...

미래소년 코난... 저희 70 세대에서 모르면 간첩이란 소릴 들을 정도의 히트를 쳤던 에니의 정수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나오면서 갑자기 코난이 보고 싶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구했죠. 제 컴 속에 완벽하게 모셔 놨습니다.
목사님 지난 번에 신과 함께 가다 를 못 구해 드려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DVD 본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성공하는대로 드릴게요.
그리고 꼭 DVD판이 아니더라도 화질과 음질이 따르는 파일만 있으면,
컴퓨터랑 홈 씨어터랑 연결하면 DVD 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DVD 판을 못 구할시에는 제가 연결해서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긴 긴 겨울인 줄 알았는데,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음이 아쉽기만 합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이 그렇게 춥지도 않네요.
지구의 생물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정도의 추운 이 지구의 겨울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타 죽지도, 얼어 죽지도 못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생명이란 여행을 하는 이유 말입니다...
멀리 종착역이 보이긴 하는데...

ㅋㅋ... 저는 미래소년 코난이나 만나야겠습니다.
평안하세요. ^^;;
profile

[레벨:16]바이올렛

2005.01.04 14:36:17
*.203.144.30

샘터교회 식구들....
영화 보시면서 찍은....
실물 보다 더 잘 나온? 사진들들...
감상 잘했습니다.
특히 정목사님과 사모님 사진은...
TV옆 벽에 걸린 사진보다 훨씬 좋은데요..^^


[레벨:6]유희탁

2005.01.04 16:39:59
*.81.188.34

이웃집 토토로는 본 기억이 나는데...
아직 붉은 돼지하고...하울의 성은 못 봤습니다...
받아 놓기는 했는데...
붉은 돼지도 구해지면...교회의 아이들과 아니면..청년들과 함께 보려고 합니다..
좋은 비디오를 소개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한 곳 생겨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01.05 00:48:56
*.177.233.74

이번 겨울 내 인문학적 소양에 가장 큰 소득은
미야자키와 그의 작품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지난 여름인가, 이길용 박사에게서 미야자키와 일본의 에니메이션에 대해
일장 연설을 듣긴 했지만,
그까짓 에니메이션이 대수라고 저렇게 까지... 했는데,
그런 생각을 접어야겠다.
신학의 인문학적 콘텐츠를 풍부하게 갖추는 게 현재 신학과 교회의 급선무인 것 같다.
그것이 없을 때 우리는 결국 목청만 높이는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닫혔던 내 생각의 한 부분을 살짝 열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김영옥 장로의 사진평은 호평이요, 악평이요?
실물이나 10년 전 사진보다 낫다는 말이
좋다는 뜻인 것 같으면서도
영 게운치가 않구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볼 기회가 오면 연락드릴께요.
한경숙 전도사가 장로님을 비롯해서 몇명을 영화보여주겠다고 하던데,
시간들이 맞을려나 모르겠네요.
profile

[레벨:16]바이올렛

2005.01.05 21:42:55
*.208.99.91

호평입니다.
저는 실물보다 잘 나온 사진이 없어서...
실물보다 잘 나온사진들을 보면 넘 부럽거든요... ㅎㅎ
웃자고 하는 이야기고요...
사실은 실물이 좋아야 사진도 잘 나오겠지요.
벽에 걸린 사진은 겉모습만 찍힌것 같은데...
갤러리의 사진은 목사님의 삶의 모습까지 몽땅 찍혔네요.
그래서...^^

날씨가 너무 추버서 미루다가...
오늘 회비 10만원(신정복 5만,김영옥 5만)입금했습니다.
하울의......볼 때 소문내세요^^

이길용

2005.01.06 10:57:03
*.113.130.54

근데요 정목사님.. 미야자키는 일본 애니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좀더 나가면 더 큰 현기증에 빠질 수도 있으실 겁니다~ 그나마 미야자키는 예술성과 대중성, 그리고 상업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작가이고요. 그 외의 작가들 중에서 보다 신중하고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꽤 있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01.06 23:49:32
*.177.233.74

미야자키가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래도 나는 미야자키로 만족하고 싶소.
더 나갔다가는 내 사유의 체계가 뒤죽박죽 되면 좀 곤란하지 않겠오?
이건 엄살이구.
내 능력이 거기까지 갈 수 없다는 뜻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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