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질문있습니다..

조회 수 2690 추천 수 19 2004.10.19 2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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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오늘 시내에서 가난한 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저에게 약간의 돈을 요구하였으나 거절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질문합니다.

제가 과연 그를 위해 약간의 돈을 주는 것이 그를 도와 주는 것인가??아니면 그냥 가는 것이..

도와준다고 뭐가 달라질까??하지만 신학도로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정당한 것인데..

그렇게 하면 그는 계속 그리 살 것인데..하는 생각을 하며 좀 찔렸습니다..

이럴 때에 도와주는 것은 사마리아 사람이 했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까??

궁금한 것이 많은 22살 청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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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4.10.20 00:32:55
*.235.145.20

오명균 군,
잘 지내나?
이런 종류의 질문은 윤리학 교수나 실천신학 교수들에게 하면 딱인데,
어쨌거나 여기 홈피에 올라왔으니 내가 한 마디는 해야하겠지?
우선 신학생이라는 의식을 지나치게 하지 않는 게 좋겠네.
신학생이기 이전에 한 젊은이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중요한 거네.
도움을 청한 사람에게 거절했을 때 찾아오는 불안이나 부담감이라?....
기독교 신앙이 기본적으로 구제나 봉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
구제와 봉사가 필요없다는 게 아니라 그것은 다른 근본적인 것에 의한 귀결이라네.
다른 근본적인 것은 하나님 나라이네.
그 나라를 향한 인식이 깊어지는 게 우선이네.
예수님도 가난한 사람은 늘 옆에 있다고 했지.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사람이 자기의 형편대로 실천이 따라오네.
우선 나무가 좋아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예수님의 비유가 이에 해당되지.
만약 앞으로도 계속 마음이 불편하면 돈을 주게.
가능하면 그런 기회가 많을 수록 좋겠지.
이런 문제는 반드시 해야하거나
아니면 구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개인들이 신앙적인 차원에 따라서 결단해야 할 문제라네.
자신이 구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늘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네.
물론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가 우리에게 예민한 윤리의식을 고취하게 하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할 말씀이네.
오늘은 이만.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4.10.20 13:06:12
*.235.145.20

오명균 군,
어제 답글을 쓰는 도중에 옆에서 말을 거는 사람이 있어서,
그리고 기독교 티브이에서 장경동(?) 목사님의 '파워특강'이 방영되는 탓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네.
자네가 제시한 질문은 사실 엄청난 무게를 담고 있는데 반해서
내 대답은 진부했다는 말이지.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들, 외국인 노동자들, 마이너리티, 소외된 사람들,
더 나아가서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창조와 생명의 세계에 반하는 이 세상의 문제들은
이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네.
그런 모든 문제들의 이유와 해결방안은 아마 종말이 오기 전까지는 불가능할 걸세.
이런 점에서 기독교 신앙은 '대강절'에 그 토대가 있다네.
기다림!
하나님이 직접 통치할 때를 기다린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임하게 될 그 생명의 세계가 바로
우리가 기다려야 할 종말이라네.
인간의 정치, 휴머니즘, 구제와 봉사, 사회조직, 복지활동 같은 것으로는
이 세계를 개량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롭게 할 수는 없다네.
결국 구원은 우리가 생산해내는 게 아니라 '위로부터' 우리에게 온다네.
그렇다면 대강절 신앙은 이 역사의 문제 앞에서 기독교인이 무능력하다는 뜻일까?
이 문제를 이원론적으로 생각하면 기독교 신앙을 오해하는 것일세.
역사 내재와 초월의 변증법적 관계를 우리가 정확하게 포착해야만
기독교가 역사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역사 낙관주의에 빠지지도 않네.
우리는 쿰란 공동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르크시스트도 아니네.
역사를 초월하면서도 동시에 역사에 참여한다는 뜻이지.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초월과 내재의 변증법을 설명하려면 한 학기 강의로도 충분하지 않다네.
자네가 신학 학부를 마치고 신대원과 대학원을 졸업하면 대충 알아 들을 수 있을 걸세.
그래도 한 두마디는 붙여보겠네.
우리는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우리의 모든 존재론적 토대를 그 쪽으로 집중시켜며 살아가야 하네.
과연 하늘의 뜻이 무었인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제기되어야 하겠지?
그렇다면 하늘과 하나님이 어떤 관계인지,
하나님은 누구인지,
그의 존재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이어져야 하네.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포괄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게 바로 신학이네.
이런 사유능력을 역동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인문학적 훈련은 필수라네.
그건 그렇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세.
도움을 청한 가난한 사람 앞에서 우리가 취할 태도는 과연 어떤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 그 사람이 요구한 것보다 많은 것을 줄 수도 있고,
또는 그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네.
물론 기본적으로는 모든 요구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는 게 옳은 태도는 아니지만
자네도 말했듯이 그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네.
어제도 말한 것 같은데,
자신의 신앙적 깊이만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네.
예컨대 생태문제가 시급하다고 해서
우리 모두 농사를 짓거나, 특히 유기농만을 절대화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대인의 노동문제가 시급하다고해서 우리 모두가 노동활동가가 될 수는 없지.
(점심 먹으라고 옆에서 채근이 심해서 이만 줄여야겠네.)
어쨌든지 자기를 압박해 들어오는 모든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신학생, 또는 지성인으로서 좋은 태도이네.
오늘처럼 바람 부는 날,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황홀한 사건인지.
다음 수업 시간에 보세.

[레벨:0]오명균

2004.10.20 17:50:23
*.89.16.76

감사합니다..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이해를 다하진 못하였지만..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교수님 전공이신 조직신학에 대해서 많이 여쭈어 보아야하는데..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친철하신 답변 감사드리구요. 수업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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