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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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 일기>는 헨리 나웬이 1974년 6월부터 뉴욕에 있는 제네시 수도원에서 7개월 간 기거하면서
쓴 일기를 정리해서 출간한 책입니다.
헨리나웬이 영적 여정에서 느꼈던 인간적이고도 매우 솔직한 고백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중 한 대목을 옮깁니다.
7월 14일 일요일
내가 필요치 않고, 나를 요구하지 않고, 내게 바라는 것 없고,
나를 알아주지 않고, 내가 감탄과 찬사를 받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너무 잘 안다.
몇 년 전에 나는 네덜란드에서 교직을 그만두고 시내에 셋방을 얻어
1년 동안 학생 신분으로 지낸 적이 있다.
나는 드디어 자유로운 몸이 되어 너무나 바쁘고 내게 요구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을 때는
도저히 못했던 많은 일들과 공부를 할 수 있겠거니 예상했었다
하지만 어떠했던가? 직장을 그만두자 나는 이내 잊혀졌다.
내가 찾아와 주기를 바라던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방문해 주리라 기대했던 친구들이 감감 무소식이었다.
동료 사제들이 주일 전례 때 협조를 부탁하거나 때때로 설교를 의뢰할 것으로 생각헸지민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중략-
역설적인 사실은 항상 혼자 지내면서 일하고 싶어했던 내가
막상 혼자 있게 되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초조와 불쾌감, 화, 악의, 쓰라림, 불만 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해에 나는 내 자신의 취약점을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깨달았다.
중략-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똑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가 있다.
매번 우편함으로 갔다가 함이 비어있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내가 네덜란드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한 기분이 자칫 되살아 나려고 한다.
이 아늑한 곳에서 많은 훌륭한 사람들에 둘러 쌓여 있으면서도
나는 잊혀지는 것, 홀로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선택에 의해 홀로 있기로 했다. 내가 이것을 원한 것이다.
중략-
이곳에서 나는 솟구치는 쓰라린 감정과 적개심을 직시하고 그 탈을 벗겨
영적 미성숙의 표지들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곳에서 나는 홀로 머물면서 동시에 그것을, 아무도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조차도
여전히 충실하신 하느님을 뵈올 계기로 점차 파악할 줄 알게 되는 기회를 갖는다.
이곳에서 나는 외로운 감정을 은둔으로 전환시키고
하느님께 나의 텅빈 마음속으로 들어오시도록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곳에서 나는 사막을 조금씩 체험하면서
이 곳이 사람들이 목말라 죽는 메마른 장소일 뿐 아니라
사랑의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며 충실하게 기다리는 이들에게 약속을 내리시는
광대한 빈 공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꺠달을 수 있게 된다.
내가 내 하느님께 마음을 약간만 열 줄 알면 필경 나는 그 분을 세상에 모셔올 수가 있고
또 이웃에게서 감사나 선물을 받지 않고서도 그들을 사랑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중략-
이 같은
수도원 체험 덕분에 나는 '곱게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 땅을 정복하고 거기에 집착하려는 욕구로 살지 않고
삶을 하느님의 선물들에 대한 감사 어린 응답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나웬의 인간적인 솔직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그 솔직성이 영혼을 위로해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