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그 사람의 탄식소리...

조회 수 5180 추천 수 0 2011.04.30 19: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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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하 6장에 보면 엘리사와 도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지자의 제자들이 엘리사에게 이르되 보소서 우리가 당신과 함께 거주하는 이곳이 우리에게는 좁으니 우리가 요단으로 가서 거기서 각각 한 재목을 가져다가 그 곳에 우리가 거주할 처소를 세우사이다 하니 엘리사가 이르되 가라 하는지라 그 하나가 이르되 청하건대 당신도 종들과 함께 하소서 하니 엘리사가 이르되 내가 가리라 하고 드디어 그들과 함께 가니라 무리가 요단에 이르러 나무를 베더니 한 사람이 나무를 벨 때에 쇠도끼가 물에 떨어진지라 이에 외쳐 이르되 아아, 내 주여 이는 빌려온 것이니이다 하니 하나님의 사람이 이르되 어디 빠졌느냐 하매 그 곳을 보이는지라 엘리사가 나뭇가지를 베어 물에 던져 쇠도끼를 떠오르게 하고 이르되 너는 그것을 집으라 하니 그 사람이 손을 내밀어 그것을 집으니라 (왕하6:1-6)

 

엘리사는 기원전 9세기의 선지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9세기의 이야기를 약간 해야 합니다.

9세기는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넘어오던 때입니다.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라는 것이 순전히 기술사적(技術史的)인 구분이지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이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초기철기시대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고, 심지어 석기에서 청동기를 거치지 않고 철기시대로 바로 넘어온 곳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말하는 철기시대라는 것은 가나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입니다.

 

사사기16장21절에 블레셋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 그의 눈을 빼고 끌고 가사에 내려가 놋 줄로 매고 그에게 옥에서 맷돌을 돌리게 하였더라

이 내용은 블레셋사람들이 삼손을 잡아갔을때의 이야기입니다. 블레셋사람들은 당시에 청동을 사용하였나 봅니다. 놋줄은 쉽게 말하면 청동족쇄입니다. 애굽의 부조들에서도 블레셋이 창, 둥근 방패, 길이가 긴 넓은 칼과 삼각형의 단검으로 중무장한 것을 보여줍니다. 사사시대에 블레셋은 청동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블레셋에 잡힌 삼손이 돌렸다는 맷돌은 영화에서 보여진 것과는 다릅니다. 영화는 삼손이 가축들이 돌리던 큰 맷돌을 돌린 것처럼 제작되었으나 사사시대 당시에나 구약시대에는 그러한 큰 맷돌인 회전맷돌은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고, 가정에서 손으로 돌리는 손맷돌(안장 맷돌)만 가재도구로 있었기에 삼손은 다른 죄수들과 함께 왕궁에 있던 제분소에서 손맷돌을 돌리는 노역을 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원전 1000년전후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오는 과도기적인 초기철기시대는 각종 정치와 종교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블레셋은 팔레스타인에서 최초로 철을 다루는 민족으로 급 부상하여 소수의 민족으로도 훨씬 인구가 많은 이스라엘을 강하게 위협하였습니다.

 

사무엘상13장16-22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과 그들과 함께 한 백성은 베냐민 게바에 있고 블레셋 사람들은 믹마스에 진 쳤더니 노략꾼들이 세 대로 블레셋 사람들의 진영에서 나와서 한 대는 오브라 길을 따라서 수알 땅에 이르렀고 한 대는 벧호론 길로 향하였고 한 대는 광야쪽으로 스보임 골짜기가 내려다 보이는 지역 길로 향하였더라 그 때에 이스라엘 온 땅에 철공이 없었으니 이는 블레셋 사람들이 말하기를 히브리 사람이 칼이나 창을 만들까 두렵다 하였음이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각기 보습이나 삽이나 도끼나 괭이를 벼리려면 블레셋 사람들에게로 내려갔었는데 곧 그들이 괭이나 삽이나 쇠스랑이나 도끼나 쇠채찍이 무딜 때에 그리하였으므로 싸우는 날에 사울과 요나단과 함께 한 백성의 손에는 칼이나 창이 없고 오직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에게만 있었더라

 

이 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블레셋은 철에 대한 기술을 독점하여, 정치,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중에 오죽하면 사울과 요나단만 칼이 있었겠습니까? 블레셋이 이스라엘에 철의 배급을 조정하여 이스라엘이 유용한 무기를 소유하는 것을 방해하였지만 결국 이스라엘도 솔로몬시대에 발전된 철을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철이 여전히 비싸고, 기술의 발전이 초기단계였습니다. 아직도 포항제철에서는 철의 사용에 대한 기술을 높여가고 있으니, 당시는 오죽 하겠습니까? 다니엘에 나오는 풀무조차도 현대기술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약했습니다. 당시에는 1500도이상으로 불의 온도를 올리기는 불가능했습니다. 현대에는 15000도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이제 다시 열왕기하의 엘리사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엘리사의 제자들이 선지학교를 새로 옮겨 크게 짓자고 합니다. 이에 동의한 엘리사도 같이 요단으로 내려갑니다. 제자중 하나가 벌목을 하다가 쇠도끼를 물에 빠뜨리고 맙니다. 히브리어에는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한글번역에는 다른곳에서 쓰지 않는 쇠도끼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구약성서에서는 거의 다 도끼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유독 엘리사의 도끼이야기에서는 쇠도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암몬에 한일(삼하12:31,대상20:3)을 이야기한곳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이는 쇠도끼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결론을 이야기합니다. 엘리사의 제자는 아직 초기철기시대를 막 지나는 시점에서 쇠도끼가 많지 않고, 기술도 별로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주 값비싼 쇠도끼를 빌려다가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실수하여 도끼를 물에 빠뜨립니다. 그는 스승 엘리사에게 말합니다. 단순하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고 탄식하며 말합니다. 절망하며 말합니다. 아~~아~~~ 내 주여~~~ 구약에는 이렇게 탄식하는 단어가 두 번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열왕기기자가 두 번을 다 사용합니다. 두 번다 엘리사와 관련 있습니다. 한번은 쇠도끼사건이고 또 한번은 아람왕이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진을 쳤다고 번번히 작전이 노출되어, 이스라엘과 자신의 부하 중 내통하는 자가 있는지 알아보다가 엘리사 때문이라는 걸 알고 엘리사를 잡으려고 엘리사가 있는 성을 에워싸자 엘리사의 사환이 그것을 보고 탄식하여 엘리사에게 말할 때 사용합니다. 아~~아~~ 내 주여 우리가 어찌하리이까~~~~

이 두 번의 탄식은 내가 죽게 생겼을 때나 지르는 소리인 듯합니다. 고통의 소리인 듯합니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도끼를 물에 빠뜨렸다고 그렇게 심각한 고통을 당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엘리사도 이적을 보여주지 않고 돈을 주며 새로 사오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다른 상황이 있었습니다. 쇠도끼는 너무나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제자는 놀라 탄식하며 소리 지릅니다. 아~~~아~~~ 내 주여 이는 빌려온 것이니이다 ㅠㅠ. 물에 도끼를 빠뜨린 순간에 제자가 겪어야했을 그 심적고통이 탄식으로 들려옵니다. 현대적으로 좀 과장하여 표현하자면 포크레인 빌려와서 물에 빠뜨린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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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도도아빠

2011.05.01 15:08:37
*.115.223.46

포클레인은 보험 처리라도 되겠지요 ^^;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     -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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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햇살가득

2011.05.01 23:44:01
*.228.128.25

성서를 대할때 역사적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더 재미나게 ,

또  그 뜻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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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11.05.06 23:02:25
*.62.24.93

넘넘 재미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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