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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편 / 오래된 기도 - 이문재

조회 수 5313 추천 수 0 2013.10.14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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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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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3.10.14 17:58:42
*.34.116.82

좋은 시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시를 쓰신 분은 대체 누구실까요?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저를 무지무지 부끄럽게 하시는 분이라는 것만은
분명하군요. 

아, 부끄럽다. 

**
여름비님, 올려주시는 글 
잔잔한 감동받으며 잘 읽고 있어요. 
인사가 많이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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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여름비

2013.10.15 08:28:49
*.182.17.150

라라님 안녕하세요?

시를 공감해주시니 기쁘네요.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라는 시집이 좀 알려져 있고
<이문재산문집>이라는 책을 낸 시인입니다.
시인의 산문집은 좀체로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분의 산문집은 당시 회자가 좀 되었어요.  
이 시는 2008년도에 어느 문학잡지에 발표된 것이고
인터넷을 통하여 금방 퍼져나간 시 같습니다.

라라님 부끄러운 마음이 드셨다니,,ㅎ
제가 좋은 시 올린 거 맞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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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10.14 22:53:52
*.94.91.64

목사의 설교보다 영성이 훨씬 깊은 시군요.
소근거리듯이 말하는데도
영혼의 저 깊은 곳을 울리는 시군요.
낭독으로 들으면 더 좋겠네요.
이번 수요일 성경공부 시간에
여름비 님이 한번 직접 낭독해주시면 어떨까요?
부탁드립니다.
profile

[레벨:18]여름비

2013.10.15 08:40:10
*.182.17.150

시를 올리곤 혹시 비기독교적인 시 아닌가 하는 염려를
잠깐 했는데 기우였네요.
그런데 목사님 
삭은 목소리로 읽어 시 버리면 어떡하지요?
그래도 몇 장 인쇄해 가겠습니다. 낭송보다 한 번
읽어보라 하시면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ㅠㅎ





[레벨:18]르네상스

2013.10.15 20:38:29
*.181.83.140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시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profile

[레벨:18]여름비

2013.10.16 10:17:22
*.182.17.150

감사합니다~
profile

[레벨:29]유니스

2013.10.17 01:03:38
*.33.186.8

여름비님, 오늘 수요공부 때의 이 시가 무척 좋았습니다.
늦게 오는 바람에 낭송을 듣지못한 것이 아쉽지만요..
아.....
무엇보담도 제가 평소에 기도를 퍽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되어가지고 기분도 좋아졌어요..ㅎ
여름비님, 감사합니다..^^
profile

[레벨:18]여름비

2013.10.17 10:09:04
*.182.17.150

어제 제가 너무 긴장을 해서,,
사경을 헤매다 나온 기분입니다..ㅎ
제가 달달 떠니깐
옆에 앉으신 피아노 치시는 집사님께서도
잠깐이지만 같이 떠시는 것 같았어요.(ㅠ죄송)

그런데 어제 성경 윤독할 때 제 읽기가 좀 나아지지 않았나요?
낭독과 낭송의 차이가 뭔가 알아보다
시를 큰 소리로 읽는 연습을 자주 하면 발음이 교정되고
강약 숨쉬기 조절이 되어 읽기가 편안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번 성경 읽을 때 발음이 새고 들 떠있는 기분이었거든요.

어제 인쇄해 가려고 이 시를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보는데
사본이 예닐곱 개쯤 있는 것 같더군요.
제가 처음 올린 것도 그 중 하나인데
원본에 가깝다 여겨진 것으로 다시 고쳤습니다.

유니스님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자주 기도하는 편이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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