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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특강을 마치고!

조회 수 2105 추천 수 16 2005.01.19 23: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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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특강을 마치고!

예정대로 1월18일에 <신과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겨울 특강이 있었다.
대폭발, 양자, 특이성, 인간원리, 시간, 존재, 영원, 운동, 과정, 순간 등등.
우리는 2시간 동안 물리학과 철학과 신학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성휘 박사가 말하려는 핵심은 결국 다음과 같다.
철학이 말하고 있는 존재와 시간은 관념에 불과하지만
물리학이 말하는 존재와 시간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기 때문에
이 세계의 궁극적 존재 근거인 하나님을 해명해야 할 신학은
당연히 이런 물리학과의 대화를 전제해야 한다.
단지 물리학과의 대화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물리학적 근거에 의해서만 하나님의 존재가 보편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학은 바로 물리학 자체가 되어야 한다.
이 박사가 그렇게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틀에서 설명했다.
따라서 성서와 기독교의 도그마는 현대 물리학적 근거에서
해체와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물리학이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서와 지난 2천년 기독교 역사가 보편타당한 진리를 담보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흔히 말하는 다원주의나 상대주의에 빠질 염려가 많을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이성휘 박사에게 해석학적 접근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본인은 물론 과학 결정론이 아니라 과정철학에 근거해서 세계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라는 것 자체가 결정론적 세계를 받은 개념처럼 보인다.
이 문제를 우리의 신학 영역 안에서 생각해보자.
이 박사는 이 과학의 시대에 기독론마저 일종의 휴머니즘의 차원으로 재해석,
또는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예수가 우리와 똑같았던 인간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을 뿐이지
예수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의해서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되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문자적인 차원에 국한시키고 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물리학적으로 무식하거나
또는 그 당시 신화론적 세계 이해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예수의 삶, 예수의 인격, 예수의 십자가, 궁극적으로 그의 부활 사건이
이 우주의 종말로부터 시작하게 될 새로운 생명의 단초로 보았다.
이게 말이 될까?
이게 보편타당한 진리가 될까?
이게 물리학의 시대에도 역시 설득력이 있을까?
그걸 확보하는 작업이 곧 신학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있다.
이 박사의 주장처럼 물리학이 그것을 결정적으로 열어줄 것인가?
물리학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대답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물리학은,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계량적 사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흑암물질을 발견하고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고 그 미래를 예상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양파 껍질을 벗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하나의 껍질만이 아니라 껍질과 껍질 전체를 포괄하고 있는
그 어떤 궁극적 <존재> 자체를 발견할 수는 없다.
조금 쉽게 말해보자.
2천5백년전에 살던 사람들은 우리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존재의 근원에 대해서 우리가 그들보다 아는 게 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1천년이 지난 우리 후손들도 역시 우리보다 아는 게 없다는 말이 된다.
정보가 늘어나는 것과 그 실체를 뚫어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식이다.
물리학의 문제는 과거의 있었던, 공인받았던 틀에 의해서만
미래를 내다보기 때문에 늘 한정적인 인식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학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신학을 물리학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뿐이다.
물론 이 박사도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여기서 우리는 훨씬 중요한 문제와 만난다.
신학을 물리학으로 대체하지 않는다면 신학은 늘 관념에만 머물러 있어도 된다는 말인가?
사실 관념과 실체도 우리가 구분하고 있을 뿐이지 어쩌면 그 경계선이 모호할 것이다.
만약 요한복음 앞 대목에 지적하고 있듯이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아포리즘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로고스(관념)가 결국 실체를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종말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과학의 시대에 신학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아무리 현대 물리학이 대단한 업적을 성취했다고 하더라도
지동설을 무시했던 우리의 선배들처럼 현대물리학의 업적을 간과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것에 우리의 신앙과 그 정통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런 점에 나는 보수주의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성서, 신앙, 정통, 기독교 역사를 보수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보수는 무조건 지키는 게 아니라 그것의 본질, 그것의 리얼리티를 확보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곧 끊임없는 해석과정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성서와 기독교 교리는 아직도 완전하게 해명되지 못한 상태이다.
계시론에 언급되고 있듯이 일종의 <계시 은폐성>이다.
이 은폐된 계시, 그 기독교적 진리를 보편적 진리론에 근거해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 우리는 이 박사가 제시하고 있는 물리학적 지평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특강에서 <인간원리> 개념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이미 하이데거가 인간의 실존을 설명하기 위해서 제시한 용어 <세계내존재>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인간원리>는 인간이라는 원리에 의해서 인식되고 체험된 세계를 가리킨다.
우리의 눈에 나무는 나무처럼 보이고, 산은 산처럼 보일 뿐이다.
만약 인간원리가 아닌 다른 원리에 의한다면 이 세계는 전혀 다를 것이다.
예컨대 흑백 영화를 보면 이 세계가 단순히 흑과 백 사이의 단순한 색으로만 보이듯이 말이다.
왜 이 세상은 이렇게 되어있을까?
왜 민들레가 있고 나비가 있을까?
왜 그런 모습이어야만 할까?
민들레와 나비의 중간쯤 되는 생명체는 왜 없을까?
이런 질문은 끝이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모든 세계는 <인간원리>에 의해서만 해명될 수 있는 세계이다.
따라서 이런 <인간원리> 너머, 혹은 밖에서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는 물리학, 철학, 시, 그림, 음악, 동화 사이에 경계선도 허물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신학은 어떤 자리에 놓이는가?
아직 완전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신학자들이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완전한 자리가 없는 게 곧 세계이다.
그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곧 신학이라 할 수도 있다.
길을 찾되 빈손으로 찾는 게 아니라
성서와 2천년 기독교 역사라는 나침판을 갖고 찾아야 할 것이다.
좋은 특강을 해 주신 이성휘 박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열 두분 모두에게도 역시....

[레벨:0]박규상

2005.01.20 01:57:56
*.220.156.87

오늘 막 가입했습니다. 멀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박규상입니다. 이곳 웹사이트의 많은 온라인 강의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글로 나마 목사님의 강의를 접하게 되어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강의 부탁드리고 제 신앙에 좋은 길잡이가 되시고 있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 이렇게 댓글을 달아봅니다. 제가 공학을 공부하다보니 인문학에 문외한이라 좀 더디기는 하지만 곧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01.20 13:42:01
*.177.233.74

박규상 씨,
반갑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미국에서 여기까지 단숨이 닿을 수 있다닌
인터넷의 세계가 공간의 한계를 무너뜨렸군요.
대구성서아카데미 홈페이지인 <다비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대와 희망의 작은 흔적이라도 발견되었으면 합니다.
이 세계, 그리고 작은 사물 하나 하나에 이르기 까지 그 모든 존재하는 것들 안에
우리가 포착할 수 없는 심연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약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성서와 2천년 기독교 역사는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금년 한해가 박규상 씨에게도 이런 영성이 풍요로워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박사 과정에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만.

[레벨:0]이찬규

2005.01.20 19:21:40
*.82.92.254

정목사님, 책을 부쳤는데 전화로 확인을 못했습니다. 핸디로 전화했더니 안받으시더군요.
간단한 확인 부탁드립니다. 저는 2주 있다가 돌아갑니다. 그럼 평안하십시오.

[레벨:6]유희탁

2005.01.20 20:40:13
*.230.198.136

좋은 특강 하나를 놓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특강 목사님의 간략한 소개로...재밌었을꺼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무슨 말들인지 낯선 용어들이 많지만...아무튼...기회가 닿는다면..꼭 공부해 봐야겠네요..

이길용

2005.01.20 21:20:36
*.113.130.54

음.. 강의에 대한 제 기우가 어느 정도 사실화된듯한 느낌이 드네요. 물론 그 자리에 직접 있지는 않아서 구체적인 논의전개는 잘 모르겠지만.. 정목사님의 요약에 의하자면, 조금 아쉬움이 남는 강연이 아니었나 싶네요.

물리학으로 신학을 대체한다... 말은 쉽지만.. 물리학의 펼치는 '해명의 작업'을 신학에서 행하는 작업과 너무 쉽게 동일시하지는 않았나 싶습니다. 신학은 궁극적으로 사건과 역사에 대한 해명, 혹은 설명은 아니지요. 그것에 대한 자기 해석이고 고백일 수는 있어도요.

그리고 물리학에서 인간원리가 등장했고, 요즘들어 조금씩 논의의 중심에 서게되는 것 자체가.. 또한 물리학이 갖고 있는 객관성에 대한 한계에서 비롯합니다. 그러니까 그 해명의 단계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도입되는 순간인데.. 이를 너무 확대해석하지는 않았나 싶군요.

요약평을 읽고 드는 소감은.. 과학 절대주의도 창조과학회의 면만 다른 동전은 아닌가 싶어지네요.

인간의 자연과 세계에 대한 이해는 진화론적인 도식으로 설명해서는 위험해집니다. 인간의 자연이해는 발전과 진화의 도상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황과 실존 속에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하이덱거의 여타 다른 현상학적 해석학자들의 '세계내 존재'가 훨씬 더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여하튼 인간은 신을 해명해 낸 것이 아니라, 그를 고백하고 체험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작금의 물리학이 잡아내기에는 너무 세계 '내'적입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01.20 23:39:20
*.177.233.74

이찬규 목사,
융엘의 설교집 6권을 지난 화요일에 진작 받았오이다.
깔끔하고 컴팩트한 판형과 색깔, 질감이 내 손과 눈으로 와 닿는 순간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오이다.
이런 느낌은 온라인으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오직 오프라인의 현실로만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오이다.
그거 독일에서 한국까지 끌고와서 부치는 게 이만 저만 귀찮은 일이 아닌데,
이거 어떻게 고마움을 답해야할지....
집사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더이다.
이제는 융엘의 설교 내용으로 들어가야 할텐데,
금년에는 아무래도 바르트의 묵상집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아서
금년 후반기에나 손을 대야할 것 같소이다.
합숙 훈련은 좋은 결실이 있기 바라고,
추운 계절에 와서 감기 갖고 돌아가지 말고
조심하시기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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