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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단상

조회 수 452 추천 수 0 2022.01.31 06: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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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단상

이제 잠잘 시간이구나, 아가야.”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세상의 모든 저녁시간에 엄마의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바로 알아듣고 꿈속으로 빠져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한 해가 지나간다.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 시간이다. 헬라인들의 시간 개념은 그러했다. 그래서 그들은 우주를 코스모스라고 하였다. 코스모스는 공간적 의미에서의 세계 전체 우주를 뜻한다. 따라서 그들은 역사와 시간이 그 자리에서 돌고 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은 세계를 에온이라고 말한다. ‘에온은 시간적이고 하나님의 통치가 강조되는 세계이다. 따라서 그들은 역사와 시간이 하나님의 때를 향해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4차원의 우주이다. 4차원은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헬라인들의 세계 개념인 코스모스와 히브리인들의 세계 개념인 에온을 합해야 참 우주가 되니 서양 사람들은 어쩌면 한 면만을 보았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에 동양은 우주(宇宙)3차원의 공간 천지사방(天地四方)의 우()1차원의 시간 고금왕래(古今往來)의 주(宇宙)를 말하고 있으니 서양보다 더 우월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시간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수수께끼 같은 시간의 개념은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행은 이해하기 힘들다. 예로부터 시간은 관측할 수 있는 세계가 속해 있는 3차원과 따로 분리하여 생각했으나, 오늘날의 현대 물리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 연속체라고 하는 단일한 양으로 통합시켰다.

철학자들은 시간에 대한 고찰을 할 때 이것을 2개의 범주로 나눈다. 영국계 미국의 후기 형이상학자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시간을 연속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과정철학자들은 시간의 흐름이 중요한 형이상학적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 흐름은 비합리적인 직관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시간을 불연속체의 무한한 집합으로 생각하는 철학자들은 시간의 흐름이나 시간을 통한 인간의 진보는 환영이라고 주장한다. 과정철학자들은 미래는 열려 있고 과거는 불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간의 불연속성을 주장하는 철학자들은, 과거를 바꾼다는 말과 같이 미래를 변화시킨다는 말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시간에 대한 서로 다른 철학적 해석은 역사 전반을 통해 지속된 시간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반영한다. 그래서 <고백록>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이 너무나 난해하기에 시간이 무엇인지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그 때문에 시간을 붙들어 매어서 과거는 회상하고 미래는 예견하려 했던 문명들의 노력이 다종다양한 달력체계들을 만들어냈다. 그중에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그레고리우스력이지만 이 역법체계의 근간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율리우스력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바로 그 율리우스 말이다.

​그레고리우스력은 1231일에 도돌이표가 달려있는, 그렇게 도돌이표가 붙어있으니 되돌아가기를 무한 반복하는 천체들의 음악, 별들의 음악이다. 그러나 도돌이표가 12월이 아니라 10월에 붙어있던 달력도 있었고, 13월에 붙은 달력도 있었다. 1년이 13개의 달로 이루어지는 달력체계는 놀랍게도 거북이로부터 비롯된다. 거북이 등에는 원을 그리다가 맨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13개의 패턴이 새겨져 있고 또 이 패턴 바깥쪽으로 28개의 도형이 원을 그리고 있는데, 이 특이한 형태의 분포를 존중해서 고대의 어떤 지역에서는 1년이 13개의 달과 1달이 28일로 이루어지는 달력체계를 사용했다고 한다. 3월에 새 학년이 시작하는 우리의 학사 일정이 그 흔적기관이라 할 수 있는 어떤 역법체계는 2월에 도돌이표가 붙어있었으니 이 달력에서 신년은 3월에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유대교에서 종교적 절기와 제례를 준수할 때 사용하는 달력은 고대수메르문명에서 물려받은 것이다. 이 달력체계는 수메르문명에서 종교중심지로 기능했던 니푸르라는 도시국가에서 기원전 3760년에 제정된 것으로, 이를테면 니푸르 캘린더(NC; Nippur Calendar)라 이름 붙일 수 있겠다. 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 새해는 정확히 춘분날에 시작되었다. 그 날이 첫달의 첫날로 선포되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체계에 따르면, 년도는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직선운동을 하고, 1년은 12월에서 1월로 다시 순환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착실하게 도돌이표를 준수한 달력은 다시 시작 월인 1월로 되돌아왔으며,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로 간 것이다. 해에 해당하는 독일어 야르(Jahr)는 간다는 뜻을 가진 동사 gehen(영어의 go)에서 유래했고, 같은 뜻의 라틴어 아누스(annus)는 본디 달리는 사람을 의미했다고 한다. ‘언제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always에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way)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요컨대, 시간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어떤 것이 아닐까.

​로마공화정 말기의 종신독재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기원전 46년을 혼돈의 마지막 해로 명명했다. 달력과 계절력의 차이가 90일이나 되어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카이사르는 마침내 역법의 개혁을 단행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는 당해 년에 90일을 더 보태어 1년이 총 445일이 되게 하고 혼돈이 제거되는 다음 해인 기원전 45년부터는 1년이 365일로 채워지게 했다. 한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는 최대의 영예란 과연 어떠한 것일까?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되기 전에 로마 원로원은 그가 태어난 달인 퀸틸리스 달(원래는 5월이라는 뜻)을 그의 이름인 율리우스로 변경할 것을 선포했다. 신의 이름과 축제명과 밋밋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던 달의 이름에 인간의 이름이 들어가게 되는 일은 카이사르의 경우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율리우스력을 조금 더 손을 보고 최종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로마제국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도 81일에 있었던 악티움해전의 승리를 기념하여 그의 존엄한 칭호 아우구스투스가 섹스틸리스(원래는 6월이라는 뜻)를 대체하게 하는 특별한 영예가 주어진 것이다. 영어의 July(7)August(8)는 이렇게 유래했다.

내가 길이요 생명이니 나를 말미암지 않고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이것은 기독교의 성경 요한복음 146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런데 재미있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구절 하나가 요한복음 109절에 나온다.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얻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 여기에서 복음서 저자는 왜 느닷없이 예수를 문으로 비유하는 것일까? 그건 이 저자가 로마제국의 야누스신 숭배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누스신의 지위를 탐내고 빼앗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이른바 고대의 여러 이교(Paganism)로부터 가져다쓴(달리 말해, 표절한) 것은 1225일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니었다. 야누스(Janus)는 고대 로마의 시간과 영원의 신이었고, 시간과 영원은 출입문을 통해 오고가는 것으로 여겨졌기에 야누아(Janua), 즉 문을 지키는 문지기 신이기도 했다. 오비디우스는 야누스신이 문을 열고 닫는 열쇠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요한은 계시록 37절에서 빌라델비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이가 가라사대라고 말한다. 그는 예수가 또 다윗의 열쇠를 가지고 천국의 출입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여 야누스신의 지위를 여기서도 탐내어 빼앗고 있다.


야누스신이 시작의 신이니 1년의 첫달인 1월이 그에게 바쳐진 신성한 달인 것은 당연하다. 1월에 대한 영어 단어인 January 역시 야누스의 달이라는 뜻이다. 1월이 오면 사람들은 첫 번째 희생제를 올리고 가장 먼저 그에게 기도했다. 두 얼굴의 신 야누스, 그의 한쪽 얼굴은 서쪽의 과거를 향하고 다른 한쪽의 얼굴은 동쪽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의 2년은 코로나 혼돈으로 꽉 채워졌고, 새해 역시 온통 이것으로 잠식당할 기세다. 지루한 먹구름이 정말 오래도록 우리 위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2년 동안 우리는 동병상련의 모습을 보였을까 아니면 각자도생으로 바빴을까? 어느 쪽이건 나는 올해가 혼돈의 마지막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그런 의미에서 야누스의 동쪽 얼굴을 바라보면서 올해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기대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기대를 디디고 서서 도약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그런데, 코로나라는 혼돈의 종식과 함께 우리의 온갖 어리석음과 속 좁음과 허위적인 혹은 부화뇌동형 분노의 열기도 조금이나마 가라앉기를 기대하는 건 과욕일까?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는 태도는 지나간 해에 우리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것일 터. 우리는 마치 세상에는, 우리 앞길에는 코로나가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과 올 3월의 대선만이 중하다는 양 살아오지 않았을까? 이것 말고도 우리의 삶을 채울 만한 귀중하고 값진 것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레타 툰베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정의를 외칠 때, 우리는 정말 속 좁게도 나 하나만을 위한 공정, 그러니까 내가 쏟아부은 경쟁승리용 노력에() 합당한(합당하게 보이는) 대우와 수익만 목청껏 요구한 건 아닐까? 거짓과 악행이 떼돈을 버는 악마화될대로 악마화된 세상사는 법이 권장되고 모방되는 세태 역시 비판의 눈길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새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이 따로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코로나 혼돈과 3월 대선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진영이 우리의 어리석음과 속좁음과 헛된 분노의 핑계가 되지 않는 해로 만들면 좋지 않겠는가? 자신보다 훨씬 못한 수준의 어느 대선후보를 지지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내적 갈등과 회의를 억누르려고 오히려 자신의 도덕적, 정치적, 사회적 수준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짓도 반복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레벨:21]브니엘남

2022.01.31 06:36:56
*.118.81.125

교회력으로는 12월에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서양에서는 양력으로 1월 1일에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동양에서는 음력으로는  1월 1일에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도가에서는 입춘에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구정을 맞아 새해 단상을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2.01.31 20:56:38
*.182.156.92

묵직한 무게로 다가오는 글을 잘 읽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브니엘남 님도 즐거운 설날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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