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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고 싶어하는 신학생 김 군에게!

조회 수 2520 추천 수 37 2005.07.12 23: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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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고 싶어 하는 신학생 김 군에게!

김 군이 나에게 질문한 핵심은
광신적인 신앙과 이성적인 신앙 사이에서,
또는 무조건 교회 중심의 전통적인 신앙과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현대적 신앙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한가였네.
물론 한국교회를 이런 두 가지 유형으로만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네.
매우 다양한 신앙의 유형이 우리 한국교회 안에 있네.
이 유형들을 크게 구별한다면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너무 넓어서 웬만해서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많은 유형들이 넓은 스팩트럼을 형성하고 있네.
그러나 이런 구별은 너무나 도식적인 거고,
실제로는 인간 중심인가, 아니면 하나님 중심인가로 나누어야 하네.
아무리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인간적인 신앙이 많네.
요즘 뜻하기 않게 ‘설교비평’을 하다보니
많은 목사들의 설교와 목회행위를 경험하게 되는데,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나로서는 지루한 일이라서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네.
다른 것은 접어두고 예배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 알고 있나?
주일공동예배를 드리기 전에 2,30분씩 복음찬송을 부르기도 하고,
예배 프로그램도 프로젝터다 뭐다 해서
사람의 호기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채워져 있네.
아마 자네는 그게 모두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겠지.
아니네.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의 자기만족, 자기성취가 그런 순서들을 지배하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면 사람들은 열광적인 찬양을 드리기보다는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네.
물론 예배를 드리면서 찬양을 부르지 않을 수는 없지.
다만 그 찬양이라는 것도 인간의 모든 열정이 축소된 것이어야 하네.
왜냐하면 하나님의 광휘에 휩싸인 사람은
자기를 끊임없이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네.
시인들이 춤추면서 시를 쓰는 것 보았나?
물론 안에서 감동이 솟아나지만
어떤 힘에 휩싸이면 그 힘만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열정과 감동을 억제한다네.
예배에서, 특히 주일 공동예배에서
성삼위일체 하나님의 광휘가 온전하게 지배하려면
인간의 모든 열정이 철저하게 억제되어야 한다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신자들의 감정만 자극하는 데 마음을 쓰고 있다네.
눈물이 흘러나올만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그런 헌신들, 그런 봉사, 그런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예배를 채워나가고 있다네.
이건 성서가 지시하고 있는 하나님을 향한 예배라기보다는
근동의 우상숭배와 같은 예배라고 할 수 있다네.
이런 나의 말에 자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할말은 없다네.
그래도 그렇게 선정적이고, 센티멘털리즘에 호소하고,
또는 열광적으로 움직이는 교회가 잘되지 않느냐, 하고 말하겠지.
우리 이 자리에서는 어떤 교회가 잘되고, 또는 안 되고 하는 말은
가능한 삼가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기준으로 어떤 것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건
기본적으로 우리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거네.
이 세상에서의 완전한 실패였던 예수님의 십자가를 우리가 믿는다면
더 이상 목회의 성공과 실패는 언급조차 말아야하네.
그것 자체가 얼마나 불신앙적인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신성모독적인 발언인지 아는 사람은 알거네.
그래도 “목사님의 교회는 개척한지 2년이 지났지만
신자들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하나님의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자네가 말할 수 있네.
온세계를 향해서 복음을 전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현실적인 것 같지만 무의미하다네.
왜냐하면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서 구원활동을 펼치시는 게 아니기 때문이네.
하나님은 세계 전체를 통해서 자신의 일을 하신다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공중으로 흩어지는 순간을 본 적이 있나?
그게 곧 하나님의 구원 행위라네.
우리는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거나,
또는 예수를 믿게 하는 걸 구원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의 구원은 그것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훨씬 존재론적이라네.
그렇다면 교회도 필요 없고, 목회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 하고 묻겠지?
궁극적으로는 그렇다네.
교회가 없어도 하나님은 자신의 일을 하시니까.
교회가 없어도 생명은 이 지구 안에 가득하니까.
이런 점에서 교회당을 건축한다는 미명으로
신자들이 집을 팔거나 전세를 뽑거나
빚을 내게 하는 것은 복음을 '세일'하는 거지
기독교 신앙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네.
그래서 내가 청년들로 하여금 융자를 받아서
건축헌금을 내게 하는 윤선적 목사님의 행위를 비판했다네.
물론 우리는 그것보다 더 한 것을 이웃을 위해서,
또는 교회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네.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자기가 평생 번 돈을
대학이나 병원에 희사하지 않나?
그런데 건축헌금을 드리라고 하면서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서 보상을 받는다고 말한다는 건
완전히 사기 아닐까?
온누리교회에서는 위성을 발사해서
전세계 사람들이 하용조 목사님의 설교를 비롯해서
그들의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공부하게 하는 중인 것 같네.
대단한 에너지야.
성실하고 인격적이고, 지성적인 신자들이 이런 운동에
많이 참여하는 것 같더군.
그런 투자가 과연 바람직한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네.
왜 이해할 수 없는지는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네.
이야기가 자꾸만 옆으로 확장되니까 좀 좁혀야겠네.
요즘 내가 방문한 여러 교회의 홈페이지에서 느낀 것은
하나님은 없고 인간의 열정만 가득하다는 것이었네.
그렇다면 어떤 게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냐, 하고 묻겠지?
그건 나도 모르네.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회의 현상은 눈에 들어오는데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회는 그렇게 자주 못 보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다 하고 정확하게 말할 단계가 아니네.
이렇게는 말할 수 있겠지.
인간 중심적인 것을 없애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이런 말은 자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주길 바라겠지.
이게 참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의 소통불능의 원천적 한계라네.
하나님은 그 무엇으로 정확하게 규정될 수 없는 분인데도
제자들은 그걸 요구하니까 말이네.
앞에서 예로 든 민들레 홀씨의 흩어짐에서
생명의 충만, 그 환희를 맛보라고 아무리 옆에서 말해주어도
준비가 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라네.
하나님이 교회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나?
아니 설명한들 알아들을 수 있겠나?
아니 그것에 동의하겠나?
다시, 그렇다면 당신은 왜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목회를 하고, 신학적인 글을 쓰느냐고?
그게 참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네.
하나님은 내가 그분에게 가까이 갈수록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다네.
하나님은 불이기 때문에 내가 가까이 가면 죽겠지.
그래 죽지 않는 한 우리는 하나님을 볼 수 없다네.
그걸 말하기 위해서 강의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고,
예배드리고 있다네.
하나님을 인간의 언어로 규정하지 말아야 하고,
인간의 행위로 그의 활동을 막지 말아야 한다네.
그런 하나님과 우리는 직면하고 있지.
우리의 모든 행위가 無化되는 그런 경지가
예배에서 경험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여기에 바로 우리 기독교인의 딜레마가,
또는 긴장이 있다네.
하나님을 전하기 위해서 말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거네.
교회는 늘 이렇게 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사이에 놓여 있지.
자기를 없애기 위해서 존재하는 공동체가 교회가 아닐까?
하나님 앞에서는 완전히 자기의 행위와 존재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것을 전하기 위해서 여전히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네.
없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이해하겠나?
따라서 우리의 존재 상태를 최소화하는 훈련을 해야 하네.
교회는 이 세상에 없는 듯 존재해야 하네.
이 세상 사람들이 교회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자기를 축소해야 하네.
알아듣겠나?
그런데 요즘 우리 교회는 자기를 알아달라고 아우성이네.
서울시청 앞에서 기도회를 여는 교회가 이 세상에 한국 말고 어디에 있을까?
외국노동자들을 돕자는 기도회도 아니고,
북한을 미워하는 기도회, 미국을 정의의 사도처럼 치켜세우는 기도회가
버젓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다네.
교회가 핍박받는다고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하는 교회가 우리의 모습이라네.
도시마다 시뻘건 십자가 불빛이 있는 나라도 우리밖에 없다네.
아마 자네는 이런 게 바로 우리 교회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겠지.
유럽 교회는 죽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내가 보기에 교회는 죽은 것처럼 존재해야하네.
지금 우리는 너무 설치고 있는 게 아닐까?
교회가 없어도 하나님은 자신의 방식으로 구원 활동을 이끌어 가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철저하게 인정해야 하네.
그래야만 우리는 없는 듯 지낼 수 있는 인내심을 키울 수 있다네.
이만 말을 줄이겠네.
자꾸 길게 말해봐야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
아마 자네는 내가 비판만 하지 좋은 말을 왜 하지 않느냐고
좀 기분나빠할지 모르겠네.
우리 한국교회의 좋은 점이라....
그건 당연한 거니까 내가 말할 필요는 없네.
오늘 글은 정리가 덜된 것이래서 읽기에 불편하겠지만 이해해주게.
이만 줄여야겠네.
나에게 정답을 달라고 했지?
열광적인 신앙과 이성적인 신앙 사이에서,
광신주의자가 되기도 싫고, 그렇다고 미지근한 신자가 되기도 싫다고 했네.
열광적이냐, 이성적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네.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하나님의 광휘에 휩싸인 사람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그 안에서 생명의 신비를 향한 뜨거움이 식는 법이 없다네.
모든 존재하는 것을 향해서 영혼을 열고 살아간다네.
그러나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열정에 휩싸인 사람은 그것이 아무리 뜨거워 보여도
그 내면은 허무가 가득하다네.
그 허무는 더 심한 열정을 요구하니까
결국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지.
내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논리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입장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까?
요즘 교회 일로 성경 읽는 시간 말고는 신문 한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지?
지금은 가능한대로 신학공부와 인문학 공부를 하게.
교회 일을 가능한대로 줄이시게나.
전도서 기자의 말대로 모든 것은 때(카이로스)가 있다네.
나가야 할 때인지, 들어가야 할 때인지
심어야 할 때인지, 추수할 때인지 말이네.
자네가 하나님의 일을 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알아서 하신다네.
"나를 하나님의 도구로 써 달라"는 기도는 드리지 않아도 괜찮다네.
늘 그렇게 일하고 싶은 사람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고,
우리도 그럴 때가 가끔 있기는 하네.
자신의 때를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는 있지.
좀 재미있게 표현하면,
이런 요구가 너무 많아서 하나님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실지,
조금 피곤해하실지...
그런데 이런 게 중요하다네.
자기를 비운 사람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내면의 세계가 온통 빛으로 가득차니까.
이런 사태에서 훨씬 근본적인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일이 무언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일세.
교회, 복음, 선교, 사명 같은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하나님의 일은 늘 그런 것을 뛰어넘는다네.
기독교인들이 이 사실을 언제나 깨우치려는지.
말이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군.
우리가 게을러도, 놀고먹어도 된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네.
어쨌든지 자네가 원하는 정답을 정확하게 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그러나 어딘가에 들어있을 거로 보고,
아마 스스로 그걸 찾으리라 기대하네.

<위의 글은 메일로 질문한 어떤 신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다른 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답했습니다.
두루 두루 이해해 주시기를.>

[레벨:1]한성영

2005.07.13 00:10:27
*.106.204.100

퍼가도 되겠습니까?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5.07.13 13:31:59
*.249.178.10

이 사이트는 열려 있습니다.
아무나 퍼가도 됩니다.
다만 출처는 밝히는 게 좋겠지요.
그런데 위의 글은 단숨에 쓰내려간 거라서
거친 표현들이 많습니다.
조금씩 다듬는 중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그런 거친 글이
내 속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거라 나을지도 모르죠.

[레벨:18]은나라

2016.09.01 23:24:41
*.105.196.251

감사합니다..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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