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도덕성회복의 미봉책

인도의 길 조회 수 3279 추천 수 0 2009.09.08 08:32:18

요즘 인도 일간지들은 가진 자들의 더 갖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가득차 있다. 의사후보생들의 병원장의 부조리에 대한 규탄이다. 아울러 이 기회를 빌려 의료 사회에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100-200만 루피의 개업 의사 통과료를 낮추거나 아예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때맞춰해외파 의대졸업생들은 인도에서 개업하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단순한 검증 수준의 테스트의 문제의 수준을 들고 나왔다. 이건 의대 졸업생들의 문제가 아닌 레지던트들의 수준의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는 바람에 애써 유학한 보람도 없이 수년간이나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모든 목소리가 당연히 찾아야 할 권리이고 또 그것이 굳이 악이 아님에도 한 끼를 해결하지 못하여 맹물과 바나나 하나로 하루를 연명해가는 이웃을 옆에 두고 하는 이런 몸짓들이 보기에 썩 그렇게 예쁘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과 6월에 걸쳐서는 수도권에서만도 3차례에 걸쳐 거액의 오토바이 현금 탈취사건이 있었다. 오래지 않는 동일한 형태의 범죄로 책가방을 들고 가는 노인을 현금 가방이라고 착각하고 살해하고 도망친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하고 붙어 있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들키자 그동안 쌓인 분노로 드라이버와 식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위장하려던 유치원교사도 인도인을 경악에 빠뜨렸다. 점쟁이의 말을 듣고 부자가 되기 위해 두 딸들을 차례로 강간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예 입에 담기도 수치스런 이야기다. 지난주에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홀로 사는 할머니집에 강도가 침입, 할머니는 중태에 빠지는 가하면 동네 모든 차들의 뮤직 시스템이 하룻밤사이에 증발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모든 일들이 그리 먼 옛날 일이 아닌 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니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현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의 도덕성 붕괴의 현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듯 독립이후부터 인도는 최고 리더부터 시작하여 일반 서민에 이르기 까지 급격한 도덕적 타락을 경험해왔다. 간디를 비롯한 독립운동의 주역들은 인도의 독립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 이후 60년이 지났다. 그들이 꿈꾸던 인도, 그렇게 일구어내고자 했던 인도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의 비전과 희생과 자기 부인을 아는 이들은 그 비전에 도저히 걸맞지 않는 사회 각처에 만연한 부패를 목도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비단 이웃 나라 중국의 인물 관자의 말인 십년을 내다보는 자는 나무를 심고 백년을 내다보는 자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을 이끌어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떤 교육을 펼쳐 왔었길레 백년도 지나지 않는 지금 이런 도덕 붕괴 수준으로 나타났는가? 선진화된 사회는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강한 도덕의식을 끊임없이 심어주어야 한다. 교육은 바로 이 점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한다. 어떤 교육 체계에서도 부모와 교사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부모에게 자녀의 도덕교육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교육기관을 통한 교사들의 도덕 교육의 중대성을 경감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둘 다 상호 보완하여 온전한 도덕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인도는 독립이후 의회와 재판 시스템과 함께 생태적으로 순전히 세속적인 서구의 교육 체계를 받아들였다. 후에 영국 국교회의 좌익의 영향도 받았다. 그럴지라도 종교는 인도 교육체계의 중심부위를 차지해왔고 이것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도덕적 가치와 미덕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어디서 현재의 사회적 병폐들이 나왔단 말인가? 종교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인도 토양에 서구의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세속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체계를 무분별하게 도입한 다수 인도지도자들의 무분별에서 비롯된 충동이 그 근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지도자들은 새로운 교육체계가 인도 전통사회가 보유하고 있었던 도덕성을 박탈한다는 사회적 구조 인지 모순의 발견에 실패했다. 마하트마 간디나 마울라, 압둘 칼람 아자드가 인도인에게 심어주고 했던 바로 그 도덕성은 인도의 세속화에 눈이 먼 세속주의 인도 지도자들이 마하트마 간디를 살해함과 동시에 그런 도덕성도 함께 살해해 버렸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소속 종파의 유익에만 눈이 멀었고 정계로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도덕성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교육정책입안에 올리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누구도 그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고 오히려 잘 먹고 잘 사는 물질적 축복을 주장하는 세속적 가치관만이 그 성가를 높여왔다. 심지어 크리스천 선교사 학교에서 인도를 사랑하던 외국인들이 인도의 장래를 위해 끝까지 붙들고 가르치던 윤리학 과목도 대세에 밀려 25년 전 폐지되었다.

현재 가능한 해결대안이란 무엇일까? 많은 종교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대다수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회가 근간을 두고 있는 도덕적 가치와 그 성격이 다행히도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모든 종교가 친절, 이웃사랑, 선함을 기원하는 것, 정직, 진실등과 같은 미덕을 그 가르침 안에 포함하고 있다. 이제 인도교육계가 내려야 할 결정은 이런 모든 종교가 갖고 있는 덕목들을 교과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여 가르치는 것이다. 최소한 10학년까지(중학교급) 인도의 모든 자라나는 인재들이 이 과목을 통하여 도덕이 갖는 가치를 습득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 가운데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도덕 교과서를 편집할 때 어느 특정한 종교의 도덕 가치에 편중됨으로서 그 종교의 도덕가치가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위험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이 인도라는 나라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종교의 강조는 인도를 파괴하는 불씨를 잉태하는 교육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 간의 균형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85%의 인구를 갖고 있는 힌두의 입김이 강렬하더라고 하더라도 소수의 무슬림이나 기독교, 시크나 자인교의 미덕을 골고루 배치하여 그 풍성한 도덕적 가치를 인도의 젊은이들이 배우게 된다면 정녕 인도는 간디가 꿈꾸던 그 나라, 세계 많은 이들이 앙모하고 방문하여 뭔가를 얻어가려고 하는 정신적 보고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서구화 과정가운데서 물밀듯 밀려오는 도덕적 붕괴를 막기에는 턱없는 미봉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시도조차 없다면 항차 인도의 모든 아름다운 종교 전통에서 비롯된 미덕들은 한낮 뒷방 노인네의 잔소리쯤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그나마 이런 도덕 교육의 시급한 도입만이 세속과 쉼 없이 타협함으로서 급속한 속도로 붕괴되어가고 있는 인도 사회를 지켜낼 수 있는 한 가닥 구원의 동아줄이 될 것이다.

인도의 대다수 가장들이 가족을 사랑하고 세상이 주는 위험에서 가족구성원을 지켜내며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이제 국가 교육이 구조적으로 도덕성 함양 교육을 시켜 줌으로서 이 가장들이 꿈꾸는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어야 할 때다.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팽배한 물질주의 중심의 현실 앞에 암담하기만 하다. 진정 빛은 어디로부터 올 것인가?


[레벨:3]진주

2009.09.12 22:18:17
*.226.188.85

 

가까운 미래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 벌써 우리 모습인가요. 가진자들의 더 갖고자하는 몸부림과 잘 먹고 잘 사는 물질적 축복을 주장하는 세속적 가치관, 도덕적 가치에 대한 무감각과 타락... 마음이 어두워지며 두려움이 엄습해옵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의 세상을 이 시대의 어른들이 망치지않아야하는데.

profile

[레벨:26]사띠아

2009.09.14 09:48:49
*.173.243.77

 진주님.

무거운 주제에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인간에게서 빛을 기대할 수는 없지요.

위로부터 임하는 생명의 빛이

인도인의 심령에 비추어

모든 영혼이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뛰듯이

그렇게 뛰는 그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레벨:16]리옹~

2009.09.14 12:16:17
*.223.153.106

인도나 우리나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종교에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오히려 종교가 그러하기에 사회가 더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겠지요.

각자가 가진 종교의 본질로 들어가지 못한 결과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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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9.09.14 13:02:29
*.160.132.218

리옹~님.

종교의 본질이라..


우리 기독교가 본질에 천착하여

꿩잡는게 매라는 공식속에서 벗어날 그날이

그 날이 언젠가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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