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난데없이 정치적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교수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 같아 보인다. 그의 모든 행적과 언행이 그리 보인다. 그런데 정치와는 생래적으로 거리가 있어 보이는 그 사람이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를 새롭게 변혁시킬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본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나 또한 그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가 나서서 한국의 정치문화를 변혁시켜주기를. 새로운 시대의 맏형 노릇을 해주기를.

 

내가 그에게 큰 기대를 하는 것은 그가 똑똑해서이거나 정치적 재능이 훌륭해 보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재능이 없어 보여서다. 정치적 유전자가 도통 없어 보여서다. 전투적이지 않아 보여서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결격 사유로 꼽던데 나는 정반대다. 만일 그에게서 정치적 재능이 엿보였다면 나는 이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그를 정치판에 불러 들여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매우 독특한 승부사 유전자가 있다. 정치적인 아전투구의 승부사 기질 말고, 영혼을 건 아름다운 승부사 기질 -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던질 줄 아는 승부사 기질 말이다.

그에게서 이런 아름다운 승부사 기질을 엿보았기 때문에, 전투적이지는 않지만 내적으로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게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에게 기대를 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가 신뢰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기 검증에 철저한 사람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난 내부 검증이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정말로 모든 판단을 세 가지에 비춰서 한다. 첫째로 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둘째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셋째로 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가 ‘내부 검증’에 철저한 사람이라는 것, 또 ‘일을 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는 엄격한 반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자기 안에 갇혀 있지도 않다. 그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 특히 자기가 받은 혜택을 부족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베풂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 기본 정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단지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그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 너무 순진한 것이라는 것, 정치라는 게 선한 뜻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인정한다. 그러나 정치문화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제는 비정치적인 대통령, 국민 앞에 겸손하고 투명한 대통령,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는 대통령을 맞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치 과잉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말씀샘교회 말씀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