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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쯤 산에 가면 가위로 끊어 낸 듯한 

도토리 가지들이 숱하게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사람이 꺾고 간 것이냐구요? 아니에요.

그럼 바람에 꺾인 것? 그것도 아니랍니다.

바로 도토리 거위벌레가 떨어트린 도토리 가지래요.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 알을 주둥이로 쪼아 구멍을 내고 거기에 알을 깐답니다.

일주일쯤 뒤에 도토리 속에서 유충으로 부화하면

어미 벌레는 그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갉아서 잘라내, 땅에 떨어트린대요.

새끼들인 유충이 공중에서 낙하할까 봐 미리 안전하게 떨어트리는 것이지요.

이 때 나뭇가지 양쪽에 달린 나뭇잎이 날개 역활을 해서

 도토리가 충격이 없이 사뿐히 땅에 떨어지게 한다는 군요.

땅에 떨어진 도토리 속의 유충은 도토리의 양분을 섭취한 뒤

땅 속으로 들어가 9개월을 칩거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겨울을 나고 다음 해 봄, 성충이 되어 나무에 오르지요.

이것이 도토리벌레의 한살이랍니다.

 

 참 신기하지요?

어미벌레가 유충을 보호하기 위해 떨어트리는 것이나

 성충이 되기 위해 껌껌한 땅속에서 9개월간이나 칩거를 하는 것이

신기하고 신비롭습니다.

우리 사람으로 치면 9년도 넘는 세월일 테지요.

진정한 자기가 되기 위해 9년은 커녕,

 몇 시간의 고독도 참아내기 힘든 인간들 모습은

어쩜 벌레만도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물도 이토록 창조질서에 순응을 하는데

유독인간이란 품목만이 거기에 반하는 한심한 종자 같아요.

멀쩡히 흐르는 강을 막고,

공해를 일으키고, 분수에 넘게 먹어 치우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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