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희 언니는 바로 옆집에 산다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택시를 운전하는 남편과 오순도순 살아간다.

언니는 이름처럼 맑고 순하다그리고 부지런하고 알뜰하다.

순희 언니 같은 이웃을 만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큰 행운이다.

이 동네 바로 앞집에서 태어난 언니는 열 네 살에 집을 떠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딸 둘을 출가 시킨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친정집 바로 뒤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지었다.

미나리 광이였던 늪지가 이렇게 이쁜 집터가 됬다며 동네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언니는 집을 꽃들과 나무로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았다.

몇년 후, 그 옆에 우리가 집을 짓게 되어 순희 언니네랑 이웃이 되었다.

나보다 두 살 위여서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다.


“ 나는 가방끈이 짧아유…”

그 때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그 말이 참 편안하고 친근했다.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계기이기도 했다.

가방 끈이 짧은지는 몰라도 순희 언니는 누구보다도 존재감이 있다.

타고 난 정성스러움으로 주변을 챙기기 때문이다.

언니에겐 진심과 정성이 배어있다꽃과 동물사람 모두에게 그렇다.

순희 언니의 한결같음따뜻함정성스러움을 가슴 깊이 좋아한다.

언니는 꽃을 좋아한다씨가 떨어져 제멋대로 자란 꽃 한 송이도 함부로 뽑아내거나 꺾지 않는다.

정성스럽게아주 정성스럽게 꽃과 나무를 다룬다그래서인지 다 죽어가던 화초들도

언니의 손을 거치면 싱싱하게 살아난다가히 신의 손이다.



외지에서 온 이들에겐 간혹 동네 사람들의 텃세도 심하다는데

우리는 언니부부의 도움과 배려를 얼마나 많이 받고 사는지 모른다.

순희 언니로부터 꽃나무 이름들과나무를 전지하는 법 등을 배웠고,

마늘 심는 시기와 콩 순을 잘라주는 법을 배웠다.

그 뿐이랴제철마다 나누어 주는 상추씨며고추 모종이며..,

언니네 블루베리와 앵두는 아예 같이 따 먹는다.

때로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면 언니는 말린 고사리나 취나물을,

혹은 손질한 머위 나물을 가져다 준다필요할 때 적재적소를 기가 막히게 알고 채워 준다.

순희 언니는 허세가 없고 실속이 있다언니의 그런 면이 나는 좋다.

그리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분수대로 산다.

얼마나 더 잘 먹고 살 것이냐고너무 돈 벌려고 무리하지 말라고남편에게 당부한단다.

라면을 끓여 먹어도 배 속 편한 게 최고 아니냐고.

순희 언니의 목소리가 하이 소프라노로 올라가고 웃음소리가 커지면 술이 한 잔 들어간 거다.

빨개진 얼굴로 한껏 목소리를 높일 때 보면 문득 사랑스럽다.


순희 언니 부부 같은 이웃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이 동네에 이렇게 잘 정착할 수 있었을까 싶다.

우리가 며칠 씩 집을 비우게 되면 보라와 닭들을 보살펴주고

순희 언니네가 집을 비우면 내가 또 그렇게 한다.

지구촌 모든 이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오순도순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일까.

멀리 있는 형제보다 가까운 이웃이라고이제 순희 언니네와 우리는 말 그대로 이웃 사촌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해주고 잘 되길 바라는 찐 이웃 말이다.

요즘 언니의 어깨가 많이 아파 걱정이다.

모쪼록 언니의 어깨에 쌓인 석회가 말끔히 녹아내려 아프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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