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0일 일요일 맑음


주일예배 참석자가 눈에 띠게 줄었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 만해도 꽉 차던 예배당이었는데 그간 몇 분은 돌아가시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다. 앞으로 시골교회가 어떻게 명맥을 유지할지.. 생각하면 암울해진다.

코로나 이후에는 그나마 예배 참석자가 30%는 줄었고 이번 주일은 더 휑하다.



을곡 사시는 ㄱ권사님 부부와 은퇴 장로님, 또 봉곡의 ㄱ집사님도 코로나 감염되었단다.

지적 장애인인 ㅅ씨 모녀의 소식도 가슴 이프다.

지난 주에도 안와서 궁금했는데 목사님께서 가보니 

딸 ㄱ씨가 복수가 차서 거동을 못하고 있더란다.

진안 의료원에서 간경화 진단을 받고 곧 입원을 시켰단다.

보호자인 어머니가 의사소통이 어렵다보니 혼자 입원해 있다고 했다.

이 모녀는 목사님이 많이 보살펴 주시는데 가족이 아니어서 보호자 자격이 안된단다.

도시에 사는 ㅅ씨 남편 후처의 아들에게 보호자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단다.


일요일 아침, ㅅ씨는 여느 떄처럼 일찍 교회에 와서 앞마당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혼자라서 외로워 보였다. 딸을 병원에 보내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가뜩이나 마른 분이 더 바싹 말라있다.


ㅅ씨 모녀는 어딜 가도 비둘기처럼 붙어 다닌다.

주일에도 꼭 같이 나와 예배를 드리는데 가장 일찍 오는 교인일거다. 

예배 전 성가를 준비하러 일찍 오는 성가대원  보다도 먼저 와 있다.

그리고 마주치면 아주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너무 착해서 애처로와 보이기까지 한 어머니ㅅ씨.

그 어머니보다도 더 지능이 떨어지는 딸 ㄱ씨는 성인 여자에겐 모두 언니라고 부른다.

나에게도 언니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정확히 ㄱ씨의 나이를 모른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가 얼추 58~9세 쯤 되었을거라고 추정한다.


딸 ㄱ씨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언제나 싱글벙글 신이 나 있는 얼굴이었다.

글자를 몰라도 옆에서 찬송가를 찾아주면 신이 나서 부르고 

교회에서 생일축하를 받을 때면 앞에 나와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좋아했다.

어머니 ㅅ씨는 시집을 와서 ㄱ씨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후처를 얻었다는데 아들을 낳고 한 동네에 살다가 먼저 죽었다. 

아직도 후처와 한 동네에 산다. 

언젠가 도시에 사는 후처의 아들이 ㅅ씨모녀가 사는 집마당에 쓰레기를 부려 놓아서

농촌봉사활동나온 청년들과 남자 교인들이 트럭을 불러 치워준 일도 있다.


얌전한 어머니와 달리 딸 ㄱ씨는 쾌활한데

볼 때마다 걱정거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활짝 웃고 있어서 

간이 나빴는지 몰랐다. 얼굴색이 좀 검긴 했지만 병색으로 보이지 않아서 햇볕에 그을린 줄 알았다.

평생 그늘에서 살아온 ㅅ씨 모녀.

그분들에게 왜 그런 고난까지 주어지는지...인생이 가엾고 가슴 아프다. 

주의 은총과 보호를 빌 뿐이다.

정말 하나님의 보살핌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2022년 4월 11일 월요일 맑음


어제 밤 올라와 아침 일찍 병원을 갔다. 피검사와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

2년 넘게 남편을 치료하는 주치의와 만나 상담을 했다.

항암주사 부작용을 견뎌내기 힘들어서 중단하고 싶다고 했더니 

의사는 지금 치료를 중단하면 살 수 있는 시간이 3개월 정도라고 했다.

어차피 암을 줄이거나 완치를 바라는 게 아니고 지연시키는 게 목적이니까 

한 텀 쉬고 2주 후에  용량을 줄여서 치료해보자고 한다.

이 지독한 부작용을 겪으며 생명을 연장 시키는 일과 삶의 질을 위해 치료를 중단하는 것.

그 두 사이에서 고민이다. 결정을 하는 게 어렵다...

이제 겨우 몸을 추스리고 먹고 있는데 

또 그 무서운 항암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도

일단 의사 말을 따라야 겠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용량을 줄여도 그렇게 지독스럽게 고통스러우면 그떄는 병원치료를 중단하리라...


그런데 치료를 안하면 앞으로 3개월이라고? 헛웃음이 난다.

의사는 자신의 경험이나 통계를 보고 얘기하는 거겠지만 

너무 어이가 없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죽음은 엄연한 사실인데 왜 살아있는 우리에겐 어째서 이토록 현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꽃비가 날리는 병원을 나와 진안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다가 천안 휴게소에 들려 햄버거와 어묵바를 먹었다.



2022년 4월 12일 화요일  맑음


어제 장거리 운전을 해선지 봄날이라선지 피곤하다.

햇살이 환한 날이다. 

화단에 주목나무가 우뚝 심어져 있다.

목사님께서 우리가 없는 사이에 심어 주신 거다. 

함양 가셔서 주목나무를 캐오신다고 하시더니

그새 나무를 가져와 심어 놓으셨다,


우리 목사님은 조경전문가시다. 

다육이며 분재며 모묙이며  목사님의 손길을 거치면 식물과 나무들이 멋지게 자란다.

남편에게도 원예치료 삼아 키워보라고 다육이를 많이 주셨는데 거의 죽었다.

목사님은 열심히 주시고 우리는 열심히 죽인다. ㅎㅎ .

지난 가을 주신 가문비 나무도 죽었다. 

너무 보살핀 것도 원인이란다.

앞마당에 늠름한 주목나무가 파수꾼처럼 서 있으니 든든하다.

남편이 오랜만에 아래 마당에 호수로 물을 준다

서울은 봄이 한창이던데 고원 지역인 이곳은 봄꽃이 늦다.


KakaoTalk_20220412_100759663.jpg


KakaoTalk_20220412_123929958.jpg 저 혼자 피고 지는 봄 꽃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