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네팔 가자!"

남편 말을 듣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언제부터 가고 싶던 네팔 트래킹이었지만남편은 단호하게 NO~!였다.

지극히 도회적인 그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쪽이어서

 언젠가 혼자 가야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차였다.

그런데 남편이 이렇게 순순히 가겠다고 나서다니!

요즘 같이 시간 있을 때 마누라에게 점수나 따두자는 심사였을까.

아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떠나는 게 신상에 좋겠다는 계산에서였을까.

아무튼 낯설고 물설은데다 무엇보다도 문명의 이기를 벗어난 곳을,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남자가 갑자기 순순히 가겠다고 나서다니.

 혁명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는데 혹시 네팔에서 잘못되는 건 아닌지

불길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어찌되었든 자다가 떡을 얻어먹은 기분이었다.

갑자기 봄 신명이 스멀스멀 지펴 오른다.

앗싸라비야~~!!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안되지.

혹시라도 남편이 맘 변하기 전에 비행기 예약부터 서둘러 해두고는

 랑탕, 코싸인쿤드 지역으로 트래킹 코스를 정했다.

길이 가장 원만하고 원시림이 아름답다는 말에 현혹되어서.

사실 히말라야 트래킹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경험도 없는

상태라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설산을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냥 설렌다.

 산은 커녕 야트막한 언덕도 없는 나라에서 훈련되지도 않은 몸으로,

장비도 제대로 없고 사전 지식도 충분하지 않은데..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고지를 오를 수 있으려나.

고산병이나 안 오려나. .. 추위는 정말 쥐약인데 산에서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등등.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무대뽀, 대책없음이 내 주특기 아닌가.

무작정 부딪치고 보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침낭과 신발이라기에 침낭과 등산화만 신경 써서 준비하고

나머지는 대충 짐을 꾸려서 길을 떠났다. 남편과는 카트만두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우리 부부만의 오붓한 여행이 될 줄 알았더니만 으이그…, 껌딱지 하나가 들러 붙는다.

딸아이가 자기도 가고 싶었다면서 나선다. 마침 부활절 방학이기도 하고...

오나가나 영감님 뾰루지 같은 녀석이라 영 뜨악하다.

가서 고춧가루 노릇을 단 한 번만이라도 하면 

얄짤없이 히말라야에 묻어두고 오겠노라고 단단히 으름짱을 놓고 동행을 허락했다

 

방학이지만 곧 중요한 시험이 있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아들애만 두고서

우리는 훌쩍 네팔을 향해 날아갔다.

 런던에서 네팔 가는 직항이 없어서 바레인에서 다시 갈아타고 카트만두까지--

비행시간만 12시간.  기다려서 갈아타는 시간 3, 4시간. 꼬박 15,6시간이다.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니 매연과 커리가 섞인 매캐하고도 특이한 냄새가 코로 들어온다.

십여 년 전 인도 땅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인상이다.

카트만두 공항은 우리나라 지방 버스터미널보다도 꾀죄죄하다.

입국 비쟈를 받으려고 서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다.

 이런 돌발상황을 어이없어 하는 딸. 곧 불이 들어오긴 했지만

앞으로 네팔에서의 여정을 암시라도 하는 것 같다.

입국 비쟈를 주는 이가 내 패스포트를 요리조리 보더니만,

새로 갱신한 여권에 찍힌 사진이 전의 것과 사뭇 다르다며 한담을 걸어온다.

 최근 사진이 더 맘에 든다나?

한가하기도 하셔라…, 남이사, 얼굴이 달라졌든 말든

남의 나라 여자 얼굴이 자기 맘에 들든 아니든 뭔 상관이람?

비쟈나 얼른 내 줄 일이지. 하지만 그런 공항직원의 태도에 한결 느긋해진다.

 

공항을 나오자 한국에서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두 팔을 벌리며 반긴다.

월 컴 투 네팔~~!!” 남편과 상봉하니 반가웠다.

 한국인 민박집으로 향했다. 도심의 거리는 차선도 신호등도 없이 사람과 릭샤와 자동차가 엉겨 붙어 혼잡 그 자체다.

뛰뛰빵빵~~!! 지독한 매연과 소음, 인파로 뒤섞여 아수라장이다. 차에 앉아 그 속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사람들은 이력이 난 듯, 무표정이고 자동차들은 그 혼돈 속을 참 용케도 빠져나간다.

 아수라장을 벗어나 민박집에 도착하니 집안일을 돕는 네팔 아가씨 둘이 나와 짐을 받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나마스떼"

그들은 한국말로, 우리는 네팔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무공해 같은 순진한 표정이다. 저녁상에 나온 쌈도 무공해다.

 직접 농사를 지은 거라는 상추쌈과 배추쌈은 군데군데 벌레가 먹은 자국이 선명하다.

시골처녀 네팔 아가씨가 차려주는 무공해 쌈으로 저녁밥을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식사 후,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내일 떠날 9 10일간의 트래킹에 대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준다

 고산병이 가장 큰 문제인데 천천히 걸을 것! 트래킹 중 절대로 샤워를 하지 말 것.

 산에서 감기 들면 큰 일이므로 머리도 감지 말 것.. .

 아니, 열흘 동안 샤워도, 머리도 못 감는다고? 생각보다 강행군 같다.

 질색일 줄 알았던 딸내미가 의외로 싱글벙글이다. 씻는 게 귀찮았는데 잘 되었다나?

 우리는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가져온 샴푸를 고스란히 민박집에 두고 가기로 했다.

내일 아침 이른 출발을 위해 가져 갈 짐들을 챙겨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009. 3.28.)

(2009. 3.28.)

 

    네팔1 카투만두거리s.jpg

 매연천국, 카투만두의 도심.

네팔1-카투만두거리2s.jpg

 

 

  카투만두의 사람들s.jpg

 도심을 조금 벗어난 거리, 사람들.

 

 카투만두의 상인s.jpg

 코코넛과 수박을 파는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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