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30
3월 셋째 주일은 마더스 데이Mother's day)입니다.
우리집 애들은 이날이 되면 거창하게 민족정체성까지 들먹이다가
정작 5월 8일엔 잊고 지나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딸아이는 이틀 전부터 비실비실 앓고 있고,
생일파티가 있다며 분주하게 들락거리는 아들녀석 꼴상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애저녁에 다 글렀다 싶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한 아름의 꽃을 샀습니다.
내 이렇게라도 사가지없는 짜슥들에게 복수하리라.....
번번히 놈들에게 분노하느니 차라리 자축하리라.
뭐 이런 오기도 슬그머니 발동해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꽃이었습니다.
자식이 뭐라고 외국까지 기어나와
남편과도 떨어져 가슴시린 몇 년을 살아 낸 어이없는(남들이 그랬다면 혀를 찼을 )
내 인생을 이렇게라도 위로하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한밤중에 심한 복통을 일으켜
허겁지겁 응급실로 달려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하얗게 밤을 새우고야 겨우 통증이 가신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골아떨어졌죠.
오후에 일어나 보니 내 책상 위에 분홍빛 장미꽃 카드가 얌전히 놓여있더군요.
선물도 놓여졌고.(샤프펜슬이라니... 엄마가 지들 수준인 줄 아나..
밑그림그릴 때 쓰라고 놓았나보군. 흠... 성의를 봐서 접수하겠슴.)
더 웃긴 것은 카드 내용이었어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엄마,
엄마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60억명 중의 특별한 사람이예요~~
요즘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경험을 하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욱하는 아빠 엄마를 닮아 발광을 할 때도 있지만,
(제 진짜 지랄발광은 아직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식히고 보면 저는 사실 엄마와 아빠를 진짜 사랑한다는 걸 확인해요.
엄마의 모든 점을 다 좋아하진 않아요.
진짜 별로고, 짜증나고 걱정되는 점도 많아요.
하지만 엄마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예쁜 (꾸미기만 하면 stunning한)
40대 아줌마고, 가장 맑고, 가장 용기있고, 생명력 강한 사람이예요.
방 잘 치우는 것 까진 약속 못해 드려도 이젠 엄마한테 더 잘할께요.
저한테도 좀 잘해주세요. (아프지 않을 때도)
Happy Mother's Day with an evil daughter & a perfect son "
--지난 17년 동안 어머니의 아들이 되는 것을 무척 즐겨왔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이지혁.--
ㅋㅋㅋ 이건 또 무슨 맹랑한 소리???
맹랑하기 그지없는 카드를 받고서 속절없이 기분이 실실 좋아지네요.
밤을 새운 피로도 스르르 풀리구요..
꽃병에 꽂힌 한 아름의 꽃이 무색해지면서,
카드속의 꽃이 생화보다 더 고와 보이니... 무슨 조화일까요?
자식이란 참으로 아프락사스 같은 존재인가봅니다.
2009.03.24 12:12:21
라라 님,
남매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나는 아이들로 감격의 눈물을 흘려 본적이 없는지라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늘 행복하소서.
질문- 아프락사스가 무슨 뜻잉교?
남매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나는 아이들로 감격의 눈물을 흘려 본적이 없는지라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늘 행복하소서.
질문- 아프락사스가 무슨 뜻잉교?
2009.03.24 16:30:06
작년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종이꽃을 만들어 왔습니다.
가슴에 꽂고 출근하라고 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꽃만 꽂고 현관문을 나서기 무섭게 가슴에서 뻬벼렸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면서도 흐뭇하더군요.
아직도 제가 아빠라는 사실이 종종 실감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빠에게 준다고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오는 선물에 기쁩니다.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에 점점 어렵게 느껴지네요.
가슴에 꽂고 출근하라고 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꽃만 꽂고 현관문을 나서기 무섭게 가슴에서 뻬벼렸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면서도 흐뭇하더군요.
아직도 제가 아빠라는 사실이 종종 실감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빠에게 준다고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오는 선물에 기쁩니다.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에 점점 어렵게 느껴지네요.
2009.03.25 00:14:05
웃겨님,
완존.. 감동입니당.
이거이 완존 콩트 한 토막이구만요.
내 은빛님만 요런 맛깔스런 글 쓰는 줄 알았더이만,
웃겨님이 한 수 더 위시구랴 그래..(울 은빛 샐쭉해지지 않겄징)
이번에 아예 그림콩트집을 내 보심이..
인세 나오면, 울 다비녀들 히말랴 비행기 표라도~~~^^
네팔 잘 댕겨 오세요.
너무 푹 빠지시지 말구요. 넘 샘나니깐요~~
완존.. 감동입니당.
이거이 완존 콩트 한 토막이구만요.
내 은빛님만 요런 맛깔스런 글 쓰는 줄 알았더이만,
웃겨님이 한 수 더 위시구랴 그래..(울 은빛 샐쭉해지지 않겄징)
이번에 아예 그림콩트집을 내 보심이..
인세 나오면, 울 다비녀들 히말랴 비행기 표라도~~~^^
네팔 잘 댕겨 오세요.
너무 푹 빠지시지 말구요. 넘 샘나니깐요~~
2009.03.28 12:06:57
맑고 용기있고 강한...
아마 따님이 그런 모습의 엄마를 닮아서 그렇게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사위될 분... 으흠..
누군지 모르지만 복많은 친구가 될 것이구요.
이모 저모 힘든일이 많지만 행복한 가정의 훈훈함이
인도까지 전해지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아마 따님이 그런 모습의 엄마를 닮아서 그렇게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사위될 분... 으흠..
누군지 모르지만 복많은 친구가 될 것이구요.
이모 저모 힘든일이 많지만 행복한 가정의 훈훈함이
인도까지 전해지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2009.04.03 20:30:05
--사악한 마녀로 변했다가 다시 천사로 돌아 온답니다.
한단계 upgrade되어.......
중간에 끼어들어 지송하네요 .
오늘 com이 열려있네요.
뭔말인지 잘 모르시겠지만 그런게 있어요 ..
맨날 아침에 억지 웃음체조 하다보니 이젠 잘 웃게 되었어요
목사님이 내일 새벽기도후 설렁탕 먹으로가자는 데요.(사순절 새벽기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
한단계 upgrade되어.......
중간에 끼어들어 지송하네요 .
오늘 com이 열려있네요.
뭔말인지 잘 모르시겠지만 그런게 있어요 ..
맨날 아침에 억지 웃음체조 하다보니 이젠 잘 웃게 되었어요
목사님이 내일 새벽기도후 설렁탕 먹으로가자는 데요.(사순절 새벽기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
아이들이 웃겨 님을 닮아 아주 웃기는가 봅니다. ㅎㅎ
너무 재밌는 카드네요.
저희 아들이 이라크에 가있는 동안
어머니날 e-card를 보냈어요.
mom.. 이 upside down 되더니 wow.. 로 바뀌더군요.
아.. 제가 그 카드 받고 쭐쭐 울지 않을 수 없었네요.
아무튼 자식들이란 거 믿을 바 없고
가끔씩은 열불 나게 하지만
때때로 감동 받은 엄마 눈에 눈물나게 하는
아주 요상한 것들임이 확실합니다.
미국은 5 월 둘째 주일입니다.
꽃장사와 식당들이 일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입니다.
마음 푸시고 즐겁게 지내십시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좀 잘 해 주셔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