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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 와서 놀란 것은 예상외로 궁색함이었어요.
이 빠진 찻잔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더운물 찬물이 따로 나오는 구식 수도꼭지(traditional이라고 쓰여있더군요^^*),
유행이 한참 지난 옷들을 그대로 입고 다니는 사람들...
차 한대가 겨우 빠져 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 두 사람이 걷기도 비좁은 인도,
낡아 빠진 집들, 백 년도 넘은 지하철 등등.

우리나라의 빠른 변화와 최신식 시설에 비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이런 모습이 낯설었어요.

물론 돈 많은 부자들이야 뜯어고치고 새로 사들이겠지만,
일반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우리에 비해 옹색하게 보일 정도였지요.
세금을 많이 걷어서 펑펑 쓸 돈이 없는 건지,
새 것보다 옛 것을 고수하는 전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튼 잘 버리지 않고 될수록 고치고 보수해서 쓰더군요.
중고가게가 많은 것을 보아도 그렇구요.

이 동네에는 600년도 넘은 호텔과 펍(pub)이 있는데
정말 오래된 티가 줄줄 흐릅니다.
펍의 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벽과 유리창은 낡을 데로 낡았어도
 
동네 사람들은 펍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아들아이 학교는 1500년도에 지어진 옛 건물이 그대로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담장 보수를 하는데 전체를 갈지 않고 중간중간 몇 개의 돌만 교체하더군요.

 
이런 나라에서 살다 보니 저도 궁끼가 들어버렸습니다.
활동량이 많아선지 아들애의 양말은 종종 구멍이 나는데
 
그 헤진 양말을 기워줍니다.
아들애도 불평 없이 신고 나가는데 신발을 벗을 일이 없기 때문인가 봐요.
 
요즘 세상에 양말을 기워 신다니..???!!  놀라실 분들도 있겠지만
양말을 깁는 게 은근히 재미있다는 걸 알았어요헤진 곳을 동그랗게 메우는 일도 그렇지만
한 땀 한 땀 양말을 깁다 보면 차분해지는 것이 명상이 따로 없더군요.  
 
바느질 솜씨가 좋으셔서 한복을 짓는 일로 7남매를 키우셨다는 외할머니와

그 일을 도왔다던 어머니의 마음도 헤아려 보게 되니 이보다 좋은 명상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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