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언니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낭만파의 대가들이었습니다.
동화 속 공주를 꿈꾸던 언니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공주 이야기를 각색해
연극한다고 오만 두시럭을 떨다가 어머니께 꾸지람을 듣기도 했지요.

어머니의 입술연지와
치마저고리를 다 꺼내서 뒤집어 쓰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울 언니와 방학이면 놀러 오던 서울의 사촌 완희 언니는 같은 공주과로 죽이 척척 맞았지요.

무릎이 미워진다며 서서 발로 방바닥을 닦고
낡은 풍금을 치면서 이담엔 꼭 피아노가 있는 이층집에서 살고 싶다던 언니들.

안테나 달린 티브이랑 소파가 놓여진 응접실을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살고 싶은 집을 꿈꾸었죠. 완희 언니는 정말 타고난 얘깃꾼이었어요..

바나나 껍질을 밟아 미끄러졌다는 둥, 서울에 있다는 육교, 로타리등…, 언니가 들려주는 서울얘기는 온통 신기하기만 했어요.

특히 숙이네 선산에 앉아 강낭콩 박힌 찐빵을 뜯어 먹으며 조근조근 들려주던 <헨델과 그레텔>은 우리 혼을 빼놓았지요. 완희 언니가 서울로 돌아가고 나면 한동안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했습니다.

 

그 꿈 많던 언니들이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중년의 아줌마들이 되었네요.
연말이 되니 언니들이 보고 싶군요. 지난 일을 들추며 한바탕 깔깔대고 싶습니다.
녹녹지 않은 세월을 살아내면서도 소녀적 감성을 잃지 않은 언니들을 보면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이 만화는, 억척스럽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랑하는 나의 언니들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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