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버지께서는 외출에서 돌아오시는 길에
종종 꽁치를 사오셨습니다.

어머니는 그걸 소금 간을 해서 아궁이 불에 석쇠로 구우셨지요.
저녁 반찬으로 꽁치구이가 올라온 날은
가장 밥맛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저녁밥이 꿀맛이었죠.

꼭 한 토막씩만 나누어 주셨기 때문에
그걸로 아껴가면서 밥 한 그릇을 먹어야 했지요.
밥과 함께 어우러지던 고소한 꽁치의 맛...!
더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는데 오빠는

어쩐 일로 꽁치에 손도 대지 않는 겁니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치는데 선수였어요.
즉, 오빠는 우리가 꽁치를 다 먹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늘 머리 꽁댕이만 드시는 어머니께
자신의 꽁치를 상납하는 것 아니겠어요?
 부모님은 그런 오빠를 기특해하셨지만
저는 고렇게 야비하게 배신을 때리는 오빠가 참 얄미웠죠.

 어버이 날이인데 처가에 뭘 사다 드릴까? 남편이 물어오네요.

마음 같아선 싱싱한 꽁치를 잔뜩 사다 드리라고 하고 싶은데
요즘 꽁치가 뭐 그리 맛이 있을까 싶어
좀 더 귀한 갈치로 바꾸었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산해 진미를 사다 드린 들,
그 옛날 먹던 꽁치 한 토막에 비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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