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결혼 할 때  해 온 이불과 요 속을 뜯어보니 우윳빛 부드러운 목화 솜이 들어 있었어요 .

 얼마전 그 솜을 틀어 폭신하게 만들었어요. 

불현듯 예전 어머니께서 만드시던 빳빳하게 풀먹인

 기분 좋은 이부자리의 촉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한국이부자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첫번째로 요를 시도 했지요.

 편한 것 놔두고 왜 사서 고생이냐고 질색을 하시는

 시어머님을 설득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선 무명천으로  요 솜을 쌉니다.이불 솜 싸기.jpg

 

그 다음 과정은 이불호청을 만들어 두는 일이예요.

호청 당기기1.jpg

 

광목천을 풀을 먹여 말린 다음 물을 골고루 뿌려  팽팽히  당기는 작업.

 

호청 당기기2.jpg

이 과정이 제대로 되야 호청이 반듯해 진답니다.

 

그 다음  꼭꼭 밟아 풀이 고루 스미게 합니다.

호청밟기.jpg

 

 

 밟아 놓은 호청을 다듬이 질을 합니다. 풀발이 호청에 밀착되게 하기 위해서래요.

다듬이 질로  매끈하게 풀이 먹여지면 때도 덜타고 

 피부에 와 닿는 촉감이  파삭하게 기분좋게 되는 겁니다.

시어머님 댁에는 아직도 다듬이 돌과 방망이가 있어요.다듬이질1.jpg

 

옛날에 진저리나게 호청을 두들기셨다는 시어머님의 다듬이질 솜씨는  능숙한 숙련공 같습니다.

다듬이질2.jpg

힘도 그리 들어가는 것 같지 않게 가볍고 빠르게 내리치시는데

 호청과 다듬이 돌이 착착 앵기는 찰진 소리가 아주 리드미컬합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다듬이돌 소리..!

내가 해보니 아주 서투네요. ^^

 어머님의 다듬이질 솜씨에 감탄을 했더니 더 신명이 나서 두들기셨어요.

 

그 다음은 색동요를 대는 일.

색동 요 대기.jpg

 

색동 요 꿰메기.jpg

 

그리고 호청을 씌웁니다. 이 호청씌우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는 걸 알았어요.

호청 씌우기.jpg

풀을 빳빳하게 먹인 요호청에 바늘이 잘 들어가지가 않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완성된 요를 보니 너무 이뻐요.

완성된 요.jpg

 

속을 싸고 호청을 빨아 풀먹여서 다듬이질 해서 꿰메느라 하루해가 다 가도록 공을 들였어요.

아까워서 요를 깔지 못할 것 같네요. 이건 뭐 요가 아니라 혼이 들어간 작품같았어요.

 

옛날에 할 수 없어 이러고 살았지

 빠르고 쉽고 편리하게 사는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요를 만들어 쓰겠냐고  참 요즘 여자들은 좋은세상을 산다고 하셔요.

그런데 훌러덩 씌우고 벗겨서 빨 수 있는 편하고 좋은 세상 살이가  뭐가 빠진듯 허전해

그 진저리 나신다는 옛 것을 전수하려는 며느리의 심정을 아실라나..

 암튼 어머님의 고생으로

이쁜 요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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