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오디를 따러 뽕나무밭엘 갔습니다.
들꽃마당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이 뽕나무밭은 이제는 60이 넘으신 실로암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이
지난 30여 년간 일구어 놓은 곳입니다. 풀무생협의 원년멤버이기도 한 목사님은
열악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힘을 다해 지역민들과 누에치기를 해왔습니다.
지금은 나이 든 농민들은 누에치기를 포기하고, 목사님 내외분만이 터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기농 오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이렇게 큰 오디는 처음 봤습니다.
아마 제가 오디에 관해서 문외한 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겨우 길가의 오디 정도 따먹고 다녔으니까요.
들꽃마당 안에도 새들이 심어 놓은 오디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여기에도 맛있는 오디가 달렸습니다.
오디는 포도당을 비롯한 과당 비타민 칼슘 등이 풍부해서
예로부터 강장제로 알려졌으며 특히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류머티즘 치료에도 쓰이며, 혈당과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누에를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 영농조합이 같은 마을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에서 오디농축액
한 통을 받았습니다. 상당히 큰 통이어서 무겁기는 했지만 발효가 되면 제가 먹어보려고
합니다. 제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번에 농촌진흥청에서 새로운 오디나무 품종 6가지를 개발했더군요. 묘목을 구입해서
심어봐야겠어요.
뽕나무 열매 '오디'
오디가 뽕나무 열매라는 것은 다 아시죠? 뽕나무 열매는 '오디'만이 표준어라고 합니다.
오디 따기 체험단. 오디 따러 가자는 제 말에 두말없이 따라나선 체험단입니다.
수지 맞은 체험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까맣게 익은 것은
당도도 높고 입 안에서 터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주의해서 따지 않으면 손을 오디물로
염색하는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오디를 따 주신 실로암교회 집사님의 오디로 물든 '손'
아, 손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사실 농민의 손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질곡이 깃들어 있습니다.
어제 고추 관리를 하고 있는 교우 가정에 심방을 갔는데, 뙤약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하며 갈라진 손 모습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흙과 버무러진 손 모습은 목회자인 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오디를 먹는 모습을 연출하신 실로암교회 집사님.
상당한 연기력을 갖고 계시고 아마 같이 일하는 분들을 매우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분 같았습니다.
일도 잘하셔서 보는 이들이 부러움을 갖게 하더군요...
'실로암교회 사모님'
이렇게 딴 오디는 현장에서 판매도 하고, 또 냉동해서 판매도 합니다.
현재 목사님은 오디농사 수익으로 지원하는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으로 떠나셨습니다.
두 분이 평생 이렇게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교인 수는 정말 얼마되지 않지만, 풍성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목사님과 사모님입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농민으로, 목회자로 살면서 때로 주민들의 핍박도 받았지만 그래도 가슴에 품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유기농 영역으로 끌어 들인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 오디가 이렇게 탐스러운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마치 무슨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것 같았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따먹어보니
입안에서 단물이 흥건히 고이는 것이 참 맛있었습니다...^^ 실컷 오디를 먹었습니다.
하나라도 정성을 들여 오디를 따는 사모님의 모습이 마치 예술가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시 풀무생협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유기농의 정신은 오디에서도 나타납니다.
사실 저는 유기농이나 무농약 농사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특히 어려운 이들을 생각할 때는 약간
문제의식도 가지지만 그래도 온 힘을 다해서 유기농업을 하는 이들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들꽃마당 주변에는 이렇게 유기농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집스럽게 유정란을 생산하는 정철우 씨라고 있는데, 이분은 늘 연구 대상입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지만 말도 잘하고 유기농업도 잘하고 유정란 품질은 최고로 만들어 내는 분입니다. 이분 때문에 저도 강제적으로 유기농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참 고맙지만요.
오디 따기 체험단의 수확물. 아마 이놈들이 얼마 있으면 농축액이 되고, 술이 되고, 또 맛있는 냉동 식품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한 오디를 먹고, 더욱 건강하고 맑게 살아가기를
기원하면서 뽕나무밭을 나왔습니다...
여러분도 오디 따기를 하고 싶지 않으세요?
덧) 요즘이 오디가 영그는 시기 입니다. 농로 주변 야생 뽕나무에도 오디가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등하교 차량 운전을 하다가 하나씩 따서 아이들 입 속에 넣어줍니다. 마치 어미새가 새끼들 입 속에 넣어주는 기분입니다...^^ 요즘 낙동초등학교 아이들 간식거리가 길에 널려 있네요.
길 가다가 까만 열매가 보이면 잠시 멈추고, 오디 맛 좀 보세요...^^
그러고 보니 mulberry 인가 보네요.
열매는 똑같은데 나무가 저렇게 안 생겼어요.
어제 먹어 보았더니 달콤 새콤하던데 나무가 키가 커서
열매 땋기는 쉽지 않게 생겼네요.
사진 한장 첨부합니다. ^^
목사님의 글과 사진은 따뜻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늘 받습니다. 밖에 들판에서 개구리 소리가 정말 평화롭게 울고 있는 밤입니다.
저는 이시간이 제일로 행복한 시간 입니다.
조금 있다 밤산책을 갈까 합니다.
요즘 과도한 노동으로 삶의 균형이 기울려져 있지만...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이 평화로운 시간은 바로 천국의 시간입니다.
저희 집에도 개량된 뽕나무 다섯 그루가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제일먼저 오디하고 보리수 열매을 한움큼씩 먹는 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목사님이 계시는 농촌에 한 번 놀러 가야 겠습니다.
언제쯤 시간이 될지..ㅠㅠ
비가 온다니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목사님, 맘 같아서는 오디따러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요.^^
정말, 사모님 모습이 너무 멋지시네요.
사모님도 뵐겸, 꼭 내려가 보고 싶은데, 자신이 엄네요. 목사님,
대신, 저 맛난 오디 맛 볼수 있을려나요?
구매는 어떻게 하는 거여요? 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