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밥

조회 수 2660 추천 수 0 2013.11.07 10: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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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밥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즐겁게 지켜봤습니다질서 있게 줄을 서고예의를 갖추고 밥을 타서 자기 자리로 가는 모습부터 보기가 좋았습니다아이들 밥 먹는 모습에서 왜 이리도 행복함을 느끼는지요문득 평화의 진정한 모습은 아이들이 편안하게 밥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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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하늘이라고 한다지요왜 밥을 하늘이라고 표현했을까요아마도 밥 속에 하늘의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에게라도 온몸을 주어서 생명의 씨앗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나 아닌 네 속으로 모두 들어가게 하는 그 마음 말이지함께 나누는 밥상이야말로 생명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습니다지하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밥은 하늘입니다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밥은 하늘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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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톨 속에 들어 있는 하늘의 마음그 마음은 농부의 마음과도 연결되겠지요그 마음은 늘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움이 넘쳐나는 마음입니다올해는 벼농사가 풍년이라고 좋아했는데벼멸구의 습격으로 농부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매년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던 벼멸구가 지난 몇 년간은 조용하더니 올해는 유난히 극성을 부렸습니다.


 

벼멸구는 우리나라에서는 월동하지 않고 중국에서 저기압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번식하는 날아오는 해충(비래해충)입니다벼멸구는 볏대 아랫부분의 즙액을 빨아 먹어 벼를 쓰러지게 하고벼를 말라죽게 합니다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논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농부의 마음은 단지 내 수확물에 대한 염려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돈으로만 따진다면 이미 접어야 할 벼농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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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벼멸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쩌면 서로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모릅니다그래도 농부의 마음이 더 안타까운 것은, 희망을 잃어가는 농촌의 모습이 벼멸구에게 진액까지 내줘서 말라가는 벼의 모습에 비치기 때문입니다쌀 한 톨에도 희망을 담는 애틋한 농부의 마음이 더는 말라가도록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하늘이 가물면 모든 생명이 힘을 잃습니다농부의 마음이 가물면 생명의 밥도 불편해집니다우리가 밥을 먹고 사는 한은 가끔이라도 하늘의 마음과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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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흔해져서 밥의 소중함이 옅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밥을 굶는 이들이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서도 전해집니다지난여름 TV 뉴스(2013. 7. 4 sbs)에서 학기 중에는 학교 급식을 받지만방학만 되면 밥 굶는 아이들이 서울에만 5만 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울에만 5만 명이라니물론 서울에 인구가 집중돼 있지만 전국의 아이들까지 따진다면 그 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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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못 먹는 아이들이 이 땅에 있는데 어른들은 거리낌 없이 밥을 잘 먹을 수 있을까요아이들 밥에 대한 책임을 갖는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일 것입니다한동안 모든 아이에 대한 무상급식이 과잉복지이고 세금을 늘리는 정책이라는 논쟁이 많았습니다아직도 그 논쟁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밥 하나를 놓고도 선택적 복지의 타당성은 여전히 주창되고 있습니다.

밥은 하늘이고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이라고 노래하는데밥의 선택이 아이들 몸과 마음에 상처로 남고 이 땅에서 하늘의 마음은 없어진다면그래서 그렇게 아이들이 자란다면 앞으로는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찾기 어려운 사회가 되지 않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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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람도 배려하면서 밥을 담고자기 자리와 옆자리를 함께 존중하며 온몸으로 즐겁게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능력껏 먹고 사는 사회가 아니라, 이렇게 함께 먹고 사는 사회를 그려봅니다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을 서로 나눠 먹는 세상이 된다면 행복도 단순해질 것입니다능력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모습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확신합니다천재 한 사람이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구조보다는 피라미드 밑바닥처럼 보편적인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 먹여 살리는 그런 사회가 희망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당부합니다. 그런 세상을 이루는 밥알 한 톨이 되라고. 

 

 

 

 

 

<*여기서부터는 3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로 윗줄에서 앞을 보고 있는 수현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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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다 보니밥은 하늘이라는 뜻이 조금씩 더 깨달아지는 것 같습니다밥은 일 학년이나 육 학년이나 가리지 않고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습니다밥을 받아든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리고입은 먹느라고 바쁘고 말하느라고 바빠집니다같이 밥을 먹음으로 마음이 열리고 세상이 열립니다이렇게 열린 마음이 밥상 위에 가득해집니다보고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밥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작은 농촌학교이지만 이런 학교들이 함께 공존해야 이 땅 구석구석이 건강해지고먹을거리가 건강해지고우리가 살아야 할 앞날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생각합니다벼멸구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가도 밥알 하나하나 잘근잘근 씹는 아이들을 보면농부는 다시 용기를 낼 것입니다마른 벼를 조심해서 한쪽으로 거두고 줄어든 수확이지만그래도 즐겁게 추수할 것입니다아이들은 풍성하게 밥을 먹고 농부의 마음은 하늘에 닿고 하늘은 세상을 향해 더욱 푸르러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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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밥이 차별받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에 있는 아이들은 누구라도 밥을 나눠 먹을 수 있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누구에게라도 밥을 나눠줄 수 있는 풍성한 세상을 이끌어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밥이 어디서 시작하는지를 잘 알아서 그 땀방울과 애틋한 마음을 존중하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이 가장 큰 행복으로 모두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밥을 먹고 나가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씩씩합니다. 어느새 운동장이 한걸음입니다. 


 








profile 건강한 농촌, 튼튼한 생명을 바라는 들꽃마당에서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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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3.11.07 15:38:40

목사님, 사진의 아이들이 가슴설레이도록 이쁩니다.
사진은 찍는 사람의 대상을 향하는 마음이 담긴다고 했던가요?
아이들의 아름다움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저 건강한 볼, 맑은 눈동자, 천진한 웃음과 자라는 치아..^^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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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달팽이

2013.11.07 19:06:01

사랑과 평화가 깃든 글과 사진을 통해
마음에 기쁨을 얻습니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밥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저희집 농사도 거의 추수경에 벼멸구가 들어서 조금 피해를 받습니다.
그래도 먹을 만큼 넉넉하게 수확은 했습니다.
생태계의 모든 곤충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화와 기쁨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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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11.07 23:07:54

그런데 참,
지역은 촌인 거 같은데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보더 더 말끔해보네요.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가요?
3년 전과 후의 수현이 사진을 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밀려드는군요. 
아이들은 나무처럼 크는군요. 
주님의 복이 모든 아이들에게 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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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김영진

2013.11.09 21:26:54

예쁜 아이들 모습을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얼마 전에는 보령시 초등학교 합창대회에 나가서 금상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합창을 한 지 이제 5년이 되었네요. 매주 수요일마다 합창연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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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3.11.10 22:57:44

김목사님,
얘들이 너무 이쁘네요.
한참을 넋 놓고 봤습니다.

밥은 하늘이다. 그렇네요.
언제든가, 박완서 선생님이
부산의 한 수녀원에서
'밥으로 오신 하느님'을
체험한 후 기력을 회복하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지하 시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누구라도 밥은 하늘이다, 생명이다,
예수님이다. 하나님이다. 라고 너끈히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밥 이야기가 있네요.
박경리 선생님 영결식장에서 박완서 선생님은
"제가 힘들어 할 때 선생님은 손수 배추국에
따순밥을 해 먹이셨다."고 추억하시더군요.
따순 밥, 그 '따순 밥'이라는 어감이
얼마나 정감있던지, 아직도 안 잊혀지네요.

그런 따순 밥이 참 그리워집니다.
그 옛날 어머니의 밥상일까요?
아, 아니 '밥으로 오신 하나님'을 더 기다리는지도요.^^
평화롭고 고요한 주일 밤입니다. 

[레벨:11]초신자의 특권

2013.11.18 14:11:32

세상이 환해지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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