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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어록(275) 13:7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성서학자들은 요한복음 13-17장을 예수의 고별사로 분류한다. 예수가 체포당하고 재판을 받은 뒤(18) 십자가에 처형당하여 무덤에 묻힌 다음(19)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20)에 앞서 예수가 행한 마지막 연설이라는 뜻이다. 이 대목에 몇몇 서사가 에피소드처럼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내용은 예수의 연설이다. 이런 내용을 공관복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앞에서도 한번 짚은 것처럼 요한복음은 예수의 공생애에 관한 서술이라기보다는 예수 사건을 주제로 하는 변증 설교라고 보는 게 옳다. 문장 형식으로는 예수의 발언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요한 공동체의 신앙고백이라는 뜻이다.

13장은 가룟 유다의 배신을 예고하면서 예수의 제자 사랑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마귀는 가룟 유다가 예수를 팔려는 마음을 먹게 했다(13:2). 마귀를 등장시키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뜻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 시작했다. 이런 퍼포먼스는 공관복음에 나오지 않는다. 요한복음을 기록한 사람이 이 전승을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딘가에서 전해 들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순절, 특히 고난주간에 교황이 노동자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식은 이 이야기에 연유한다. 개신교회의 특별 집회에서 이런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베드로는 자기 차례가 되자 이럴 수 없다.”라며 예수를 말린다. 그러자 예수는 베드로에게 그 유명한 말씀을 하신다.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베드로가 지금 알지 못한 이야기는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당한다는 사실과 그 사건이 인류에게 구원의 길이라는 사실이다.

역사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는 불가역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가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뜻의 우연성이다. 이 두 성격은 역사만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무를 태우면 연기는 공중으로 사라지고 재만 남는다. 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 나무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원소를 모아놓는다고 해도 다시 나무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구의 생명 출현도 결정되어 있던 게 아니라 우연히 발생한 것이다. 확률적으로 아주 희박한 일이 지구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가리키는 용어가 나비 효과. 인간은 자연과 역사의 모든 현상을 벌어진 뒤에나 알 뿐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듯이 베드로도 예수 운명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를 알 수 없었다. 지나면 안다. 우리 인생의 의미도 지나고 나서야 다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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