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76) 5:8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낫고자 하느냐는 예수의 질문에 삼십팔 년 된 병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이 사람은 스스로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병이 깊었다. 보호자도 없다. 집에 보호자가 있다 한들 여기 나와서 온천물 끓어오르는 순간을 무작정 대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사람은 차라리 집에 돌아가 골방에 박혀 있든지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서 구걸하는 게 좋았다. 그의 운명은 절망적이다.

나는 이 사람이 2천 년 전 어떤 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현대인 대다수에 해당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온천물이 움직일 때 먼저 들어가려고 절박한 심정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일등으로 들어갈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일등을 부러워한다. 더 근본적으로 가장 먼저 물에 들어간다고 해도 실제로 병이 낫는 게 아니다. 그것은 그렇다더라.’ 하는 전설에 불과하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성취해도 궁극적으로는 허상이다. 헛소문이다. 그것으로 생명을 얻지는 못한다. 다른 길이 없으니 어쩔 수 없긴 하다.

예수는 그에게 대단히 이상한 말을 한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9절에 따르면 이 사람은 병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고 한다. 이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몇 가지만 추정해볼 수 있다. 이 사람은 실제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병든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의 병이 깊었을지 모른다. 그는 예수를 통해서 마음의 병이 치유되는 걸 느꼈다. 약간 나쁜 쪽으로 이렇게 추정해볼 수 있다. 이 사람은 평소에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베데스다 못가에서 병든 사람들에게 먹을 걸 준다는 말을 듣고 여기서 노숙자 흉내를 냈는지 모른다. 예수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났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 논쟁이다. 복음서 기자가 9b절에서 이 날은 안식일이니...’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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