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포근했습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기온이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오후에 마당에 나가서 아주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어슬렁거렸습니다. 지나가는 누군가 봤으면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성을 기울여 주보 초고를 완성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잔디를 비추는 햇살을 보자 어린아이처럼 맨발로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신발을 신기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 문명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 다큐로 찍힐 때 가장 궁금한 것은 그들이 맨발로 정글을 누빈다는 사실입니다. 햇살이 비추는 부분과 집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의 온도에 큰 차이가 났습니다. 그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네요. 열대지방과 한대지방처럼 확실하게 차이가 납니다. 아래 그림으로 일단 보세요.
잔디를 밟는 느낌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잘 모릅니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나 황톳길을 걸을 때와 다릅니다. 각각의 느낌이 다 좋겠지요. 햇살만 있으면 한겨울만 아니라면 마당 잔디는 따뜻할 거로 예상합니다. 그러면 그때도 맨발로 걸을 수 있겠지요. 약간 차가워도 걷는 데는 크게 지장이 있는 게 아니니, 종종 맨발로 걷게 될 겁니다. 지난 2019년 1년 동안 통풍으로 고생했던 발이 오늘 호사를 누리는군요.
아, 지금도 여전히 테니스를 격하게 한 날은 발이 힘들어합니다. 언젠가는 제힘으로 걷지 못할 순간이 올 텐데, 그때까지는 황홀한 느낌으로 걷기와 뛰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원당 뜨락에도 가을이 깊게 내려 앉고 있네요...
그 깊이 만큼 목사님 발의 일상도 깊어졌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