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부음(訃音)

조회 수 1269 추천 수 20 2007.05.20 10:20:29
2007년 5월20일 부음(訃音)

아직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 회당장에게 이르되 당신의 딸이 죽었나이다. 어찌하여 선생을 더 괴롭게 하나이까(막 5:35)

혈루증 여인의 치유 사건이 끝나가는 순간에 회당장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달되었습니다.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에게 도움을 청하러 득달같이 달려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위독했던 그 소녀가 급기야 생명 줄을 놓친 것 같습니다. 어떤 죽음인들 애처롭지 않으리요만은 어린 소녀의 죽음은 허탈하다 못해 화가 납니다.
우리는 늘 부음을 듣고 삽니다. 삶과 죽음이 한데 엉켜 있습니다. 아직 나에게 죽음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남의 부음을 듣고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지만 어느 순간에 나의 부음이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겠지요. 그 순간이 나에게는 모든 것과의 단절을 의미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여러 부음 중의 하나에 불과하겠지요.
요즘 저는 너무 오랫동안 죽음의 실체와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20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로 가까운 친지 중에서도 아직 부음을 듣지 못했습니다. 목회를 크게 했다면 사정이 달랐겠지요. 내 딸들도 죽음을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사는군요. 그게 교육적으로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마을 중심으로 관혼상제를 치르던 옛날에는 어릴 때부터 상여행렬을 일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게 전혀 없는 것 같군요. 지금은 친지가 죽었다 해도 모두 전문적인 장례업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죽음마저 추상화되고 말았습니다.
딸의 부음을 들은 회당장 야이로의 심정이 어땠을는지는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혹시나 하고 예수님에게 달려왔지만 그는 딸의 죽는 모습도 놓치고 만 셈입니다. 이제 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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