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96) 13:38

네가 나를 위하여 네 목숨을 버리겠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나를 따라올 수 없다.”라는 예수의 말을 듣고 베드로는 당당하게 나선다.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 결과적으로는 자기 말대로 그가 순교했지만, 그 이전에 그는 예수를 부정한다. 바로 오늘 밤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닭 울기 전에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에 걸쳐서 부인할 것이다. 이 사건은 초기 기독교에 잘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요한복음만이 아니라 공관복음이 이 사실을 일관되게 언급했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베드로가 예수를 닭 울기 전에 세 번에 걸쳐서 부인할 거라는 예수의 예고는 가룟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여 팔 거라는 예고와 한 쌍을 이룬다. 각각을 네 복음서가 다 기록했다. 유다의 행위와 베드로의 행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무겁다고 평가하기 힘들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차이가 있다면 유다의 경우에 예수 배신이 그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면 베드로의 경우에 예수 부인이 잠시의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사실이다. 베드로의 길을 우리는 원한다.

오늘 우리의 믿음 생활에서도 유다처럼 예수를 완전히 배신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베드로처럼 잠시나마 부인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교회를 일시적으로 떠나는 일도 있고, 계속 머문다고 하더라도 믿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믿음이 출중하여 한 번도 예수와 하나님을 부인하거나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이들도 있겠으나, 그런 일은 드물기도 하고, 더 엄격히 말하면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믿음에는 늘 불신앙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하나님에게 가까이 갈수록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강해진다. 예수도 십자가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불안에 일시적으로나마 떨어졌으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영적 실존에서 두 가지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하나는 이런 불신앙과 불안을 거쳐야만 신앙이 더 깊어지고 성숙해진다는 사실이다. 자기 체력이 감당할 정도의 병을 앓아야만 우리 몸의 면역력이 강해지는 거와 같다. 다른 하나는 일시적으로 혼란에 떨어진다고 해도 삶 전체의 방향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유지된다면 우리도 베드로처럼 우리의 삶 전체를 통해서 예수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베드로처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는 일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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