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의 소리, 4월17일

조회 수 5119 추천 수 49 2006.04.17 23:14:21
2006년 4월17일 하늘로부터의 소리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1:11)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예수님의 세례에 관한 공관복음서의 보도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그 순간에 나타난 세 가지 현상에 관해서는 일치합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하늘이 갈라졌다는 것, 비둘기 같은 성령이 임한다는 것, 하늘로부터 소리가 난다는 것 말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선 이 세 가지 현상은 예수님의 세례 사건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는 뜻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바꿔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때는 아직 제자들을 선택하기 이전입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수발을 들던 제자들이 없었다면 도대체 누가 예수님의 세례 장면을 지켜보았다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전달했을까요? 예수님이 스스로 그 일을 제자들에게 알리셨다는 말인가요? 복음서에는 그런 보도가 없습니다. 아니면 요한이 그렇게 했나요? 이런 보도도 없습니다.
이 사건은 아무래도 역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신앙고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세례 사건은 역사적이지만 거기에 따른 세 가지 현상은 신앙고백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입니다. 흡사 예수님의 탄생설화가 역사적인 게 아니라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인 초기 그리스도교의 신앙고백인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신약성서에서 한편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역사를,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에 관한 신앙고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객관적인 역사만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역사를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역사는 죽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해석을 통해서 훨씬 역동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사실적인 역사(Historie)보다는 해석된 역사(Geschichte)가 훨씬 중요합니다. 신약성서는 예수에 관한 역사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교에 의해서 해석된 역사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 역사가 섞여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세례 순간에 나타난 세 가지 현상은 그것이 비록 사실적인 역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그 세 번째가 곧 하늘로부터의 소리입니다.
이 대목에서도 우리는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도대체 하늘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말입니까? 물론 사도 바울도 다메섹 도상에서 눈이 부신 빛을 보고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많은 족장들, 모세, 여호수아, 사사, 수많은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이 그들에게 히브리말로, 혹은 아람어로 직접 말씀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처럼 성대를 통해서 직접 그렇게 소리를 내신다면 오늘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말로 말씀을 하신다는 말이 되겠군요. 더 나아가서 하나님은 이 지구에 있는 수백 가지 말을 모두 할 줄 알아야 하시겠네요. 하늘로부터 소리를 듣는다는 건 실제로 어떤 소리가 울렸다기보다는 일종의 신탁(神託) 아닐까요?
오늘의 말씀에 표현된 하늘로부터의 소리가 직접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니 직접적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훨씬 깊은 의미가 있는 말씀입니다. 하늘로부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린 사람들은 오늘도 역시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적인 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환청일 가능성이 높지만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그건 분명히 영적인 귀가 열렸다는 증거입니다.
금년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입니다. 그는 5살 때부터 작은 작품을 작곡하기 시작해서 35살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소나타, 각종 악기의 협주곡,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도대체 그런 음악가들은 어떻게 작곡을 하는 걸까요? 그들은 소리를 듣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들리는 소리를 악보에 옮겨 적을 뿐입니다. 평범한 작곡가들은 억지로 쥐어 짜내지만 대가들은 이미 음악의 세계에 들어가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놀라운 음을 만들어냅니다.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음악이 자기를 통과하게 하는 것이겠지요.
오늘 우리는 하늘로부터의 소리를 듣고 있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많은 소리의 홍수에 파묻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명을 살리는 소리가 얼마나 들리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또한 오늘 한국교회 강단에서는 하늘의 소리가 울려나고 있을까요? 생명의 신비가 오늘 열리며, 선포되고 있을까요?

주님, 우리는 영적인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영혼의 귀를 맑게 해주소서. 아멘.

[레벨:1]똑소리

2006.04.18 17:48:04

목사님!
저는 독일어를 모릅니다.
'히스토리'와 '게쉬히테'가 어떻게 다릅니까?
목사님의 표현처럼 단지 객관적 사실과 해석된 사실인가요?
종종 신학적인 글에서 학자들이 게쉬히테라는 표현을 쓰던데
히스토리와 게쉬히테의 차이를 알고 싶군요?

또 한가지,
아니어도 이 글을 읽기 전부터 언젠가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목사님께서 그런 문제점을 짚어주셨네요.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할 때, 아무도 곁에 없었는데 피땀을 흘리면서 기도했다던가
할 수만 있거든 이 잔이 지나가게 해 달라고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도대체 어떻게 알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늘 궁금했습니다. 그렇고 보니 이런 부분들은 사실이라기보다 초기기독교인들의 신앙고백일 가능성이 크군요.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음성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목사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저는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그런데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목사님과 전혀 다르게 생각할 텐데요. 목사님께서는 하나님이 세계 모든 민족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가능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사람의 형편에 맞추어서 말씀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미국사람에게는 영어로, 일본 사람에게는 일어로, 중국 사람에게는 중국어로 말씀하신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하나님과 하나님의 계시, 혹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는 동일한 것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아마 씨도 안 먹힐 걸요.

그런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까요?

아참, 그리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난 예수탄생 설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 신앙고백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보아야겠군요. 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만일 목사님께서 어떤 교회에 가서 설교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시면 아마 단상에서 끌려내려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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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6.04.19 22:25:54

히스토리와 게쉬히테...
앞의 역사는 사실의 역사이고,
뒤의 역사는 해석된, 의미가 포함된 역사입니다.
5월 광주민주화 항쟁에서 무엇이 히스토리이며
무엇이 게쉬히테일까요?
생각해보시죠.
역사학자들이 옛날에는 실증적인 역사복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글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히스토리와 게쉬히테가 서로 복잡하게 결탁해 있습니다.
그런 텍스트를 오늘 우리는 해석해야지요.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과 그의 통치가 일치한다는 사실만
분명하게 인식해도 그리스도교의 깊이로 들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직도 동정녀 탄생을 사실적인 히스토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충분하게 설명해주면 알아들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여기서 사실 아니라 단순히 신앙고백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겁니다.
그게 역사라는 거죠.
신앙고백이 어떤 필요에서 그냥 나온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정확이 놓여 있다는 겁니다.
그걸 잘 따라가는 신학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레벨:18]은나라

2016.11.05 00:08:54

목사님의 글을 따라오다보니.. 의문들이 하나씩 풀리네요.

그동안 사실적으로만 알았던 성경이야기가, 신앙고백으로 해석되니,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문학적인 표현에 대한것도..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6.11.05 08:12:01

은나라 님은 기독교 신앙에 최대한 충실하고 성실하면서도

근본에 대한 질문이 영혼의 중심에서 흘러나와

어떤 값을 치루고라도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구도자이시네요.

제가 그런 분들에게 그 질문의 중심에 이르는 길을

약간이나마 안내하려는 선생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잘해도 이 땅에서 저의 역할은 다 하는 것이겠지요.

은나라 님에게 어쩌면 확실한 답이 빨리 보이지 않아서

이 구도의 길이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듯이 가다보면

기독교 신앙의 깊이가 보이게 될 것이고,

아울러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의 신비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좋은 주말, 주일을 맞으세요.


[레벨:18]은나라

2017.02.07 10:29:39

삼개월이 지난지금..

예수님이 세례받으실때에 일어났던 세가지 현상은..

하늘, 비둘기, 성령을 생명과 연관된 개념들로 생각한 초기 기독교인들의 신앙고백이었고,

예수가 생명의 근원이시고, 하나님이 보낸 메시야(그리스도)로 설명하기위한 것이었음을 조금 알거 같습니다.

마태복음 성경공부와 함께 듣고 읽어보니, 이해가 됩니다.

예전엔 하늘이 진짜로 열리고, 거기서 하나님 음성이 나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하나님이 직접 목소리로 증명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실제로 예수님 머리위에 오르락 내리락 한걸로 알아먹었었는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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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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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21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본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어떤 사본에는 생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루터는 1절 말씀을 이렇게 번역했군요.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사본에 따라서 성서의 내용이 아주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들쑥날쑥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현재 발견된 수천 개에 이르는 사본 중에서 동일한 게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오늘 우리가 자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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