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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112- 변신
보석처럼 생겼다.
지름 2미리 정도다.
고추 해충들이 알을 저렇게
잎 뒷면에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
아래와 같은 벌레가 나와서
고추를 결딴낸다.
멋진 변신이다.
아름다움과 추악함이 하나라는 건지,
추악함도 전체적으로 아름다움이라는 건지,
카프카의 『변신』이 기억난다.
한 달 전까지는 손으로 일일이 잡아주었는데,
어제 들어가 보니 완전 해충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는 손으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서
가스라이터로 불을 쏘았다.
다행히 불에 약했다.
불행히 저놈들이 불길을 잘 피한다.
여차하면 몸을 바닥으로 던진다.
지능인지 본능인지 분간이 안 간다.
집 앞에 그리 크지 않은 목련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햇볕에 잎사귀가 선명하게 윤곽이 드러나는 장면은 싱그러움 그 자체지요.
그 모습을 찍기 위해 구도를 잡는데 어떤 한 잎사귀 뒤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등이 노란 벌레 세마리가 붙어 있었습니다.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깜짝 놀라며 마치 군인들이 발을 맞추어 행진을 하듯 일제히 옆걸음으로 슬금슬금 잎사귀 뒤쪽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하하 요놈들 좀 봐라... 뒤로 넘어가 숨으면 내가 모르냐? 하며 잎사귀를 홀딱 뒤집었더니 또 착착착 발을 맞추어 뒤쪽으로 얼른 넘어가 숨습니다.
그렇게 몇 번 잎사귀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벌레들을 놀려먹으며 잠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