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도상의 물음(2)

조회 수 1871 추천 수 29 2008.04.01 09:47:29
2008년 4월1일 도상의 물음(2)

예수와 제자들이 빌립보 가이사랴 여러 마을로 나가실새 길에서 제자들에게 물어 이르시되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막 8:27)

제가 기억하기로, 마틴 하이덱거는 철학을 가리켜 “사유를 향한 길”(Weg zum Denken)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길은 일종의 메타포입니다. 철학은 어떤 실증적인 대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의미한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런 철학의 본질이 신학, 또는 신앙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에 관한 논리적 진술인 신학은 영적인 길입니다. 길은 멈춤이 아니라 진행입니다. 출애굽 공동체는 광야에서 계속 움직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그 여정을 귀찮게 여기고 그냥 광야에 머물렀다면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에 들어가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나안은 요단강을 건너에 있습니다. 광야에서 아무리 좋은 곳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곳이 설령 오아시스였다고 하더라도, 그곳은 약속의 땅이 아닙니다. 광야와 요단강은 차원이 다릅니다. 질적으로 새로운 생명이 시작하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광야에서 계속해서 길을 가야합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여기는 그 어느 곳이라도 영원히 정주(定住)할 데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신앙적으로 길을 가야한다는 사실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신앙의 완료된 대답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누구인가, 예수가 누구인가, 구원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세례문답에서 배운 그 교리에만 머무는 것은 마치 미디안 광야의 한 구릉에 천막을 치고 머물러 버리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것은 마치 장가가야 할 나이가 들었는데도 어머니 치마폭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마마보이’와 똑같습니다. 한 마디 더 한다면, 임상치료가 필요한 나르시시즘과 다를 게 없습니다. 세상(광야)에 던져진 우리는 비록 불안하다 하더라도 종말론적으로 열린 생명의 세계를 향해서 뚜벅뚜벅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는 도상의 존재들이니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누가복음 톺아읽기 223

  • 2021-09-09
  • 조회 수 1110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23, 눅 10:17~20, 70인 귀환 https://youtu.be/lWmc-dHenRE

누가복음 톺아읽기 185

  • 2021-07-17
  • 조회 수 1110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85, 눅 8:1~3, 예수를 돕는 여자들 https://youtu.be/-9RNv3eyhAs

예수 어록(187) 요 8:41 너희는 너희 아비가 행한 일들을 하는도다. [1]

  • 2019-08-28
  • 조회 수 1110

예수 어록(187) 요 8:41 너희는 너희 아비가 행한 일들을 하는도다. “너희 아비가 행한 일들”이라는 표현에서 아비는 시조인 아브라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은 조상을 가리킨다. 이 조상들은 선지자들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거부했다. 설교를 거부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때에 따라서 선지자들을 죽이기도 했다. 예레미야는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힌 적이 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는 살해당했을지 모른다. 엘리야는 아합왕에게 쫓겨 광야 로뎀 나무 아래서 굶어 죽을 작정을 한다. “이스...

주간일지 3월3일 [2]

  • 2019-03-04
  • 조회 수 1110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9년 3월3일, 예수 변모 주일 1) 어린이 설교- 매월 첫 주일은 어린이(중고생 포함)를 대상으로 설교합니다. 늙은 저의 설교가 어린이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어린이들의 정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언어 습관도 그렇습니다. 그걸 보충하기 위해서 제가 노력을 많이 기울입니다. 가능한 제 설교를 듣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 ‘이야기’로 전달하는 거겠지요. 이번 예수 변모 사건도 최대한 어린이들의 영혼에 이야기로 남을 ...

목사 구원(107) [6]

  • 2018-05-30
  • 조회 수 1110

(107) 다른 한 가지는 예배다. 전업 목사는 눈만 떴다 하면, 그리고 평생에 걸쳐서 밥 먹듯이 예배를 인도하기에 자칫 예배의 매너리즘에 떨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예배를 이벤트처럼 진행하는 경우도 제법 된다. 곁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젊은이들이 나와서 율동을 곁들인 찬양을 부르게 하거나 관현악단이 포함된 성가대 역할을 확대하기도 한다. 한국교회에서 대형 빔 프로젝터 사용은 일반화된 것 같다. 예배를 쇼나 대중가요 콘서트처럼 진행하는 교회도 제법 된다. 교회 형편에 따라서 이색적인 ...

주간일지, 주현절 후 3주

  • 2019-01-28
  • 조회 수 1109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9년 1월27일, 주현절 후 3주 1) 예수 절대 경험- 오늘(1월27일) 설교의 핵심은 예수를 절대 생명으로 경험할 때만 구원을 현실로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예수 생명을 주술적인 것으로 보거나, 아니면 사변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술적인 것은 예수를 믿기만 하면 우리가 무조건 천당 간다는 방식의 생각이고, 사변적인 것은 예수의 운명이 실제 삶에서는 별 능력이 없다는 방식의 생각입니다. 이 양 극단을 넘어서 예수에 대한 인격적이면서도...

누가복음 톺아읽기 217

  • 2021-09-01
  • 조회 수 1108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17, 눅 9:51~56, 사마리아에서 https://youtu.be/m0j5RNpLh_Q

누가복음 톺아읽기 172

  • 2021-06-30
  • 조회 수 1108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72, 눅 7:11~17 나인성 과부의 아들 https://youtu.be/VYe01WuTNnI

예수 어록(287) 요 13:21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 2020-03-23
  • 조회 수 1108

예수 어록(287) 요 13:21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예수는 제자들에게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라고 말씀하신다. 이 순간에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겠는가. 본문은 예수의 “심령이 괴로워” 했다고 표현한다. 가룟 유다의 배신은 요 18장에서 실행되는데, 이에 앞서 요 13장에서 예고된 것이다. 유다의 예수 배신 문제는 불가사의에 속한다. 예수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지, 이미 그럴 줄 알았는데도 제자로 받아준 것인지, 복음서 기자들이 배신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속사정...

예수 어록(227) 요 10:26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아니하는도다

  • 2020-01-04
  • 조회 수 1108

예수 어록(227) 요 10:26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아니하는도다 우리는 믿음을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지 않으시면 믿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은총을 위 구절은 ‘내 양’이라는 단어에 담았다. 예수와의 깊은 친밀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믿음이 은총이라면 믿음 여부는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하나님이 주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런 반론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1 더하기 1은 2’라는 공식만을 절대적으로 생각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공식은...

베드로전서 강해(5)

  • 2019-09-07
  • 조회 수 1108

거듭남과 산 희망 본문에는 찬송의 내용이 이어진다. 하나님은 예수의 부활을 통해서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살아있는 희망을 알게 하셨다. 신약성경과 사도신경에서 예수의 부활을 말할 때는 늘 ‘죽은 자 가운데서’를 붙인다. 부활은 당연히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니 ‘죽은 자 가운데서’라는 문구는 필요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않다. ‘죽은 자 가운데서’는 초기 기독교에서 벌어진 이단 논쟁의 결과물이다. 당시 기독교에서 가장 큰 이단은 영지주의 계통의 가현설(doceism)이다. 가현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예수의 신성을 극대화하고...

누가복음 톺아 읽기 142

  • 2021-05-19
  • 조회 수 1107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42, 눅 5:24 https://youtu.be/qBIss6z7A3w

예수 어록(324) 요 14:30 그는 내게 관계할 것이 없으니

  • 2020-05-05
  • 조회 수 1107

예수 어록(324) 요 14:30 이 후에는 내가 너희와 말을 많이 하지 아니하리니 이 세상의 임금이 오겠음이라 그러나 그는 내게 관계할 것이 없으니 “세상의 임금”은 기독교인들을 박해할 세상 권력자다.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어떤 수난을 당했는지는 역사에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교회와 세속권력과의 관계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관계 정상화가 일어난 시기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였다. 그는 313년 2월 밀라노 칙령을 선포하여 기독교를 합법화했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로마 제국 안에서 모든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것이지만...

주간일지, 3월26일, 대구샘터교회 file [2]

  • 2017-03-27
  • 조회 수 1107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3월26일, 사순절 넷째 주일 1) 오늘(3월26일)은 3월 마지막 주일이었습니다. 금년의 ‘4분의 1’이 지난 셈입니다. 정말 세월이 빠르게 갑니다. 요즘 저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2천 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름만 들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거기에 많이 나옵니다. 로마가 ‘팍스 로마나’의 시대를 열기까지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불구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은 다 늙어서 죽을 수밖에 없는데도 서로 죽이는 전쟁을 벌인다는 건 그 상...

예수 어록(337) 요 15:12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 2020-05-22
  • 조회 수 1106

예수 어록(337) 요 15:12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예수의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이다. 요 13장부터 반복해서 이런 표현이 나오는 이유는 서로 사랑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제자들은 하나님 나라 운동의 동지들로서 그 어떤 공동체보다 결속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 사랑하기는 힘들었다.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과 우리를 포함하여 대다수 사람은 본성적으로 개인적인 욕망과 이기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 교회에 속한 신자...

주간일지 8월25일

  • 2019-08-26
  • 조회 수 110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19년 8월25일, 성령강림후 11주 1) 연민- 오늘(8월25일) 설교에서 회장장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안식일은 피하고 다른 날 고침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예수는 그런 타협안을 위선적이라고 거절했습니다. 회당장의 주장이 위선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가 장애 여자의 치료를 아예 가로막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지 예수는 안식일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로 인해서 회당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었지만, 이 여자의 장애를 회당에서 안식에 고쳤습니다. 안식일 ...

누가복음 톺아읽기 197

  • 2021-08-04
  • 조회 수 1105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98, 눅 8:40~56, “12년”에 얽힌 두 이야기 https://youtu.be/QAYv-k2ivUc

주간일지 2월23일

  • 2020-02-23
  • 조회 수 1105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0년 2월23일, 예수 변모 주일 1) 변모- 제자 세 명과 함께 산에 오르신 예수의 모습이 변형되어 빛처럼 보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오늘 설교 본문에 나옵니다. 이를 뉴스에도 나올 수 있는 객관적인 현상으로 보는 분들은 없겠지요. 시처럼 읽는 게 옳습니다. 궁극적인 차원에서 보면 세상은 온통 빛이긴 합니다. 어느 순간에 그걸 느끼기도 하고,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납을 금으로 만드는 비술이 연금술이 아니다. 모든 사물...

1박2일(5) [3]

  • 2017-11-04
  • 조회 수 1105

11월4일, 토 1박2일(5)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가 이렇게 끝났다. 정 목사 오픈 하우스, 기념 재즈 연주회(이은혜), 특강 2회(정용섭, 이길용), 예배, 작은 음악회(남성 중찬은 류원진 외 7인, 피아노는 문혜숙) 등이다. 사이사이에 담소하고, 차를 마시고, 밥 먹고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틀 벌어졌던 일들을 내가 다 아는 게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 기억으로 남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기념행사를 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루터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자들의 개혁 ...

누가복음 톺아 읽기 338

  • 2022-02-17
  • 조회 수 1104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338, 눅 24:28~35 엠마오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다(1) https://youtu.be/cRv5roUZ3uc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